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영(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술연구정보센터 소장)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연구자가 논문을 쓰는 데 소요되는 시간 중 40% 이상을 관련 연구정보를 찾는 데 소비한다. 또한 연구자의 90% 이상은 연구할 때 해외 연구정보를 활용한다. 즉, 필요한 연구정보가 풍부하고 이용하기 쉬운 환경이라면 연구자는 그만큼 시간을 절약하고 우수한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학 도서관이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의 양적·질적 수준이 높은 대학이 연구경쟁력이 높게 나타난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국내 4년제 모든 대학이 구독하는 학술지나 논문의 양은 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퍼드 1개 대학이 구독하는 양보다도 적다. 참고할 수 있는 연구정보는 그만큼 부족하고 그나마도 상당부분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 환경에서부터 경쟁력이 낮다. 지식사회로의 진입으로 정보의 양이 폭증하면서 어느 한 대학 도서관이 대학의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비중은 더욱 작아졌다. 연구자가 필요한 정보를 그 대학에서 구할 수 있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대학이 보유하는 모든 학술정보의 공동활용체제인 RISS(www.riss4u.net)를 통해 학술연구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연구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일본은 20년 앞서 문부과학성 산하 국립정보학연구소(www.nii.ac.jp)를 통해 일본 대학의 학술정보 공동활용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정부도 2·11공정을 통해 동일한 체제로 중국고등교육문헌보장계통(www.calis.edu.c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예외적으로 비영리법인 OCLC가 전 도서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영국·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정부기관에서 정보공동활용체제를 구축해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RISS에서는 전국 대학이 보유하는 장서의 소재 정보를 제공해 대학 간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저작권 동의를 받은 100만 건 이상의 국내 학술지 논문을 인터넷상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학술지의 경우 민간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통합적으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위논문과 더불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학위논문은 졸업생이 이용을 허락한 자료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대학 논문의 95% 이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한편 대학원생이나 교수가 주로 이용하는 연구정보는 외국 학술지의 논문으로 온라인 파일 전송이나 복사 서비스로 받아 볼 수 있다. 개별 대학이 구독하기 어려운 고가의 해외 학술정보는 대학과 공동으로 아카데믹 라이선스를 획득해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구정보 이외에 MIT의 OCW(Open Course Ware) 서비스와 같은 해외 교수 학습정보뿐 아니라 고려대 등 국내 대학의 우수 강의 자료(www.kocw.net)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보수적인 대학 사회에 참여와 개방 공유, 협력의 2.0패러다임에서 교육 및 연구의 질적 향상이 기대된다.

사회 전반의 글로벌화는 정보 활용 분야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RISS와 같은 국가의 대표적 공동활용체제가 이웃 국가들과도 시스템적으로 연계가 되어 이미 일본의 대학에 있는 자료를 RISS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고, 중국 대학의 소장 자료들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퍼드에서도 RISS 인터내셔널을 통해 우리 대학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 세계적으로 연구경쟁력이 뛰어난 우리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 대학의 총장님들이 다시 한 번 연구정보의 중요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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