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처 부장

조직에는 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겨나고, 구성원은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의견은 하나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대립한다면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그리고 대립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의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당장 책상 앞에 놓여있는 문제의 해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그 전에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주체 간에 서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잠시 내려놓고 의사결정 과정을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집중해 관찰해보는 것도 좋겠다.

첫 번째는 초점이다. 이것은 우리가 같은 문제지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문제지를 풀고 있었다면 올바른 결론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그른 일이다. 삶의 문제는 수학 문제와 같이 명확하지 않다.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 문제는 논하면서 문제지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문제 풀기에만 집중한다. 우리는 서로가 문제를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십중팔구는 문제를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논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의견을 말하기 전에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두 번째는 방향이다. 이것은 대상을 인식하는 ‘관점’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정책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상을 비용 관점으로 인식하면 통제 수단을 통한 최소화 전략을 구상하게 된다. 반면 대상을 투자 관점으로 인식하면 최대치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적의 지원 전략을 구상하게 된다. 두 전략의 방향은 서로 180도 다르다. 투입 요소가 자본이라면 지출을 줄여 작은 이익을 남길 수도 있고, 투자를 늘려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또 조직이나 제도를 통해 대상을 통제할 수도 있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전략은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 인적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비용과 투자라는 냉정한 자본 논리로만 접근하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지혜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깊이다. 이것은 판단의 근거다. 누구에게나 상황을 판단하는 근거 기준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이 판단의 근거는 상황을 이해하는 깊이와 관련이 있다. 누구는 대상에 대한 일차적인 원인에 근거해 판단하고, 누구는 그 원인의 원인을 생각해 궁극적으로 근본 목적에까지 연결하기도 한다. 깊이 생각할수록 더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일차적인 원인 해결에 치중하는 것은 시급한 증상 처방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어느 깊이까지 연결해서 판단할 것인지는 선택 사항이다.

우리가 의견을 나눌 때 문제에 대한 각자의 초점, 방향, 깊이는 보이기 어렵거나 들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세 가지는 각자의 의견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각자가 이 세 가지에 대해 일치된 생각을 가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서로의 상식대로만 의견을 낸다면 올바른 해결책은커녕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수면 위에 올려놓고 관리돼야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추구하는 가치 방향을 정하고, 어떤 수준의 목표에 맞출 것인지 조직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러한 가치들이 정렬된 이후에 의견을 나누게 되면 상호 신뢰는 더 깊어지고 개인의 생각을 넘어서는 최선의 해결책이 나오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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