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장 인준 받으며 제8대 총장에 취임
‘한신, 다시 새롭게’ 슬로건 바탕으로 ‘다니고 싶은 대학, 일할 맛 나는 대학, 자랑스러운 한신’ 만들 것
‘한신 비전 2030’ 중장기 발전계획 바탕으로 학제와 직제 개편 주력, 신진 교수들과 함께 미래혁신포럼 운영
조직 슬림화 및 전문화, 디지털 본부 신설…데이터 기반 교육 환경 마련, 디지털 전환 박차
‘경기도형 대학생 취업브리지 사업’ 선정, 서울캠퍼스에 휴먼케어융합대학원 설립 추진

강성영 한신대 총장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장 인준을 받으며 제8대 총장에 취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강성영 한신대 총장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장 인준을 받으며 제8대 총장에 취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혁신의 중심에는 늘 한신대가 있었다. 혁신의 또 다른 말은 ‘진보’다. 1940년 일본의 식민주의에 항거해 조선신학원으로 출범한 이래 인권과 민주화라는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한신대의 치열한 고민을 나타내는 단어가 ‘한신다움’이다. ‘한신다움’은 한신이 한국사회의 많은 대학들 중 단지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신만의 특성이자 한신성이다. 한신성은 종교적 근본주의의 폭력성과 정치적 권위주의의 폭력적 지배질서에 대해서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비판적 자유정신과 동의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강성영 한신대 총장은 한신성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정체되고 정체되면 진보가 ‘진짜 보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장 인준을 받으며 제8대 총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을 바탕으로 한신대의 생존을 넘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는 강 총장을 지난달 24일 한신의 역사가 시작된 한신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났다.

- 지난해 9월 총장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나.
“취임할 때 내세운 슬로건이 ‘다시 새롭게’다. 80년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약속이다. 특히 ‘숙의민주주의’가 의사결정과정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봤다. 그 일환으로 2개의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구조혁신특별위원회(이하 구조혁신위)와 재정혁신특별위원회(이하 재정혁신위)다. 구조혁신은 대학 사회가 맞닥뜨린 여러 도전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학제 개편과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 위원회도 학생, 직원, 교수, 동문으로 구성됐다. 재정혁신위의 존재 의의는 단연코 재정 안정이다.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되고 정부의 투자는 OECD 평균 미만인 상황에서 재정 안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과제다. 성과도 있었다. 한신대는 교단이 운영 주체인데 교단에서 모든 교회가 참여하는 의무헌금을 법인의 법정부담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의해줬다.” 

- 취임식에서 ‘다니고 싶은 대학, 일할 맛 나는 대학, 자랑스러운 한신’을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는데.
“‘다니고 싶은 대학’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교육 수요자로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학생복지를 획기적으로 향상하자는 취지다. 대학 자원은 한정돼있으니 물질적인 지원은 못해주더라도 학생의 목소리를 경청하자는 차원에서 학생행복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일할 맛나는 대학’은 교직원 상호간 숙의민주주의 문화를 구현하자는 뜻이다. 소통체계의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귀를 크게 열고 많이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같은 교수라 하더라도 격차가 많이 나는데 격차 해소에도 힘쓸 계획이다. 대학 운영의 민주성 강화와 숙의에 기반한 의사결정,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사회 안전망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사 개편을 한다고 하면 불안한 학과가 있을 수 있는데 끝까지 자리 지켜준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일례다. 대학 구성원이 공유할 공동의 이상을 가지고 2030년 90주년을 목표로 중장기 발전 청사진을 수립하겠다.”

- 혁신의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개최한 ‘제1회 한신 미래혁신포럼’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구조 개편을 하기 위해 직제개편을 마쳤고 학제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개편이 갖는 의미는.
“한신대는 진보적 종합대학을 표방한다. 진보가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진짜 보수’가 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정체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대학이 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신 미래혁신포럼이 좋은 계기였다. 한신 미래혁신포럼은 학교에 부임한 지 5년 미만 된 신진 교수들과 함께 학교의 혁신방향과 전략에 관해 열린 토론을 하는 원탁회의 형식의 모임이다. 대학의 의사결정이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구성원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숙의절차가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주적 숙의 문화의 토대 위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졌다는 게 이번 혁신포럼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직제 개편은 대학운영 조직의 합리적 구조 개선이 골자다. 조직의 슬림화와 전문화를 원칙으로 대외협력센터 등의 기존 부서를 재배치했다. 디지털 본부와 같은 조직 신설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본부 산하 AI 빅데이터센터와 데이터 기반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IR센터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제 개편은 ‘한신 비전 2030’ 중장기 발전계획에 기초했다. 학생중심이라는 제1교육원칙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 보장하고 학사제도를 유연화했다. 신산업 수요와 연계된 AI와 빅데이터, IOT 등의 학문단위를 강화했다. 실용학문의 고도화에 집중하다 보면 기초 학문이 위축될 위험이 있다. 기초학문의 약화로 인해 진보대학의 정체성을 비가역적으로 상실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 기초학문과 진보는 어떤 관계에 있나.
“기초학문은 진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요즘 대학들의 고민이 어떻게 기초학문을 포기할지인데 한신대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믿음과 협력도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학제 개편할 때 반드시 반발이 생긴다. 대학이 외부 현실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하지만 대학 전체의 비전과 목표가 공유되는 것이 중요하다. AR과 VR, 메타버스와 같은 실용적 학문을 뒷받침하는 것이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한신대에는 31개 학문 단위가 있는데 30%가 인문사회 분야다. 실질적으로 취업 시장에는 약한 부분들인데 인문학과 IT의 결합과 같이 디지털을 입혀서 보완할 수 있다. 모든 전공에 디지털을 입혔다. 그러면 가능성이 더 넓어진다.”

