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한라대 전 입학처장(빅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한라대 전 입학처장(빅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한라대 전 입학처장(빅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대면과 비대면으로 실시간 진행됐다. 대학마다 오리엔테이션 방식도 다 달랐다. 전면 대면으로 진행하는 대학, 전면 비대면으로 메타버스라는 신기술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진행하는 대학, 우리 대학처럼 대면과 비대면을 동시에 진행하며 유튜브 영상으로 송출하는 대학 등 코로나19 이후의 대학은 행사 진행부터 수업 진행 방식까지 모든 면에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4차 산업의 발전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첨단 방식으로 Z세대 재학생, 신입생들에게 본인이 선택한 대학의 경쟁력을 과시하듯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오리엔테이션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대학 간 격차는 신입생 충원율 격차와 비슷한 K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3월 대학가는 작년 2월부터 시작해 치열했던 2022학년도 입학 활동을 마무리 하고 2022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이라는 무거운 짐과 2023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목표라는 숙제를 안은 채 2022학년도 신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5일 여름이 막 시작됐을 무렵 전국 입학처장협의회 강원분과 모임이 한라대에서 개최됐다. 입학처장 8명이 모여 2021학년도의 치열했던 입시부터 2022학년도 입시까지 현황과 정보 등을 공유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가졌다. 2021학년도 인구절벽 신호탄을 맞고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내다봤지만 실제로 대규모의 정원 미달이 현실로 나타나자 현장을 지켰던 처장들의 충격의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몇몇 신임 처장들은 현재 대학에서 가장 어려운 보직이 입학처장이라는 점에 다같이 입을 모으기도 했다. 2021년도 대규모 미달 사태를 책임지고 사직서를 제출했건만 입학처장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교수가 없어 2년째 입학처장 보직을 맡고 있는 처장도 있으며 총장 책임 사퇴론에 직면한 대학도 있었다. 한 권역 처장은 “연필만 쥐면 원숭이도 입학시키고 싶다”는 말을 했다.

강원권 한 대학 입학처장은 2022학년도 입학전형 변경 사항을 설명하면서 복수지원 전형 수를 △캠퍼스 내 2회 지원에서 3회로 늘리고 △전형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하며 △춘천 캠퍼스/삼척(도계) 캠퍼스 역시 3회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도내 일반 고교에서는 수시지원 시 상향으로 수도권 2장, 적정지원으로 강원대 2장, 안심으로 도내 사립대 2장을 지원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한 입학처장은 “수시 지원을 3회로 확대할 경우 학생들이 수도권 지원 2장 외에 남은 4장을 모두 강원대에 써버릴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의 의견을 전했다.

사실 2021학년도 대규모 입학 정원 미달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변화 중 하나가 지방 거점대학이 더 이상 신입생 충원에 소극적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즉 강원대 등 지방 거점대가 2021학년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생 유치를 제일 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적극적으로 신입생을 유치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거점대도 미충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2022학년도 수시박람회는 코로나19의 확대로 2021년도에 이어 2회째 취소됐다. 지방대학은 수시지원이 전체 지원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수시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며 따라서 서울에서 개최하는 수시박람회는 학교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는데 2021학년도 이어 취소되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정시박람회는 우여곡절 끝에 삼성 코엑스에서 열렸다. 그러나 지방소재 일반대학의 속마음은 ‘정시박람회에서 얻는 이익은 매우 적다보니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라고 할까.

수도권 대학은 굳이 참가비와 인건비를 들여 박람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SNS, 전문 상담, 교육청 상담교사 등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찾아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실질적인 이득을 고려해 수시 또는 정시박람회를 참가하지 않을 경우 교내 구성원들은 ‘충원율을 높이려면 박람회를 참가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홍보를 해야하는데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낸다. 어쩔 수 없이 입학처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 정시박람회 기간 상담 건수는 3일 동안 세 자리수를 넘지 못했다.

충원율 제고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등학생들에게 학교를 알리는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고교학점제가 확대되면서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선택 과목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고 강사들의 수요가 늘어나게 됐다. 강원도 소재 고교의 경우 다양한 전공의 강사들 수급이 어려워 진로 선택과목을 제대로 운영하는 데 많은 고충이 있다. 이러한 학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 기여함으로써 대학은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을 알리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학교에서는 우수한 대학의 인력들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고교-대학 연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해 고교 교사들의 재교육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 고교-대학 연계의 결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많다. 일례로 고등학생들이 같은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지역의 우수 인력 유출도 막을 수 있고, 지역대학의 충원율 상승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대학들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진로 선택 과목 지도, 동아리 지도 등 고교와 연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원 조정으로 지방대학의 정원은 감축되고 있으나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쉬워져 지역의 고등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돼 이러한 노력은 충원율과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고교와의 연계를 위한 대학의 노력은 충원율 제고를 위해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입학자원의 고갈, 2~3년 마다 실시되는 대학평가를 위한 끊임없는 구조 개편과 이로 인한 교내 구성원들의 갈등 고조, 입학이 더 이상 ‘선발’의 개념이 아닌 ‘모집’의 개념으로 바뀌어 홍보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수억 원에서 수십 억 원까지 늘어나는 홍보 예산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다 대규모 정원 미달사태로 인한 재정악화로 지방대학은 이제 기초생활이 안 되는 기초생활 수급자이며 기본생존권 보장에 대한 요구를 하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지방균형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지방 사립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20대 대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이렇다 할 공약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특히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공약은 빈약하다. 대교협은 대선 후보들에게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상향을 위한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 고등교육세 신설 등을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후보는 보기 어려웠다.

작년 11월에 발표된 3주기 재정지원대학에서 강원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들이 탈락했으며 2022학년도 일반대학의 충원율 성적표 또한 전국 최하위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로 나타나며 결국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총장들의 간담회가 잇따라 개최되는 등 외부에서는 많은 방안들이 쏟아지는 듯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학은 어떠한 도움도 없이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최소한의 식량만 비축한 채 외로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3학년도 수시가 18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처 직원들은 밤을 세워가며 마련한 입시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확신 없이 구성원들에게 지금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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