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전문가에게 들어본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실현 가능성과 향후 전망
‘거점 대학 집중 투자’ 공언했지만…소규모 지방대 소외 정책에 논란 예상
높은 수준의 대학 재정 확대는 현실의 벽 높아 고등교육계 기대 충족 어려움 있을 듯
7월 출범 앞 둔 ‘국가교육위원회’…국민의힘은 지속 반대 입장, 존재감 축소 가능성도
국교위 위원장-위원 구성 갈등 예상, 대입제도개편-교육과정개편 부상할 듯
당선인 의지로 추진가능한 ‘국립대 병원 설립’ 등 실현가능성 높아 공약 이행 기대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으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사진 = 국민의힘)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으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사진 = 국민의힘)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으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 정부에서도 대학 재정의 획기적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이 정치신인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본인의 의지로 추진할 수 있는 공약 사항은 기대를 가질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이 밝혀온 고등교육 정책 중 거점 대학 집중 투자는 소규모 대학의 반대에 부딪혀 잡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논란을 빚었던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두고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시 정책에선 정시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주변 인사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된다.

윤 당선인의 대표적인 고등교육 정책은 △거점 대학 집중 투자 △기업대학 설립 △국가장학금 확대 △대학 규제 완화 △디지털 관련 전공 대학 학과 정원 확대 등이 꼽힌다.

■ 고등교육 재정 지원 정책, 실현 가능성은 ‘글쎄’ =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앞서 공약했던 대학 재정 지원 약속에 대한 기대가 모이지만,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이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대학 재정과 관련한 정책 중 하나는 거점 대학 중심의 집중 투자 방안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역 거점 대학의 1인당 교육비 투자를 상위 국립대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국가장학금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입을 통해 직접 밝힌 것은 아니었지만, 조영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교육정상화본부장은 등록금 자율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GDP 대비 공교육비 투자 규모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리고, 내국세 중 교육비 비율도 25% 이상으로 늘려 교육 예산과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국립대학법 제정 등 고등교육 재정 확보 방안도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등교육계의 기대를 충족하는 정도의 고등교육 재정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권에 관계없이 기획재정부는 줄곧 교육재정 확대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대학 지원에 대한 여론 역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비관적인 예상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윤홍주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회장(춘천교대 교수)은 “기재부 등은 ‘교육재정이 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여당이 대학 재정 확대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지방재정교부금법으로 대학을 지원하게 하는 개선 방안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시‧도교육감과도 관련이 있는 사안이어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쉽게 조정에 나설 수 없다”며 “대안으로 교육청이 지역 대학과 공동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고등교육 정책 자체가 다른 정책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임성학 한국정치학회 회장(서울시립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경제적 대전환이 이 일어나며 고등교육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에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 점이 언급되지 않아 과연 새 정부에서 고등교육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당선인의 교육 재정 확대 의지가 중요하지만, 이 역시 불분명하다는 점도 비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고등교육 투자 방안에 대해 확실하게 언급된 내용은 많지 않았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대해서도 윤 당선인의 추진 의지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역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원책은 필연적으로 대학가 내에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대학은 정책에서 소외됐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많은 정권에서 거점 국립대 중심 정책을 펴 왔고 이는 ‘선택과 집중’, 즉 효율적인 재정 지원이라는 이유에서 추진됐지만 항상 사립대를 소외시킨다는 지적에 시달려왔다”며 “모든 대학의 개혁을 촉진하는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데, 특정 대학에 재정 지원을 집중한다면 지역에서 살아남는 대학은 소수가 되고, 대다수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진 = 국민의힘)
(사진 = 국민의힘)

