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교육부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초·중·고 전체 사교육비 규모는 지난해보다 4조 1000억 원이 증가한 23조 4000억 원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75.5%, 주당 참여 시간은 6.7시간으로 전년보다 8.4%p, 1.5시간이 늘어났다. 사교육 참여 학생들의 월 지출액은 초등학교 40만 원, 중학교 54만 원, 고등학교 65만 원 수준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치부심해왔다. 사실 학교교육 내실화를 통한 사교육의 공교육으로의 흡수, 사교육 유발 억제를 위한 대입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비 대책만큼 꾸준히 추진돼온 교육부 정책도 없다고 보인다.

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다 보니 정부의 정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지만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시계열 변화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교육비 규모, 참여율, 참여 시간 등이 2015, 16년 최저점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감소했다. 그 지출 규모는 2007년 20.9조 원에서 2015년 17.8조 원까지, 참여율은 2007년 77.0%에서 2016년 67.8%까지 매년 지속해서 줄었고, 참여 시간 역시 2007년 7.8시간에서 2015년 5.7시간으로 계속 줄었다. 그러던 것이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된 사안들을 살펴보면 자유학기제(2013 시범운영, 2016 전면도입), 공교육정상화법 제정(2014), 수능 비중 및 정시모집 확대 논의(2018) 등을 들 수 있겠다. 향후 사교육 증가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대입 제도 변경 논의는 금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보완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죄수들의 딜레마’ 현상과 비슷하게 과열 경쟁에 기초한 불신과 불안한 마음, 진학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대응 방안을 보면 가능한 정책들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 아쉬운 점은 중앙정부적 시각이 강하다는 점이다. 사교육 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위해 대학들과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시·도교육청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것이 대학진학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학들이 대입전형 면접 시 지원자들의 사교육 최소화 및 자기주도적 학습 노력을 발표토록 해 반영하는 것은 어떨까. 시·도교육청에서도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고 체계적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 대학들과 시·도교육청이 협의해 KERIS의 e학습터나 EBS 콘텐츠를 활용한 교과형 방과 후 교실을 위탁 운영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대학들의 사교육 완화 노력을 현재 운영 중인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대학, 시·도교육청과 학교가 정책의 대상을 넘어 동반자적 협업 체제로 탈바꿈해 함께 교육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사교육비 통계 발표에도 통계청과 교육부만 참여하지 말고 교육청과 대학들도 함께해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텍쥐페리에게 양을 그려달라고 한 ‘어린왕자’는 그가 그려준 양이 ‘병이 들었다’, ‘뿔 달린 염소같다’, ‘너무 늙었다’며 번번이 퇴짜 놓는다. 고민 끝에 상자만 그려주고 양은 그 안에 있다고 하니 비로소 어린왕자의 얼굴이 환해지며 ‘내가 갖고 싶었던 그림’이라고 좋아한다. 요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부 개편안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학들이 요구한다고 교육부가 계속 자신이 생각하는 양을 그려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 상자만 그려주고 대학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양을 각자 기르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사교육비 문제 해결 방법도 그 상자 안에 들어있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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