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꽁냥꽁냥’, 상명대 ‘상냥행’, 서울과기대 ‘서고고’ 등 수도권 대학에만 14개 동아리
동물권 감수성 높아진 대학생 증가…길고양이 후원 프로젝트, 교내 서행 캠페인 등 활동 활발
전문가 “길고양이에 대한 생명 존중,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결국 동물권 보호가 인간을 살리는 길

상명대 길고양이 동아리 '상냥행' 회원이 봉사활동하고 있는 사진. (사진=상냥행 제공)
상명대 길고양이 동아리 ‘상냥행’ 회원이 봉사활동하고 있는 사진. (사진=상냥행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텅 빈 대학 캠퍼스를 누비는 생명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길고양이. 과거 도둑고양이로 불리며 천대받던 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대학에서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길고양이 동아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일례다. 이들은 입을 모아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생명과의 공존을 강조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의 길고양이 개체 수는 9만 889마리다. 건국대 ‘꽁냥꽁냥’, 고려대 ‘고고쉼(고려대 고양이 쉼터)’, 서울과기대 ‘서고고(서울과기대 고양이는 고맙다냥)’, 삼육대 ‘동행길(동물들과 행복해지는 길)’ 등 수도권 대학에만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펼치는 동아리가 14개 이상 존재한다.

이들은 단순히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급여하는 것에서 나아가 동물학대 방지 캠페인과 유기보호소 운영, 채식 레시피 공유 등 동물권 활동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대학생들의 동물권 인식 향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교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후지마비가 된 고양이 '요비'. (사진=상냥행 제공)
교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후지마비가 된 고양이 ‘요비’. (사진=상냥행 제공)

■ ‘교내 자동차 서행 캠페인’에 고등학교와 연대까지...코로나19 상황에도 활발한 활동 전개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캠퍼스가 폐쇄되고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사라졌지만 길고양이 동아리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당번을 짜서 학교에 나와 사료를 주거나 다친 고양이 모금 활동과 교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자동차 서행 캠페인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10월 결성된 상명대 길고양이 동아리 ‘상냥행(상명대 고양이들과의 행복한 동행)’은 코로나19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동아리 부원들끼리 조를 짜서 매일 학교에 ‘출석’했다. 상냥행은 3월 정식 동아리 신청을 준비 중이다. 상냥행 회장인 김예원 씨(24)는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학교에 나와 길고양이들 사료를 챙기고 동아리 결성 두달 만에 여러 마리 고양이를 포획해서 중성화 활동까지 완료했다”며 “그만큼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상냥행의 목표는 길고양이를 포함한 상명대 생태계 주체들이 학교 구성원이나 인근 주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는 물론 교통사고로 후지마비된 고양이 요비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한 펀딩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도 그 일환이다. 나아가 교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교내 자동차 서행 캠페인과 전방주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캠퍼스와 맞닿아 있는 고등학교와의 연대도 계획 중이다. 김 회장은 “상명대와 상명대부속여고는 공간 자체가 붙어 있어서 길고양이들이 인연을 맺어줬다”며 “고양이들이 영역을 고등학교와 캠퍼스에 걸쳐서 활동하다 보니 고양이에 관심을 갖고 있던 상명여고 교사와 연락이 됐고 정식 동아리가 되면 여고 학생들과 함께 활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육대 ‘동행길(동물들과 행복해지는 길)’도 단톡방에서 투표를 통해 날짜를 정하고 주 2회 캠퍼스에서 사료 급여 활동을 하고 있다. 동행길 회장 김효진(22)씨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2020년에 사료와 여러 물품들을 구비했던 동아리방이 폐쇄돼서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면서도 최소 주 2회는 사료 급여와 함께 다친 고양이 구조와 중성화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들개에 물려 죽은 고양이 ‘체다’ 장례식 비용 모금을 위한 펀딩도 진행했다. 체다는 삼육대 캠퍼스를 누비던 길고양이로 학생들은 물론 학교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sns에서 ‘고양이 체다 출입금지’ 사진으로 유명한 고양이기도 하다.

