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광주‧전남 고등교육 정책 포럼 18일 전남대서 열려
“지역도 대학도 뭉쳐야 산다”…다양한 주체 간 협력적 대응 방안 모색해야
대학-기업 연계한 앵커기업 유치, 미래 생태계 기획 가능한 전담 조직 설치

18일 광주 전남대에서는 고등교육의 위기에서 지역 대학의 미래 전략을 만들기 위한 ‘2022년 광주‧전남 고등교육 정책 포럼’이 열려 광주‧전남 지역 대학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18일 광주 전남대에서는 고등교육의 위기에서 지역 대학의 미래 전략을 만들기 위한 ‘2022년 광주‧전남 고등교육 정책 포럼’이 열려 광주‧전남 지역 대학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 방안을 모색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광주=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출생자 수 감소와 지역 인구구조 변화로 지역 대학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 대학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 방안을 모색했다. 지역 내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 정부와 함께 수도권에 대응하는 대도시권을 만들고 모든 주체가 함께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8일 광주 전남대에서는 고등교육의 위기 상황에서 지역 대학의 미래 전략을 만들기 위한 ‘2022년 광주‧전남 고등교육 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광주‧전남 지역 총장 10여 명과 지역 대학 관계자, 지자체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 소멸 문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저출산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충원 위기로 나타났다. 지역 대학에서는 그 상황이 심각했다. 경남‧경북‧전남‧전북 지역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률은 90%에 못 미쳤다. 심지어 국립대 중 등록률 90% 미만 대학은 모두 이 지역의 국립대들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이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인구학)는 “2038년이 되면 4년제 종합대학 35~40개 정도만으로 전 학령인구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로 대학의 위기를 설명했다.

지역 대학의 고민은 지역 소멸 우려와도 닿아있다. 민영돈 광주·전남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조선대 총장)은 “지역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과 신입생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지역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광주·전남의 교육·연구 여건이 악화되고, 지역이 필요로 하는 젊고 유능한 인재가 타 지역으로 유출돼 지역산업과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청년층을 비롯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수도권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면서, 지역사회와 지역 대학은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며 “지역 대학은 변화의 대상인 동시에 지역 혁신의 중심축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지역 위기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개별 대학의 대응만으로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 이날 전문가와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지역 내 대학 간, 지역 간, 정부와 대학 간 협업 등 지역 소멸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의 견해가 일치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조금씩 달랐다. 일자리를 바탕으로 청년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는 수도권에 대비해, 대규모 일자리를 구성한 대도시권을 지역 내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학들이 함께 고등교육의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생태계 구성을 고민하고, 특히 교육부 차원에서 대학의 미래 생태계를 기획할 수 있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 즉시 정책적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지역 대학 총장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바탕으로 한 정책·재정 지원을 주장했다.

■ 수도권 맞선 대도시권(Mega Region) 구축해야…중심엔 대학이 = 지역소멸 문제를 연구해 온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대학의 위기는 지역 내 대도시권 구축으로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도시권(Mega Region)을 키워야 한다”며 “수도권이 수퍼 메가리전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지역 간 연합전략으로 비수도권은 이에 대응한 메가리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수도권 중심의 대도시들이 성장하게 된 것은 문화와 커뮤니티, 일자리가 집중돼 있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 교수는 특히 여러 요인 중에서도 일자리 요인이 수도권 집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라고 봤다. 일자리가 사람을, 다시 사람이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에서는 수도권 대도시 집중 경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역 위기의 원인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 본다”며 “고임금 직장일수록, 일자리가 사람을 따라가는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대도시, 특히 도심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첨단산업이 이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달라진 산업구조와 인력 특징의 변화를 반영한 공간 체계로서 대도시권이 있어야 인력과 일자리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마 교수의 설명이다.

마 교수가 말하는 대도시권은 ‘삶‧일‧놀이‧배움’(Life-Work-Play-Learn)이 융복합돼 청년들이 선호하는 정주여건이 마련된 공간이다. 그는 “거점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전문가가 모이고, 전문가들의 다양성이 잘 연결될 수 있는 공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싱가포르의 ‘원노스(One-North)’, 프랑스의 ‘스테이션 F(Station F)’를 들었다. 원노스는 바이오 공공연구소와 민간 바이오 기업, 병원 및 서비스기업이 연계한 연구공동체 바이오폴리스와 정보기술‧전자공학 연구 관련 기업과 기관이 입주한 퓨저노폴리스 등이 한 데 모인 공간이다. 인근에는 싱가포르국립대가 위치해있어 이곳에서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교류하고 있다. 3만 4000㎡ 규모의 스테이션 F는 업무 공간과 스타트업 입주 공간, 문화 휴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공동일터’를 넘은 ‘공동삶터’로 기능하는 공간이다.

그는 대도시권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 역할은 대학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거점에 앵커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 교수는 “거점은 다양한 인재가 모여서 소통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거점 공간 계획의 핵심에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그 대학은 개별대학일 수도, 공유대학일수도 있다”며 “대학과 연계해 거점에 입주하는 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업이 인재를 따라가고 있기에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과 더불어 피고용자를 위한 소득공제, 아파트 특별공급 등 정주환경을 만드는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권했다.

■ “교육부 내 대학 생태계 미래 위한 전담 조직 설치 시급” = 인구학적 관점에서 지역 소멸과 지역대학 위기의 문제를 바라본 조영태 교수는 향후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의 전담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감소하고 대학 정원 충원에 어려움이 생기는 일은 ‘정해진 미래’라고 말하며, 대학 생태계 전반을 전환하는 수준의 대대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령기 인구 감소는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수도권 대학이 정원 10%를 줄이더라도,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역 대학들은 다시금 정원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며 “수도권 정원 감축은 대학 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예측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 수요자 대상 연령을 현재와 같은 18~24세의 학령기로만 할지, 더 넓혀 20대 후반 또는 생애 전체로 확대할 것인지 등의 논의부터 이에 따른 입시 정책, 대학의 기능과 수, 위치, 산학연 구조, 교수상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편하는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개별 대학만의 변화로는 효과를 낼 수 없다. 대학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논의하고 합의해서 이뤄내야 하는 변화다. 중앙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조 교수는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고등교육의 주체인 대학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바로 생겨야 한다”며 “교육부 내에는 고등교육 생태계의 미래를 고민하는 전담 부서가 바로 생겨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에는 미래를 기획하는 부서가 사실상 부재해 있다. 교육부만이라도 정해진 미래가 있으니 고등교육 생태계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대학서는 ‘재정난 해소 방안 요구’ 한목소리 = 변화를 위한 재정 지원 요구도 외면할 수 없는 목소리다. 지역 대학들은 시급한 재정난을 해소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일 동신대 총장은 “대학은 일반 기업과 달리,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어질 때 특성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며 “대학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꺼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민서 목포대 총장은 “매년 이어지는 미충원 현상은 고스란히 대학 재정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며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입학자원 고갈에 따른 대학 경쟁력 저하를 대학의 책임으로만 두고 더 이상 방임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교육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고등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정 확충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교육부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니 여러 방면으로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재정난 속에서도 대학 자체적인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조 교수는 제언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재정 문제는 큰 화두”라면서도 “고등교육 재정이 확충되면 대학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그 그림은 대학이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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