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버넌스학회 등 주최로 ‘대학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세미나 열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대와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비교 자료 설명
“서울대도 재정 상황 열악”, “대학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변화 필요” 주장 제기돼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 = 강득구 의원실)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 = 강득구 의원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서울대 역시 재정 상황이 열악할 정도로 한국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대학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한 교육기관에 대한 투자를 넘어, 일자리 정책이자 복지 정책의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거버넌스학회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집현전포럼, 서울대 정부경쟁력센터의 주최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학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강연에 나선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전 한국행정학회 회장)는 대학 재정과 지원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을 내놨다. 서울대마저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서울대도 예산은 열악하다”며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의 학생 수, 전임 교수 수, 1년 예산을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2019년 기준 서울대의 학생 수는 2만 7784명으로 같은 해 하버드대 학생 수 1만 8802명보다 1만 명 가까이 많았지만 전임교수 수는 서울대가 2130명, 하버드대가 2310명으로 더 적었다. 예산 역시 서울대는 약 8290억 원, 하버드대는 52억 달러(약 6조 2400억 원)으로 극명한 차이가 났다.

스탠퍼드대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컸다. 2020년 스탠퍼드대의 학생 수는 하버드대보다도 적은 1만 6384명이었으나 전임교수는 역시 서울대보다 많은 2276명이었다. 예산은 오히려 하버드대보다도 더 높은 68억 달러(약 8조 1600억 원)에 달했다.

일본의 도쿄대는 학생 수, 전임교수 수에서 서울대와 비슷한 규모였음에도 예산은 크게 차이가 났다. 2020년 도쿄대의 학생은 2만 8675명이었고 전임교수는 2198명이었으나 1년 예산은 2599억 엔(약 2조 8100억 원)이었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 고등교육기관으로 꼽히는 서울대는 해외 유명 대학의 예산 규모와 비교했을 때 뚜렷한 차이가 났다.

정부의 교육 예산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2021년 정부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은 20.7% 증가했고, 보건‧복지‧교통 분야 예산도 10.6% 증가한 반면 교육 분야 예산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중에서도 고등교육 예산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연도별로 정부 예산 대비 교육부 예산과 고등교육 예산의 비율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다. 1998년 정부 예산에서 23.3%를 차지하던 교육부 예산은 그 이후 단 한번도 21%를 넘지 못했다. 2006년 15.4%까지 줄곧 감소하다 2012년 17.6%까지 미미한 상승이 있었으나, 2021년에는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2.8%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교육부 전체 예산이 줄어든 와중에 고등교육 예산 비율은 2015년 2.8%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고 2021년 2.0%에 이르렀다.

임 교수는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넘어, 고등교육 예산 지원의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이 어려워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맡아야 할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자리 확충과 복지 정책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대학에 대한 투자는 일자리 정책인 동시에 복지 정책”이라고 말하고 이것이 대학이 갖고 있는 사회적 역할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대학의 역할로 △학문의 전당 △인적자원 개발 △사회변혁 선도 △교육서비스 제공 등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최성욱 한국거버넌스학회 회장은 “인간의 생애 중 진리에 대한 사색, 그리고 자유·평등·정의와 같은 기본가치에 대한 사유와 논쟁을 하는 시공간이 대학이다. 본래 학위취득에 의한 취업과 명예는 대학의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 교수는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초·중등 교육비 수준인 GDP 대비 1.1% 수준으로 만들거나 등록금 자울화를 통해 열악한 대학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강득구 의원은 대학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 대학의 위기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에 놓여 있고, 지역소멸과 저출생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문제,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의 불균형 문제, 대학 서열화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꾸준히 누적돼 왔다”며 “지금과 같은 모습을 방치한 채 변화 없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대학체계의 붕괴는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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