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세미나, 23~24일 제주서 열려
입학자원 확보 위해 외국인 유학생, 성인학습자, 평생학습자에 주목
행정 혁신 방안 필요성도 언급, 특정 사업 추진 시 현장 의견 제시 등 대학 간 소통 필요

이보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이보형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사진=김한울 기자)

[제주=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전문대학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부족 문제다. 하지만 매년 발표되는 교육부 예산에서 전문대학 관련 예산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예산 정책과 전문대 현장과의 간극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예산 증액에 비해 대학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이 크지 않은 문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는 23일부터 24일까지 제주신화월드에서 ‘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하반기 연수회’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회에서 이보형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기조강연을 맡아 ‘전문대학 재정 확충 및 행정 혁신 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정부 부처와 대학 간 부조화는 국가장학금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재정 분석 결과 전문대의 전체 재정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2010년과 비교했을 때 약 2386억 원(4.4%)이 증가했다. 그는 이 상승폭이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국가장학금이 늘어나 학생들에게 많은 몫의 장학금이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그 외 다른 증액 요소가 없는 것이 현재 전문대가 재정 부족을 겪고 있는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법인회계 총괄 지표와 산단회계 수입 지표의 급격한 변화에도 주목했다. 법인회계의 규모는 2010년과 비교해 약 186억 원이 올랐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 내부에서 쓰여야 하는 일반회계 비용이 1991억 원(44.9%)에서 1201억 원(26.0%)으로 감소했다. 산단회계도 규모만 2605억 원이 올랐지만 LINC사업과 혁신지원사업비만 증액되고 나머지는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다.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했을 때 전문대 재정 재원이 추가적으로 생겼다고 보기에 어려운 수치다.

또한 전문대의 △등록금 △입학금 △교육외 수입 △전기이월자금이 점점 감소하는 것에 비해 △보수 △관리운영비 △연구·학생 경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직성 경비 증가는 재정수입의 감소로 이어져 학생들의 교육여건의 부족함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입학 정원 감축을 말하면서 “현재의 예산 증액으로는 실질적 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현 대학 재정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전문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예산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대학 자체적으로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 직업 구조 변화, 저출산, 고령화, 지역 공동화 등의 사회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나오는 다양한 정부 정책에 전문대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 3단계 LINC사업 등 기존 사업의 사업비 증액 필요성과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운영과 교육교부금제도 등 신규 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일반대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전문대가 ‘끼워넣기’식으로 합류해 참여가 힘들다”며 “전문대에 맞는 시스템을 개선·추가해 사업의 추진 전 각 대학 별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여러 재정 확충 방안 중 입학자원의 확보를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문대가 △외국인 유학생 △성인학습자 △평생학습자에 주목해야 함을 언급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비자제도 개선과 성인학습자 장학금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며 “이는 학습자의 참여율 증가와 동시에 교육의 양과 질을 효과적으로 유지해 전문대 학생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 전문대의 관행적 업무 방식을 꼬집으며 행정 혁신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대학 간 성과 공유의 부재 △각종 사업의 이권 다툼 △대학 부처 간 협업의 부재 △핵심 인력 감소 등 문제점을 거론하며 교무 입학 부처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대교협 입장에서 전문대 내·외부적 협의 채널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경직된 현 전문대 업무 시스템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체계로 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대교협과 대학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협의회에서 특정 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에 대한 학교들의 의견이 제시되질 않아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에 어렵다”며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대학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려줬으면 한다”고 전문대의 의견 제시를 독려했다.

기조 강연을 마친 후 그는 “확실한 대안 없이 전문대 위기가 지속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각 전문대의 교무 입학처가 서로 협력해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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