- 대학이 위기다. 특히 MZ세대의 수요(needs)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대학 발전을 위한 핵심으로 볼 수 있을 텐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학생행복위원회를 설치했다. ‘한신, 다시 새롭게’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다니고 싶은 대학, 일할 맛 나는 대학, 자랑스러운 한신’을 만들겠다는 다짐의 일환이다. 과거에는 학생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대학의 행정적 지원에 학생의 수요를 반영하자는 취지다. 학생처를 학생복지처로 개편하고 학생장학팀과 학생복지센터도 신설했다. 시설과 학사행정, 온라인수업에 대한 개선사항을 복학생과 외국인 학생 등으로 구성된 체험검증단이 제시하면 학생행복위원회에서 검토한다. 그 다음에는 위원회 처장들이 모여서 구체적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 성과도 많다. 한신대는 외국인 학생을 많이 뽑는데 그동안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외국인학생 전용 라운지를 만든 것뿐만 아니라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활동 공간도 제공했다.”

- 한신대만의 차별화된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면.
“취업이 MZ세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핵심인데 취업에서도 ‘한신성’이 돋보인다. 한신성은 권위주의의 폭력에 ‘아니오’라고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비판적 자유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성과 시민성이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59.5%가 진로취업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한신대는 취업지원을 4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취업에 대한 관심 촉구 △취업 역량 배양 △취업처 발굴 및 현장실습 지원 △취업확정 및 사후관리의 4단계다.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일자리센터와 IPP센터, R&D인턴센터 등의 단계별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반갑다 진로야’, ‘반갑다 취업아’, ‘반갑다 창업아’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설계해 학생에게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기업에서 4개월 현장실습을 하며 수시 채용을 지원하는 ‘경기도형 대학생 취업브리지 사업’에도 선정됐다.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기업인들 초청 모임에서 한신대 학생들에 대한 칭찬이 나오기도 했다. 한신대 학생들이 공부도 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협동과 배려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한신성’이 기업에서도 빛을 발하는 셈이다. 보통 신입 사원들이 3년이 되면 이직하는데 한신대 졸업생들은 대리까지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 디지털 본부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앞으로의 교육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4차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미래형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지기주도적인 학습역량 강화를 위한 PD학기제와 집중 이수제, 마이크로기반 자율융합전공제가 그 일환이다. ABC캠프 해커톤 대회도 개최했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콘텐츠(Contents)를 통해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해커톤 대회에는 100명 이상이 참가해 교육을 이수하고 31개 팀이 참여해 오산시의 공개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시연해보였다. 

디지털 시대에 앞서가는 대학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입학식을 메타버스로 진행한 것이 일례다. 1200명 이상의 학생이 들어와서 버스킹 공연과 방명록 이벤트 등에 직접 참여하며 수동적 관람이 아닌 능동적으로 축제를 즐겼다. 온라인 학습환경 개선과 학생이 AR이나 VR로 실험할 수 있게 메이커스페이스도 운영 중이다.”

- 한신의 역사가 이곳 서울캠퍼스에 숨 쉬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학원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현재 서울캠퍼스에는 신학대학원과 사회혁신대학원이 있는데 제3대학원인 휴먼케어융합대학원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혁신대학원은 ESG나 기후위기 관련한 의제들을 교육하며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휴먼케어융합대학원은 약자에 대한 돌봄이 핵심인데 한신대의 가치를 반영한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다. 장애인재활상담과 노인복지, 심리상담처럼 지역사회 안에서 대학이 발휘할 수 있는 여러 역량이 집결된 분야다. 재활상담학과와 심리아동학과, 신학과가 서로 협력해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캠퍼스타운사업도 그동안 성과를 많이 냈다. 이 공간이 삶에서 중요하고 진보적인 의제들이 논의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메카가 되길 희망한다.”

- 마지막으로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대학 교수들이 자조적으로 앞으로는 대학이 좀비대학과 아닌 대학 2개만 남을 거라고들 한다. 살아남아도 숨만 쉬는 대학에 한신이 포함돼선 안되고 생존을 넘어서 도약해야 한다고 본다. 생존을 넘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신학교육의 지속가능한 독립운영의 토대를 준비하는 데에 기여한 총장으로도 기억되고 싶다. 한국교회가 위기다. 신학생들이 교회 개혁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신학교육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강성영 총장은 ‘다니고 싶은 대학, 일할 맛 나는 대학, 자랑스러운 한신’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신대 서울캠퍼스 총장실에서 서울캠퍼스의 역사를 설명하는 강성영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 (사진=한명섭 기자)
강성영 총장은 ‘다니고 싶은 대학, 일할 맛 나는 대학, 자랑스러운 한신’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신대 서울캠퍼스 총장실에서 서울캠퍼스의 역사를 설명하는 강성영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 (사진=한명섭 기자)

■ 강성영 총장은…
1984년 한신대학교 신학과에서 신학사, 1986년 한신대 대학원에서 신학석사와 1997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이후 신학전문대학원 교학부장, 신학대학장, 신학대학원장을 거쳐 2016년에 총장서리를 역임했다. 기독교농촌개발원 운영위원, (사)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기독교방송(CBS) 시청자 위원, (사)통일맞이 이사와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재)강제장학재단 이사와 한국본회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21년 한신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장혜승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