■ 정종철 차관이 언급한 고등교육 규제 개선 운명은? = 교육부가 고등교육에 관한 규제 개선 관련해선 차기 정부에서 방침을 수립하겠다고 전한 가운데, 규제 개선 과정은 험로가 예상될 것으로 보인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고등교육 제도 혁신’ 토론회에서 등록금 동결 정책과 정원 규제에 대해 차기 정부에서 방침을 수립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설립 요건 재검토 △충원율‧유지충원율 평가 지표 필요성 검토 △한계 대학 퇴로 방안 마련 등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도 “대학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각종 규제로 인해 엄청난 재원을 낭비한 대학 역량강화 사업을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특히 대학가의 열망이 높은 규제 완화 정책은 등록금 동결 정책 철폐지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고등교육 제도 혁신’ 토론회에서 대학 규제의 필요성과 규제 개선이 이뤄질 부분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던 하연섭 연세대 교수는 “차기 정부가 등록금 인상 문제에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 모두 청년 표를 크게 의식해온 것을 볼 때 청년들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은 펴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임성학 한국정치학회 회장도 “등록금 인상 제한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메고 해결하려 나서기 어렵다”며 같은 전망을 내놨다.

정원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현재 수준의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은 “정원 규제를 완화한다고 정부가 정원 조정에서 손을 뗀다면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지역 대학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기에 정원 규제는 한계대학 정원 감축이 관건이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역 대학을 구분하며 정원 정책을 펴기 보다 전체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해 대학 평가 기준을 조정하면서 정부가 부담을 떠안지 않는 선에서 지방대 정원을 줄이는 방식, 즉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펼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다만 하 교수는 “전면적으로 정원 규제를 풀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첨단 산업 인력 부족이 계속되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는 부분적 정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외 규제들에 대한 완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채재은 가천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대학 모델은 많이 바뀌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법이 생겼던 당시 그대로”라며 “고등교육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규모가 큰 공사’로 여겨지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고등교육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법상 내용을 지키는 것이 관료사회의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고등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하 교수는 “각종 규제가 대학을 옥죄고 있다는 이야기는 정계에 수차례 전해졌기에, 결국 대학이 정치권을 어떻게 설득하는가에 따라 규제 완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새 정부 최대 교육 쟁점은 ‘국교위’, ‘대입제도’ 뜨거운 감자 될 듯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즉시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구성에 착수해야 하는 만큼 국교위를 둘러싼 이슈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입시 정책으로 쟁점 사항인 정시 확대를 언급한 상황에서, 대입제도 개편이 새 정부 출범 후 교육 현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안선회 교수는 국교위 인사가 새 정부의 주요 현안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7월 출범하기로 돼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인사를 처리하고, 위원 구성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교수는 국교위 역할론이 다시 수면 위에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박 교수는 “국민의힘이 국교위 설치를 줄곧 반대해왔기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가능한 국교위를 무력화하려고 할 것이라 본다”며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정시 확대 등 입시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한 것이 그 방증이다. 입시 정책은 국교위의 몫인데 대통령이 정책을 이끌고 가려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입시제도 단순화 및 정시 비율 확대 조정’을 청년 정책의 하나로 발표했다. 특히 입시비리 암행어사제와 대학 정원을 축소하고 관련자 파면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왔다.

대학은 물론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안선회 교수는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 새 정부는 출범 후 대입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교육과정 개편을 해야 하고, 교육과정 개편과 대입제도 개편은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에 그 영향으로도 대입제도 개편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의 의지대로 정시확대가 될 지는 미지수다. 안 교수는 “당선인이 정시확대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캠프 내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지지해왔다”며 “교육 공약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 말했다.

■ 약속한 대학‧국립대 병원 신설 이뤄질까 = 윤 당선인이 지역에 대학과 국립대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했던 공약이 실현될지도 관심 사항이다. 다른 정책에 비해서는 당선인의 의지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다면 실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의 지역 공약 가운데는 대학 또는 학과 신설, 국립대 병원 설립 등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천 지역 국립대학 병원 유치 지원 △울산 지역 종합대학 유치 △UNIST 의과학원 설립 △세종 공동캠퍼스 조속 개원 지원 △국립 안동대에 ‘바이오‧백신제약과’ 계약학과로 신설 △경남 지역 법학전문대학원△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유치 및 아세안공학기술원(ANT) 설립 등이다.

이에 대해 박남기 교수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논의했을 때 추진 가능성·타당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며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결정으로 밀어붙일 수는 있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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