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주요정당 후보자 공약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이번 선거에서 각 당 후보자의 공약은 부실하다”는 결론을 냈다. 대부분 공약들이 선언적이고 나열식이라 구체성, 개혁성, 적실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실련 평가처럼 금번 19대 대선은 ‘부실한’ 공약으로 치러지게 됐다. 선거양상도 정책, 공약대결보다는 대장동이나 고발사주 같은 후보자 개인이나 가족 문제를 둘러싸고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끝없는 폭로와 반복되는 후보자 간 인신공격으로 정책이나 공약은 뒤로 밀렸다. 

정치학에서는 ‘공약을 선거의 꽃’으로 본다. 그러나 금번 선거에 있어서만큼은 그 꽃은 피지 못했고 곧 바로 시들었다, 공약에 있어서만큼은 ‘깜깜이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 기회가 허공으로 날라가고 있다.

대학교육 파트에서도 유권자의 실망은 크다. 유력 후보자 정당의 정책 캠프는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이 시점에서도 ‘이거다’ 할 만한 대학교육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킬러 콘텐츠’가 없는 것이다. ‘공약실종선거’가 대학에도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렇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라도 차기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양당이 제시한 고등교육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두 정당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대학 정책을 꾸리고 있는 것을 알아야 대학 차원에서도 대비할 것 아니겠는가?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과학기술 5대 강국 실현과 미래인재 양성,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대전환’을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행 방법으로는 ‘입시공정성 강화와 대학체제 전환을 통한 새로운 고등교육 생태계 구축’이 눈에 띤다. ‘대입공정성위원회’ 설치를 통해 대학서열 구조를 완화하고,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혁신공유대학 체제 구축 및 대학도시 건설 등이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은 ‘공정한 교육과 미래인재 육성, 모두가 누리는 문화복지’를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율, 개방, 혁신 중심의 디지털 교육체제로 대전환을 도모하고 교육경쟁력을 제고해 국가발전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이행 방법으로는 AI 교육혁명을 위한 첨단기기 지원 및 관련 전문과정 신설, 새로운 대입제도 마련, 대학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평가방식 도입 및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대학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학서열화 해소’에 방점을 두고, 국민의 힘은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점에서 정책기조상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양당 모두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동안 대교협, 사총협, 국총협 등 대학교육협의체별로 현장의 애로 사항 해결과 경쟁력 제고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 제안들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각 당의 대학교육 정책에서 현재의 대학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묘수는 찾아볼 수 없다. 각 당의 정책이나 공약에는 지금의 대학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들이 담겨야 한다. 대선 때만 되면 대학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거대 담론들이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금번 경우에도 반복되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불쑥 들이미니 실행력이 뒷받침이 안 되고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도 많다. 

각 당 후보 교육정책 캠프 구성에서도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시민운동가와 일부 학자들로 꾸려진 정책캠프는 이념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성 없는 담론들만 쏟아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책캠프마다 대학 교수들이 연구,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그들은 학자적 입장에서만 접근할 뿐 대학 현장의 고충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각 캠프에서 제시하는 혁신안이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현장에서 수용할 수 없는 이상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인수위나 정부 출범 이후 슬그머니 없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대학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학교육협의체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금번 선거는 대학교육 정책만으로 볼 때 ‘공약의 빈곤’으로 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한들 위기에 빠진 대학을 건져낼 수 있을까? 유독 금번 대선에서 교육공약에 대한 중요성이 평가절하되고 혁신 방안의 내용상 허점도 발견된다. 이전 대선에서 사교육 논쟁, 학제 개편 등이 주요 이슈였던 것에 비해 너무 대조적이다. 양당이 표심을 생각하다 논쟁거리가 될 만한 이슈는 아예 제외시킨 것은 아닌지,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차기 정부에서도 대학의 형편은 나질 것 같지 않다. 

대학은 고사 직전인데 칼자루를 쥔 정치권은 태평하기만 하다. 누가 이 난국을 해결할 것인가? 대선 날은 다가오지만 희망보다 절망의 기운이 압도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 한국대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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