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학회, 16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차기정부에 바란다, 한국사회와 한국교육’ 특별학술대회 개최
정치‧경제‧사회‧교육‧과학교육 분야 석학들 나서 교육 정책 방향 강연
한국 교육 경쟁력 높이기 위한 대학 자율성 보장, 대학 구조 개편 등 조언 잇따라

한국교육학회가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차기정부에 바란다, 한국사회와 한국교육’ 주제의 특별학술대회에서  정치‧경제‧사회‧교육‧과학교육 분야 대표 학자들이 교육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사진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학회가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차기정부에 바란다, 한국사회와 한국교육’ 주제의 특별학술대회에서  정치‧경제‧사회‧교육‧과학교육 분야 대표 학자들이 교육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사진 =한국교육학회)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정치‧경제‧사회‧교육‧과학교육 분야 대표 학자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교육 정책의 방향을 제언했다.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 이들은 자율성과 대학 체제 개편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국교육학회(회장 정일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기정부에 바란다, 한국사회와 한국교육’을 주제로 특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한국교육학회의 특별학술대회는 그간 연례적으로 진행해 온 학술대회와 달리,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국교육을 위한 실천적 대안 제시와 미래지향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국내 각 분야 최고 석학들이 강연에 나서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본 교육 정책을 설파했다. 강연자로는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 △성경륭 한림대 명예교수(사회학)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수학) △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교육학) 등 5인이 나섰다.

■ “교육 경쟁력 높이려면 대학 자율성 보장해야…국가주도 벗어날 때” = 이날 강연자들은 대학 자율성을 주요한 교육정책 변화 방향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정치학적 접근 방향에서 교육 정책을 풀어낸 강원택 교수는 “대학에 대한 규제나 개입에서 벗어나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한국사회가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국가주도형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또한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변화가 가능하며 이는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국가 주도와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는 ‘개방적 태도’가 갖춰져야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고등교육 환경에 맞춰 고등교육의 변화가 시급한 현 상황에서는 고등교육과 대학 정책에 있어 국가 주도적인 방향에서 벗어나 교육기관의 자율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정부 주도 혁신은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 지식을 생산하는 곳에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며 고등교육에 있어 국가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화 교수는 교육학 관점에서 과제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교육활동에 대한 과도한 국가개입은 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다양성 신장’을 주요 정책 과제로 꼽았다.

서 교수는 “외부적 간섭이나 획일적 행정 지시는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 운용을 저해할뿐만 아니라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국립이나 공‧사립을 막론하고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존중돼야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 자율성 확보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사학 자율성 확보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립학교법으로 학교 처분을 원하는 사학 재단의 퇴로를 열어 폐교 위기의 대학 청산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서 교수는 “청산을 원하는 사학의 퇴로를 열어주고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추진한 바 있었던 사립학교 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다시 제정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폐교 위기에 있는 지역 한계대학 방치에 따른 지역 사회의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해 유휴 잔여재산 활용과 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체계적 폐교와 청산을 지원하는 사립대학 퇴로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육영 의지를 지닌 독지가들이나 기업체, 종교 기관 등에서 재산을 기부하고, 정성을 기울여 사학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사학이 비리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설립자나 소유자들은 허탈감을 가지고 있고, 사립학교 설립을 후회하고 있다. 학교를 처분하고 싶어도 사학 재단을 법적으로 사고팔 수 없게 돼 있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 재산을 꽁꽁 묶어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지난 2021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운영위원회의 성격을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전환하고, 신규교사 채용 시에 1차 시험을 반드시 시‧도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했다. 교직원 징계도 교육청에서 관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시대적 흐름에 역주행하고 사립학교의 설립 취지를 묵살하고 자율성과 특수성을 저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사학은 사학답게 건학이념과 특수성을 살려 질 높은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 교육의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 체제, 체질 개선 시급…변화 없인 한국 경제 성장도 없어” = 학자들은 한국 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원인으로 현재 대학 체제가 가진 한계점을 지적하며 대학 유형별 특성화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대학 구조조정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성경륭 교수는 대학 특성화를 통한 대학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성 교수는 현재 대학 이 학생 모집 부담과 학부 교육 부담에 매몰돼 연구 개발은 물론 연구 인력 양성에도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립대와 수도권 우수 사립대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원생 교육과 연구개발을 통한 창의형 인적자본 축적을 견인해야 하지만 학부교육 부담에 발목이 잡혀 있어 어느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성 교수는 각 국가별 세계 최고 수준의 AI 전문가 수 통계를 들었다. 매년 전세계 AI 관련 인력 분포와 변화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엘리먼트 AI’의 2020년 조사(( Element AI, 2020 Global AI Talent Report)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세계 정상급 AI 전문가 수는 5만 765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국의 전문가는 무려 2만 6818명으로 전체의 46.5%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중국이 6401명으로 11.1%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고작 717명(1.2%)의 AI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또 성 교수는 “서울에서 먼 곳에 있는 사립대·공립·국립대학의 순서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 소멸’ 문제가 발생했다”, “대학 서열의 고착화로 일부 대학이 우수 학부생을 독점했다”며 대학 진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인해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언급했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성 교수는 서울대와 9개 지방거점국립대, 수도권 우수 사립대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이외 수도권 대학과 지방 사립대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문대는 직업교육과 지역 평생교육기관으로 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급변하고 있는 대학교육 환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구조조정은 새롭게 늘어나는 직업 수요에 맞춰 대학 교육을 크게 직능교육과 학문교육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주입성 교육에서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는 토론식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먼저 대학 교육이 직면한 환경 변화로 △디지털화와 비대면 교육 △대학 인학인구 감소 △산업변화에 따른 신산업 인력 수요 등을 제시했다.

그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신산업에서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대학 구조로는 이러한 인력 수요에 맞게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며 “직업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대학 교육을 직능교육과 학문교육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창의성 교육으로의 전환은 한국 경제 성장을 좌우할 수 있어 경제학적으로도 중요한 과제인 점을 부각했다. 김 교수는 그 배경으로 일본 산업 간 관계 변화를 주목한다.

그는 “한국 경제가 기존과 같이 일본 산업을 모방해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최근까지 우리는 일본의 산업을 이전받아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일본이 신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서 일본을 모방하는 경제도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됐다”며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성 교육으로 양성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맞춰 교육당국도 새로운 교육정책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찬 교수는 과학기술 교육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개인이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합리적, 실증적, 체계적, 객관적 사고인 과학적 사고력을 키워 미래 변화를 판단하며 지혜롭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학회는 1953년에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현재 25개 분과학회와 18개의 상설위원회, 10개 지회를 갖추고 있다. 현재 5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교육 분야 대표 학문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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