대학 길고양이 동아리들은 활발한 sns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양대 동아리 십시일냥 인스타그램 캡쳐)
대학 길고양이 동아리들은 활발한 sns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양대 동아리 십시일냥 인스타그램 캡쳐)

■ “동물은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 고양이 학대 시도 맞서기도 = 길고양이 동아리들은 동물이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동물 학대 방지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과기대 동아리 ‘서고고(서울과기대 고양이는 고맙다냥)’는 고양이 돌봄에서 나아가 동물학대 방지에까지 힘쓰고 있다. 최근 이 학교를 포함해 대학가에서 잇따르고 있는 이주 방사 행위를 시도하는 남성을 막으려는 시도가 일례다. 이주 방사는 길고양이를 포획해 낯선 곳에 방사하는 행위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서식지를 강제로 옮길 경우 고양이가 받는 스트레스와 공포가 극심해 사실상 학대 행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서고고 회장 이모씨는 “고양이 목에 밧줄을 걸고 마대 자루에 넣어서 자기 가방에 욱여넣는 장면을 봤다는 제보들을 많이 받았다”며 “학교에 신고도 하고 조를 짜서 학교 안 길고양이 쉼터를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안에서 길냥이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 (사진=서고고 제공)
서울과기대 안에서 길냥이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 (사진=서고고 제공)

동물권 인식 개선도 서고고가 주력하는 활동이다. 이 씨는 “동물학대를 하지 말라는 플랜카드를 게시해 사람들에게 동물을 죽이는 건 처벌받는 행위라는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나 너구리 등 교내 서식하는 동물이 다치면 직접 구조도 하고 있다. 이 씨는 “교내 구성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동물권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며 “서고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500명인데 노길사(노원 길냥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라는 단체도 팔로우하고 있고 다른 대학 동아리들과도 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식 레시피도 서고고 인스타그램에 활발하게 게시하고 있다.

건국대 ‘꽁냥꽁냥’도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목표로 한다. 백준민 꽁냥꽁냥 회장(25)은 동아리 이름 작명 계기에 대해 “건국대학교의 이니셜인 ‘K’가 앞에 오고 고양이를 뜻하는 ‘냥’이 포함된 단어를 찾던 중 동아리의 최종 목표인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과도 뜻이 통하는 단어인 ‘꽁냥꽁냥’을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많은 길고양이 동아리들이 시행하고 있는 중성화 수술의 의미도 결국은 ‘공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백준민 회장은 “길고양이 돌봄 활동은 그저 고양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교내에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라며 “특히 건국대의 경우 캠퍼스가 넓고 길고양이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들이 많아 이를 방치할 경우 교내 길고양이들의 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중성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성화가 된 길고양이들이 최대한 일정한 영역을 갖추게 도와 외부 고양이들의 추가적인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고고 회장 이모씨도 “고양이 돌봄 활동을 중단하게 될 경우 고양이는 사람의 관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고 그렇게 되면 학대범 표적이 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과기대 길냥이. (사진=서고고 제공)
서울과기대 길냥이. (사진=서고고 제공)

■ 전문가 “대학생들 동물권 인식 향상돼…이타성 학습하는 계기” = 전문가들은 이처럼 길고양이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대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상이 그만큼 대학생들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높아진 동물권 감수성을 통해 이타성을 학습하게 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동물권행동단체 카라는 2017년 시작한 ‘대학 길고양이 돌봄사업’을 2년 만인 2019년 조기 종료했다. 길고양이 동아리들이 빠르게 적응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대학 길고양이 돌봄 사업은 카라가 전국 8개 대학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의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급식소 운영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동아리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나영 카라 활동가는 2019년 사업을 조기 종료한 이유에 대해 “산학협력 차원에서 대학 길고양이 동아리들의 초기 활동 정착을 도우는 목적이었는데 1,2년 정도 지나니 다들 자리를 잘 잡았다”며 “중성화 사업도 잘해서 초기 기반 마련은 완성됐다고 보고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나영 활동가는 대학 길고양이 동아리들이 소모임에서 시작해 확산한 이유에 대해 “대학생들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날엔 도둑고양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존중이 이뤄지면서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변했다”며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고양이의 행복을 바라고 직접 행동해야겠다는 결심이 학생들 스스로에게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구 교수는 “동물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피터 싱어 같은 학자들의 서적도 출판되고 동물권에 대한 학문적 교양 차원에서 지식들이 공유가 되는 시대적 흐름이 생겨났다”고 짚었다. 이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타성을 학습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길고양이에게 공감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공감을 느끼는 것들이 이타성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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