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모집난 심화하자 ‘정원 감축 유도 정책’ 나왔으나 실효성 의문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학생 수 지속 감소 예견…정원 감축 정책은 단기 대책에도 그치지 못해”
개별 대학 입장 묘수 없어…교육부 중심의 장기 대책 마련 필요성 대두
‘입시’와 ‘충원’의 입장만이 아닌 ‘노동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학 지원 정책 제언 ‘눈길’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사진 = 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가를 강타한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교육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안으로 꺼내 든 정원 감축 유도 정책은 단기 대책은커녕 실효성이 있을지도 우려스럽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종로학원이 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179개 대학의 2022학년도 정시 지원 마감 현황을 집계해 지난 1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정원을 채우지 못한 ‘미달 대학’은 2021학년도 모집 당시 9개교에서 19개교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경쟁률이 1대 0을 밑돌았다. 총 3번의 원서를 낼 수 있는 정시의 특성상 경쟁률이 3대 1 아래를 보인 사실상 미달인 대학도 59개교로 조사돼,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학령인구 감소 대응(안)’을 발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해 일반재정지원을 받을 대학들은 정원 감축 계획을 포함한 적정규모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정원을 줄이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이 대응안의 후속 성격으로, 1월에는 구체적인 정원 감축 방안을 제시한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일반재정지원 대상인 136개교 중 2021년 정원 내 미충원 규모 대비 90% 이상의 정원 감축 계획을 수립한 대학에게 총 1000억 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2021년 미충원 규모 이상으로 정원 감축 계획을 세우면 한 대학당 최대 60억 원이 지급된다.

■ 교육부의 정원 감축 정책은 단기적일 뿐…‘두 번째 쓰나미’ 대응 안돼 = 문제는 대학의 입학정원 미달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출산 인구 수 하락과 학생 수 감소가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교육부의 계획대로 어렵게 대학 정원을 줄인 상태에서도 다시금 모집난과 정원 미달 사태를 겪는 시기가 온다는 얘기다.

지금의 학령인구 감소 충격 만큼이나 큰 폭의 감소가 또 한 번 있을 것으로 예측돼, 현재의 미달 폭을 기준으로 정원을 제한한 뒤에도 또다시 미달 사태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략 2025년부터 2031년까지 학령인구 감소의 정체기가 7,8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생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그 이후에는 또 다시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드는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예측치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2038년에는 재적학생이 3만 명인 규모의 대학 40개교 정도만으로도 학령인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 인구 규모와 출생자 수를 바탕으로 대학을 가장 많이 다니는 연령대인 18세부터 24세까지의 인구의 대학 재적 비율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연도별 상황을 예측해 나온 결과다.

18세에서 24세 인구는 2020년 400만 명 이상이었다가 2050년 250만 명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교육부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 대학에 재적하고 있는 인구는 56%로, 학령인구 감소에 비례해 대학 재적 인구도 따라서 감소한다고 가정해도 이와 같은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조 교수에 따르면 2035년 약 170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국 대학 재적 인구는 2044년 1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0년부터 시작된 학령인구 급감과 같은 규모로, 큰 폭의 학령인구 감소가 예측되는 2035년부터를 조 교수는 ‘폭락기’라 부르며 대학이 또다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정원 감축 정책은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는 2031년과 2035년 사이 시작될 두 번째 학령인구 급감기까지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정원감축만으로 모든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허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구 통계 예측에 따른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지금의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20년 전 예측된 것이지만 당장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홀히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대학이 함께 반성할 부분”이라며 “당장 지금부터 출생자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20년 후의 상황이고 그 전까지는 이미 학생 수 감소가 일어나는 것이 확인된 시점에서 학생 수 감소를 전제로 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힘이 들더라도 교육부가 학생 수 감소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할 시점이 왔다”며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새 틀을 짜야 한다. 정말 40~50개 대학만 남는다면 어느 지역에 대학을 남겨 둘 것인지, 각 대학을 어떻게 특화할 것인지 등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도권 대학 유인이 관건이나 효과는 ‘미지수’ = 정원 감축 정책에서 관건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 효과다. 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 학령인구 감소의 타격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대학들이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 규모는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다. 이는 2022학년도 모집에서도 반복됐다. 종로학원의 집계 결과 2022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6.0대 1로 나타난 반면, 지방권 대학 경쟁률은 3.4대 1로 차이를 보였다.

학생 모집에서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가 계속되고 있어, 정원 감축의 핵심은 수도권 대학들이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감축에 회의적인 모양새다. 정원을 줄이는 결정을 하기에 유인책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정원 감축의 결과로 지급되는 재정 지원의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백정하 소장은 “수도권에 있는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적정규모화에 참여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정원을 소폭 줄이는, 소극적 참여를 택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대학이 아니더라도 정원 적정규모화의 배경이 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은 3년짜리 사업으로, 사업 종료 이후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대학들의 입장에선 섣불리 정원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정원 감축 유도 정책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백정하 소장은 “대학들은 과거에도 정원 감축 정책의 결과를 학습한 게 있어 학생 수 감소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학생 수를 줄이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지만 영원할 것 같은 지원은 정부가 바뀌며 끊겼고, 정원을 줄인 대학은 오히려 대학 운영비가 대폭 줄어드는 결과에 처했다”고 전했다.

또한 정원을 감축하는 선택을 할만큼 충분한 재정 지원 정책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 A씨는 “충분한 재정지원이 없는 정원 감축은 사실상 교수‧직원에게 교육 투자비를 전가하는 것”이라며 “대학이 대부분의 운영 자금을 등록금에 기대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 수 감소는 대학 운영 자금의 축소를 의미하고, 이는 교육 투자 감소로 이어지거나 대학 교‧직원의 임금을 줄여 운영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사립대 관계자 B씨는 “대학이 재정난으로 적자 상태인 상황에서 학생 정원 한 명을 줄일 때마다 등록금 수입 손실이 매우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교육부 정책에 호응할 만큼 적극적인 감축을 실시하기에는 손실 부담이 크고, 미미한 감소를 하기에는 사실상 지원받을 수 있는 재정 액수도 크지 않아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 단기간 감축 효과라도 있으려면 재정지원 함께 가야 = 정부의 정원 감축 유도 정책이 그나마 단기간의 감축 효과라도 거두려면 충분하고 자율적인 재정 지원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은 지금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그리고 정원 유지에 따른 등록금 수입 확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여있다. 대학이 정원 감축을 선택하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초‧중등교육에서 학생 수 감소를 위기보다 교육여건 개선으로 만든 것은 충분한 재정 지원이 확보됐기 때문이듯 고등교육도 같은 방식으로 문제풀 풀어야 한다”며 “대표적으로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낮춤으로써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교육기관의 사업은 기관 특성상 일정기간 안정적으로 투자했을 때 성과가 나오는 측면이 있다”며 “대학에 대한 지원비를 사업단 중심의 목적성 지원이 아닌 자율적 지원 성격으로 배분해야 한다. 사업비를 장학금이나 학과 신설 등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사업단 지원 방식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경우 사업 종료와 동시에 지원이 끊기면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혹은 사업비를 기간 내 무리하게 소모하면서 비효율적으로 집행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임 연구원의 주장이다.

대학은 미래 노동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축소의 문제를 ‘입시’와 ‘충원’의 입장에서만이 아닌 ‘노동력’의 문제에서 보고 대학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백정하 소장은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여전히 산업을 이끌어갈 인력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소수의 인원이 ‘일당백’을 해내야 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인적자원 활용의 고도화가 필요하게 된 만큼 이를 위한 대학 지원 방안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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