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한 산학협력 바탕으로 산업체와 유기적 협력 가능
4년제보다 짧은 수업 연한에 ‘현장맞춤형 실무 중심’ 교육 강점
학과 신설 시 철저한 지역 수요와 사회적 이슈 분석도 고려 대상
당장의 신입생 모집에 급급하면 안돼…연계된 산업구조 탄탄한지 분석해야

전문대가 AI와 드론, 반려동물 등 사회적 수요를 바탕으로 한 학과를 빠르게 신설하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전문대가 AI와 드론, 반려동물 등 사회적 수요를 바탕으로 한 학과를 빠르게 신설하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전문직업인 양성. 고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문대의 교육 목적이다. 일반대의 교육 목적은 ‘심오한 학술 이론’이다. 4년제보다 짧은 기간에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하도록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구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그야말로 숨쉴 수 없는 재난을 맞닥뜨렸다. 특히 전문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2022년 수시 2차 모집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전문대가 있다. 대림대가 올해 신설한 보건의료행정과는 수시 2차 모집 정원내 특별전형(특성화고 전형)에서 11대 1의 경쟁률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 동안 전문대는 사회적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관련 학과를 신설해왔다. 실제로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도 “전문대의 가장 큰 장점은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맞게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도 대표적 신산업인 AI, 가상현실(VR), 드론, 반려동물, 보건안전 관련 학과(전공)들이 신설돼 신입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실무 중심 교육에 강점을 보이는 전문대가 학과를 신설할 때 일반대보다 강점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일반대에 비해 짧은 수업 연한과 저렴한 등록금 등의 ‘가성비’도 장점으로 제시됐다. 학과 신설이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과를 신설할 때 연계된 산업 구조가 탄탄한지 분석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 2022년 전문대 신설 학과 공통점, 산업체와의 탄탄한 연계로 실무 중심 교육 = 2022년 신설된 전문대 학과들의 공통점은 모두 산업체와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철저한 현장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먼저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특화한 교육을 제공하는 학과가 눈에 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수중음향·재난방송음향’ 특화학과로 신설된 대림대 해군기술부사관과가 일례다. 대림대 해군기술부사관과는 해군교육사령부와 학·군 교육협약을 체결해 해군 측의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김재평 대림대 해군기술부사관과 교수는 “해군 측과 협의하다 보니 군함, 잠수함 등이 대형화되면서 음탐(수중음향)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는데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20년 전 방송음향기술과를 만들고 음향을 전공했으니 수중음향과 관련해 특화교육을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에 따라 음탐(수중음향), 전자(재난방송음향) 분야를 특화한 학과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다양해지는 산업재해로 노동자의 보건과 안전 관련 학과도 주목받고 있다. 대림대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발맞춰 안전보건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안전과를 신설했다. 안전보건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자격증 또는 전문대학 이상에서 산업보건, 산업안전 관련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보건안전과에서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안전보건 관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체 위탁과정을 통해 기업의 실무자들이 안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데도 신경쓸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승강기 전문가를 키우는 학과도 있다. 서일대 스마트승강기학과는 승강기 분야별 융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승강기 보유대수가 75만여 대에 이르고 노후화로 인한 교체와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연간 인력이 4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서일대는 시대적 환경에 부응해 승강기 제조·설치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을 활용한 승강기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 스마트승강기학과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현대엘리베이터, TK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등 국내 승강기 관련 대·중소기업 15개사 등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해 실무 중심의 교과목을 구성했다.

수원여대 오피스매니저과는 최근 10인 이하의 스타트업이 증가하면서 공유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에 발빠르게 대응한 학과다. 기업이 입주한 공유오피스를 운영·관리하고 입주기업 간의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유경제 마케팅, 서비스 마케팅 등의 교과목을 제공한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최대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육과정 공동개발·운영 체계를 마련했다. 오피스매니저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SMAT(서비스경영자격), CS(리더관리사), 브랜드관리사 1·2급, 사회조사분석사 2급 등 자격증 취득 대비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 “현장 투입 가능한 실무 중심 교육 제공” “저렴한 등록금에 고급 실험장비까지 제공” = 이 같은 흐름은 전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대들도 매년 입시 때면 신설 학과를 선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반대가 따라올 수 없는 전문대만의 강점으로 ‘가성비’ 있는 실무 중심 교육을 꼽는다. 일반대보다 짧은 수업 연한에 졸업 후 바로 현장 투입 가능한 실무 중심 교육을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전문대가 일반대에 비해 차별화되는 지점에 대해 “현장 중심 교육”을 강조했다. 강 소장은 “전문대의 장점은 졸업 후 산업현장에서 직접 하는 실험실습을 학교에서 그대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장비도 일반대가 학부 단계에서 필요한 기본 장비만 갖추고 있는데 비해 전문대는 정교하고 고급화된 장비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근무 경력이 많은 겸임교수 제도가 활성화된 점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긴밀한 산학연계도 단연 전문대의 강점이다. 이양창 대림대 입학처장은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산업체와 그 분야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관련 협회 등 기관들의 기준이 제일 중요하다. 산학과의 협의를 토대로 학과를 만들어야지 학교 마음대로 정하면 학생들 졸업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산학 협약이 없으면 학과 신설을 승인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이는 산학의 일체화를 중요시하는 전문대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영진전문대는 과를 신설할 때 직무 분석과 관련 산업체 협약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대학 본부에서 승인해 준다. 이대섭 영진전문대 입학지원처장은 “학과 신설을 승인받으려면 1년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저렴한 등록금도 전문대가 경쟁력을 갖는 지점이다. 강문상 소장은 “일반대에 비해 비싼 실험실습 장비를 싼 등록금에 쓸 수 있다는 점도 일반대보다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립대 기준으로 지난해 전문대 등록금은 일반대 등록금의 82.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상반기대학정보공시 전문대학 지표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사립전문대 등록금은 평균 595만 9000원, 사립일반대 등록금은 평균 724만 6000원이었다.

일반대에 비해 짧은 수업 연한도 강점이다. 이양창 대림대 입학처장도 “전문대는 짧은 기간에 학업을 마치고 취업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한다”며 “4년제는 학문 연구를 목표로 하면 최소 4년에서 6년, 박사까지 한다고 하면 9~10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바로 사회 진출을 원할 경우 전문대는 짧으면 2년 안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학과 신설 시, 연계된 산업 구조가 탄탄한지 분석해야 = 그렇다면 무조건 사회적 수요에 부응한 학과를 신설하기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보장될까. 전문가들은 당장의 신입생 모집에 급급해서 학과를 신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문상 소장은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단순히 반짝 떠오르는 분야에 맞춘 학과를 신설하면 오래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가 3D프린터학과다. 강 소장은 “3D프린터가 연결된 산업이 없는 분야다 보니 3D프린터를 잘 쓴다고 하더라도 막상 취업할 데가 없는 것”이라며 “산업과의 연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생 모집에 급급하다 보면 학생들도 최첨단 학과인 줄 알고 입학했다 졸업 후 취업할 데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철저한 지역 수요와 사회적 이슈 분석도 학과 지속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양창 대림대 입학처장은 “학과를 신설할 때 특히 지역적 수요를 잘 분석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비해 인구 감소 속도가 가파른 전남 지역에서 아동보육 관련 학과를 신설하면 졸업 후 취업할 곳이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 수요는 있지만 이슈에 민감한 학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이 처장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호텔과 관광업계가 올해 살아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관련 과를 만들거나, 현장실습 중 사망한 학생들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 실습장비를 갖춰야 하는 과를 만드는 것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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