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교육계, 차기 정부에서 교육부 기능 축소는 불가피 전망
‘연구·산학협력은 과기부’ ‘전문대는 고용부’ 각종 우려 제기
“교육 정책은 교육부서 담당하되 과기부·고용부 수준 지원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한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출범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교육계 내부에서 각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전문대학가는 전문대 주무 부처가 교육부에서 고용노동부로 옮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술렁이는 상황이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 25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았다. 교육계의 이목이 차기 정부의 교육부 개편 향방으로 쏠린 가운데 교육부는 이날 인수위에 고등교육·직업교육, 초·중등교육, 산학협력 등 교육 분야 현안을 보고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존치·폐지에 대한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의중에 모든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보수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케이정책플랫폼 이사장(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최근 ‘교육부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 위원장도 대선 후보 당시 공약에 ‘교육부 폐지’를 포함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 “MB 때와 비슷하지 않겠나…교육부 기능 축소는 불가피” = 대학가에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는 이명박 정부 당시 조직과 유사하게 개편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장처럼 교육부가 총리실 산하 위원회로 강등되진 않더라도 지금처럼 독립된 형태의 단독 부처로서 기능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있었듯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교육부의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며 “현 단계에서 섣부르게 예상하긴 힘들지만 교육부가 존치된다고 해도 과학기술 정책 부처로 흡수되는 식으로 기능적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기능적 축소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대학가는 대학 정책을 어떤 부처에서 담당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이주호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교육부 기능을 각각 국무총리실·과학기술정통부·고용부로 분산하는 방안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이 전 장관은 보고서에서 “대학이 교육부의 통제를 받는 구조에선 자율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대학의 연구·산학협력은 과기정통부로, 전문대는 고용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 전문대 고용부로 이관되나? 술렁이는 대학가 여론 = 전문대 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교육부에서 고용부로 이관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전문대학가는 술렁이는 모양새다.

‘전문대 고용부 이관’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한국폴리텍대를 지원하는 고용부의 막대한 직업교육 예산을 이유로 든다. 전직 교육부 고위 관계자 A씨는 “현직 대학 총장으로 계신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교육부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대학 위에 군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지원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규제만 있어 대학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정책을 담당할 정부부처로 일원화돼야 한다”며 “지금은 전문대와 코리아텍·폴리텍을 각각 교육부와 고용부가 나눠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에선 정책 효율성은 떨어지고 대학의 불만·우려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대의 고용부 이관을 반대하는 쪽에선 직업교육 진흥에 대한 정부의 의지나 로드맵 없이 부처 교체만 이뤄진다면 현재의 전문대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남권의 한 전문대 교수 B씨는 “전문대가 고용부 아래로 들어가게 되면 또 거기에서 새로운 규제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정부는 전문대 예산 증액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극적 입장이었다. 어떤 부처가 담당하느냐보다 윤석열 행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 교육부 해체·기능축소론 신중한 대응…교육부 존치 여론 더 높다 = ‘존폐·기능 축소’ 논란의 중심에 선 교육부는 겉으로는 반응을 삼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교육부 해체, 대학 정책 기능 이관 등에 제동을 걸 반박 논리를 준비하는 등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내부의 입장을 내세우기보다 교육계 의견·주장을 중심으로 교육부 해체 논리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 교육부는 최근 대학 보직교수들을 대상으로 부처 해체, 대학 정책 기능 이관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연구·산학협력 분야는 과기부, 전문대는 고용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교육부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과정에서 주요 대학 보직교수들은 교육부 존치와 대학 정책·지원 기능 유지를 지지하는 의견을 다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과기부, 교육부·고용부가 겉으로는 유사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과기부는 과학기술, 고용부는 노동에 중점을 둔 부서”라며 “교육부 해체나 기능 분산이 능사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교육 정책을 담당하게 하고 연구·학문, 직업교육 지원을 과기부·고용부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기능 축소, 대학 정책 이관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약간 더 우세한 만큼 향후 인수위 논의 진행 과정에서 학계 전문가, 교육계·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대한 질문에 65.6%가 반대한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 폐지에 대해 지난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도 주장한 바 있었다”며 “교과부와 과기부가 통합됐다가 다시 교육부로 분리된 것을 통해 이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하더라도 교육부의 기능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며 “교육부를 격하·폐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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