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
당선 이후에도 공약 이행 의지 드러내며 찬반 논란 수면 위로
국회 동의 얻어야 하는 폐지··· 합의까지 적잖은 진통 예상
다양한 의견 드러낸 학생들, “많은 생각 들어보고 고민해봐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 (사진=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 (사진=국민의힘)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전 선거와는 다르게 청년 세대인 ‘MZ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공약이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 운동 기간 강조한 여러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의 경우 남녀 간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전부터 여가부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여성’과 ‘가족’을 보호하는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명박 정부도 폐지를 추진했다가 야당과의 협의 난항과 정부조직법 개정이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여가부 폐지는 다시 한번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여가부 폐지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더불어 지난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할 때”라고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 현행 시스템으로 안된다는 국민의힘…“새로운 방법 제시하겠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을 맡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여가부가 오히려 남녀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여가부의 역할은 여기서 마감해야 한다”고 윤 당선인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원 기획위원장은 “지금의 여가부를 유지하면서 쇄신하고 개선할 때는 지났다”며 “성별 갈라치기와 갈등 조장에서 벗어나 여성 인권을 더 존중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월 7일 게시한 여성가족부 폐지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월 7일 게시한 여성가족부 폐지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강사로 활동하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호응을 얻었던 이유는 현행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면서 계속 쌓였던 문제점에 분노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예산 집행의 모호함과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은 여가부 존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폐지를 한다고 해서 여성 정책 전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 정책은 현 정부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본래 맡았던 △양성평등 △가족 △청소년에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실질적 폐지 가시밭길…개편에 무게 실려 = 반대로 여가부 폐지 목소리가 나오자 여성계와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씨를 포함한 ‘성 평등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여성과 시민 모임’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조건적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성 평등정책을 전담할 정부 부처는 항상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여가부 폐지는 명백한 퇴행의 시작”이라며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부처의 역할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의석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부처 개편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점을 들어 실질적인 폐지는 힘들 것이라고 압박했다.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여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논평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성평등 정책 주관 부서를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폐지 공약을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양성평등위원회 등 새로운 부서를 만든다면 윤 당선인의 공약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부처의 이름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존 여가부의 모든 기능을 없애겠다는 말이 아니다. 단순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흑백 논리로 볼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성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향후 있을 국회 정부조직법 논의 과정에서 기존 여가부 내 성평등 관련 업무와 기능은 부처 내에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책이 유연해야 함을 언급했다.

이처럼 여가부 폐지에 대한 견해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자 여당 인사들은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해서 여성과 가족 정책까지 버리는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미흡한 점이 있어서 바로 폐지하는 것은 숲이 아닌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발상이다”며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조 의원은 “지금의 여가부는 많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양성평등이 아닌 갈등을 조장한다는 의심과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스스로 존립가치를 잃어버린 지금의 여가부는 폐지돼 마땅하다. 하지만 양성평등 문제, 저출산 문제, 아동과 가족 문제 등 기존 여가부가 다루던 업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대통령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담당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며 부총리급 ‘미래가족부’ 신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 폐지에 대한 ‘MZ세대’ 학생들 반응 엇갈려 = 이번 대선의 출구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대 이하 남성과 여성의 표심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남성의 경우 36.3%가 이재명 후보를 58.7%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으며, 여성은 58.0%가 이 후보를 33.8%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앞서 말한 여가부 폐지에 대해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로 인해 각각 20대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대학생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여가부 폐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전했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 모씨(22)는 “여가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에 실망했다”며 폐지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씨는 “윤 당선인의 폐지 공약에 20대 남성들이 왜 환호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여가부가 부처에 맞는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폐지 논란은 정부 부처의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 모씨(24)도 폐지에 찬성하면서 “폐지 공약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폐지가 아닌 개편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여가부 폐지는 다소 과격한 방법이지만 현재 문제가 많은 부처라는 생각에 필요한 수순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존에 맡고 있는 업무를 다른 부처에 이관하면서 기존 여가부의 순기능마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들기도 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 소재 대학을 다니는 신입생 이 모씨(20)는 “갑작스러운 폐지에 당혹스럽다. 그동안 여가부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 정책 외에도 가족과 청소년 등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는 부처가 사라지는 것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또한 폐지보다는 철저한 예산 검증과 제도 도입이 우선돼야 한다는 그는 “아는 후배가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던 사람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지원이 끊길까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여가부 폐지는 바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학생 신 모씨(23)는 폐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 씨는 “2001년 여성부가 만들어진 이후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직도 해소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선택적인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폐지는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는 행위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선인의 약속대로 변화와 차이를 인정하면서 현재 추진하는 여가부 폐지를 중단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함을 밝혔다.

■ 변화 필요하다는 입장은 ‘공감’, 상대 이해하는 합리적인 대화의 장 필요해 =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여가부 문제점이 적잖아서 촉발된 문제라는 인식과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 많은 학생들이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대학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고 폐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지금까지 실망스러운 행동을 이어온 여가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소재 대학을 다니는 한 학생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점점 부족해지는 것 같다”며 “이번 여가부 폐지에서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도 그 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혐오를 멈추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혐오를 부추겨 싸움에서 이길 수는 있어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차이를 줄이면서 차별을 없애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현재 여가부 폐지 논란은 공존의 정치를 이루는 협치의 토론 주제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 폐지에 대한 합리적인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잡음을 줄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 바라봤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