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가 밝았다. 해는 바뀌었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아직도 우리 삶을 옥죄고 있다. 바이러스 습격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대학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언택(un-tact)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AI, Big data, Block chain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의 고도화는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나가고 있다. 바야흐로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기에 돌입한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이런 대전환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중환자를 보는 느낌이다. 대학인들은 대학이 위기상황에 빠지게 된 원인으로 학령인구 감소나 산업구조의 변화 등 불가항력적인 면을 들기도 하지만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도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교육부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그동안 감사권과 재정권을 가지고 대학을 관리 통제해 왔던 이력을 보면 일견 이해가 가는 바다. 하긴 대학에 있어서만큼은 교육부는 상왕(上王)이라 할 수 있다. 13년간 지속된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평가를 통해 전국 대학을 획일화시키고 교육보다는 재정확보를 앞세우는 대학경영을 부추겨 왔다. 

외국의 좋은 혁신대학 사례가 소개되지만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일뿐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교육부가 정해준 방향과 테두리 내에서만 혁신이 가능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교육을 관장하는 정부의 틀을 바꾸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부를 없애고 대학 관련 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하자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란 생각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현장중시’ ‘소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사학이 대부분인 대학에 대한 교육부 정책은 매우 고압적이었다. 교육정책은 한번 결정되면 번복되는 일이 없다. 공청회, 설명회는 요식행위로 끝나고 반대여론이 거세도 마이동풍 식으로 밀어붙여 왔다. 교육부의 이런 오만한 행정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대학현장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를 이끌어 온 전직 장, 차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교육부 폐지 내지는 대학행정의 타부처 이관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지 창간 33주년 기념 특별대담자로 나선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는 대학이 고사(枯死)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교육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인재혁신부와 같은 새 부처를 신설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주장했다. 이런 기조는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서도 확인된다. 이 전 장관은 교육원로 모임인 교육개혁추진위원회 특별좌담회에서 “대학을 교육부에서 분리해 국무총리실 산하로 편제할 것”을 주장했다. “지금처럼 교육부의 통제를 받는 구조에선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정부출연연구원처럼 국무총리실에서 최소한의 규제와 조정 업무만 담당”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전직 교육부 장, 차관으로서 어려운 말을 했다. 일종의 고해성사 아닌가? 그만큼 큰 무게감을 갖고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전 차관은 수십년 간 교육부 관료로 재직하면서 교육행정을 총괄하고 10여 년 이상 대학총장직을 수행한 교육현장 전문가다. 이 전 장관 또한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서, 국회의원, 청와대교육문화수석,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공직생활을 교육계에서만 봉직해 온 교육정책 전문가다. 정부와 대학 현장을 두루 경험한 두 고수(高手)가 낸 고언(苦言)이라는 점에서 그 울림이 더욱 크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다. 벌써부터 대선후보들의 공약에서 ‘교육부 폐지’ 공약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교육부 폐지론’을 들고 나왔던 안철수 후보가 “고등교육은 총리실 산하로 옮겨 최소 한도로 관리하는 정도로 하고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육부 폐지’를 고수하고 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김동연 후보도 ‘교육부 폐지’를 교육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교육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대선 공약으로 반영된 것이리라.

이제 주요 정당 후보들의 교육정책이 발표될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선거형세 속에서 후보자 간의 합종연횡이 예상되고 있다. 교육분야는 소수 지지후보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은 덜 주목받고 있지만 선거정국의 변화에 따라 ‘교육부 폐지’가 현실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대학 위기 상황의 출로가 마련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대학을 ‘혁신의 허브’로 만들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대학인들은 과감한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대학이 진정한 ‘혁신의 허브’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거대 플랜을 제시하는 자를 찾고 있다. 천만 대학인들이 그 후보와 당을 밀어줄지 누가 알겠는가? 각 당의 공약을 담당한 책임자가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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