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종료됐다. 개표 초반 이재명 후보의 독주는 자정을 지나며 윤석렬 후보의 우세로 변화되어 새벽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간격은 24만 7077표, 0.73%에 불과했다. 국민의 힘으로서는 간발의 승리요 신승(辛勝)이라 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50%를 넘어 국민의 힘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던 전문가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반면 방송3사 출구조사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결과를 맞췄다. 출구조사에서 윤 후보는 48.4%를 득표하는 것으로 예측되었고, 실제 득표율은 48.56%였다. 이재명 후보는 예측과 득표율 47.8% 동일하게 나타났다.

양당의 팽팽한 득표 결과는 승자의 오만과 독선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유권자의 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직후 협치와 통합 그리고 화해에 대한 요청이 봇물을 이룬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대선 내내 양측은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다. 언론에서는 상호비방, 극한대립으로 얼룩진 이번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렀다. 대장동 사태가 모든 이슈를 압도했다. 후보자 배우자와 가족 문제가 공약, 정책보다 더 관심을 끌었다.

지역주의 양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 국민의 힘은 영남 지역에서 우세를 차지했다. 지역 차원에서 충청권이 케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것은 이번 선거에서도 재현됐다.

젠더갈등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선호했고, 젊은 남성들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젠더갈등은 20대에서 두드러졌는데, 이대남(2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는 58.7%, 이 후보 지지는 36.3%였던 반면에, 이대녀(20대 여성)는 윤 후보 33.8%, 이 후보 58.0%의 정반대 투표성향을 보여줬다. 30대 투표성향에서도 남녀별 지지후보 차이는 20대와 대동소이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세대별 투표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 연령적으로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국민의 힘을 지지했고, 4050 중장년층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2030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여야 각 당의 노력도 치열했다. 국민의 힘은 이들을 앞세워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다. 친여 성향의 4050세대를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로 포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세대포위론은 실패했다. 선거초반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군장병 월급 200만원 지급 등 이대남을 위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며 지지획득에 성공한 듯 보였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대남 중심의 세대포위론은 이대녀의 집단 이탈을 불러왔고, 오히려 이재명후보의 ‘세대포용론’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30세대는 남녀로 분열되어 단일대오로 세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들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정당은 앞으로 선거에서의 패배를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크게 인각시켰다.

역대선거에서 2030세대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투표행태를 보여주었다. 선거판에서 스윙보터는 지역주의나 이념주의적 성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이들은 국면과 상황 그리고 이슈에 따라 투표성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2030세대는 그들만의 집단적 선택을 했다. 모두 성공했다. 한번은 진보적 성향으로 문재인 정부를 가능케 했고, 다른 한번은 보수적인 성향의 투표로 오세훈 시장을 만들었다. 앞으로 이들의 변화무쌍한 투표행태가 정형화된 한국선거 풍토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때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시절이 있었다. 지역주의가 팽배한 시절 누구라도 내세우면 당선되는 현실을 비아냥 댄 말이다. 지금의 2030세대의 투표성향이라면 언강생심 가당치 않을 일이다.

2030세대는 이번 대선에서 젠더 이슈를 둘러싸고 성별로 분리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언제라도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해 결정적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선거문화의 퇴행적 모습에 지속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워왔었다. 그러나 선거문화 변화는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차제에 2030 세대의 이슈에 따른 현실적 투표성향은 새로운 정치 구현에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우리 정치지형도 변화돼야 한다. 선거운동기간에 양당구조 폐해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본격적으로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선거 기간 표출된 지역갈등, 젠더갈등, 세대갈등의 문제도 통합과 협치의 틀에서 조율되고 해소 방안을 마련해 가기를 바랄 뿐이다.

대의제 민주국가에서 유권자는 왕이다. 하지만 선거철만 그렇다는 말이 있다. 이런 교과서적인 말이 나오지 않도록 깨어있는 시민 유권자 역할이 중요하다. 바로 이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2030세대의 출현을 반기며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으로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그 영향력을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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