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졸업식, 해외봉사, 음악회, 유학생 문화행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학생회, 대학 자치 문화 알리기 위해 오프라인 문화 행사 필요…안전 문제 우려한 갈등도
“학생 주최 대학 행사 허용하고 대학 안전문제 대응 매뉴얼 만들어져야”
학생 ‘코로나 블루’ 심화 정책 지원 요구…국가가 운영하는 전국단위 상담센터 운영 고려

23일 열린 성균관대 금잔디 문화제. 금잔디 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봄날 캠퍼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돗자리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지정해 운영한 모습이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23일 열린 성균관대 금잔디 문화제. 금잔디 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봄날 캠퍼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돗자리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지정해 운영한 모습이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로 대학문화 활동의 풍경이 바뀌었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대면으로 진행했던 각종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더라도 지정 좌석을 운영하고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가운데 긴장 속에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정부와 대학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데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캠퍼스가 활기를 되찾길 바라고 있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코시국’ 맞춤 대학문화 행사 눈길…‘대학문화’ 회복 대안될까 = 코로나19 유행이 2년 넘게 이어지자, 대학문화를 회복하기 위한 대학 구성원들의 지혜가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학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대학 문화행사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이런 시도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대학문화를 회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면행사로 진행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도 새로운 시도가 적용되고 있다. 입학식부터 음악회, 봉사활동까지 대면·집합 형태가 기본이었던 각종 행사들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되고 있다.

숭실대‧원광대는 온라인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숭실대의 경우 학생들이 한국어 교육 자료와 문화교류 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해 키르키즈스탄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교육 봉사를 했다. 온라인 봉사활동의 가능성을 확인한 숭실대는 대면 봉사활동이 재개되기 전까지는 온라인 봉사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원광대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간 이집트 소재 대학교 한국어학과 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음식 만들기, 태권도&전통춤 추기, 한글 백일장 등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유학생을 위한 문화행사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호남대는 지난 28일 유학생으로 이뤄진 음악동아리의 온라인 음악회를 기획했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에서 2시간 동안 라이브로 음악회를 연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을 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음악회를 준비했다. 

특히 입학식이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신입생 대상 행사의 경우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3월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을 개최한 순천향대는 올해도 메타버스 입학식을 개최했다. 메타버스 공간에 순천향대 캠퍼스의 상징적인 장소인 향설동문, 벚꽃 가로수길, 교육과학관, 피닉스 광장 등을 구현했다. 입학식의 사회는 순천향대의 대표 메타 휴먼(아바타) ‘스칼라(SCHolar)’가 맡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인하대도 올해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고 2년 만에 메타버스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인하대 공과대학 16개 학과가 참여해 나흘간 메타버스 플랫폼인 ‘개더타운(Gather Town)’ 속 인하대 가상캠퍼스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직접 아바타를 만들어 정해진 시간에 가상캠퍼스에 접속해 안내를 받았다.

순천향대 등 대학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입학식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문화 행사를 열기 위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순천향대 등 대학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입학식을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문화 행사를 열기 위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대학 생활서 오프라인 행사 의미 커…통 큰 허용 기대” = 이와 같이 온라인 행사가 대세로 떠오르긴 했지만,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대학들도 여럿 있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지난 23일 오프라인 축제인 ‘금잔디 문화제’를 진행했다. 플리마켓이나 프로모션 부스를 설치하고, 금잔디 광장에 돗자리를 펴 두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거나, 대형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는 등 즐길거리를 마련했다.

여느 대학 축제와 다르지 않게 진행됐지만, 잔디밭에서도 거리두기를 하며 앉아있을 수 있도록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구획을 나눈 점은 아직 코로나19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성균관대는 참여 학생 간 거리두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돗자리 존’을 운영하는 한편,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도 거리두기 간격을 지킬 수 있도록 상시 안내했다.

장필규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진행하는 인력도 부족해 콘텐츠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참석 학생 수도 절반에 그쳤지만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로 대학 생활을 만끽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아쉬움을 해소하고 다시 활기찬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대면 행사들은 신입생뿐 아니라 코로나19 기간 동안 신입생 기간을 지나친 현 2,3학년 학생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 회장은 “보통 축제를 하면 신입생들이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지만 이번 ‘금잔디 문화제’의 경우 2,3학년 학생들의 참여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았다”며 “올해는 대동제를 기획할 때에도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 대학 자치 문화를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자체 문화행사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서울에 위치한 A 사립대의 학생자치기구는 최근 오프라인 행사를 주최하려다 대학 본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안전상의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에게 대학문화를 돌려주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데 대한 대학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은 “안전 문제가 걱정되더라도, 대학이 그 위험을 감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면 행사를 하더라도 안전수칙을 충분히 지키고 유의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대학 캠퍼스는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성찰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사람과 만나 어울리는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방침으로는 안전상의 책임이 대학에 보다 무겁게 지워져있고 학생 자체적인 행사 주최를 막고 있어 대학만의 의지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의 현재 지침에 따르면, 대학 문화행사는 대학이 허가하는 것만 가능하고 또 대학이 주관하는 행사만 진행할 수 있다”며 “학생문화는 학생이 주체가 돼 만들어온 것이 사실인데 교육부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른 채 권고한 게 아닌가 싶다”고 교육부의 지침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효민 전국대학교학생처장협의회 회장(영산대 학생‧취창업지원처장)은 “대면 수업을 확대하고 대면 행사도 늘린다면 이에 맞는 방역지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학은 그저 방역을 하고 감염자 현황을 파악하는 노력밖에 할 수가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 행사를 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대면 행사를 열기 어렵다. 학생들의 대학문화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아이클릭아트)

■ ‘코로나 블루’ 호소하는 대학생 늘어가지만 대학 상담센터 여력 부족…정책 뒷받침 절실 =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대학 상담센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도 많은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손길이 필요한 대학생은 늘어났지만 지원과 인력은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상담센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장회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회장(경상국립대 교수)은 현재 대학 상담센터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1월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전상협) 전국 대학 학생상담기관 실태조사에 참여한 124개교 중 인력 현황을 보면, 전일제 상담원 수는 고작 1~2명 수준인 대학이 58.9%(1명 32.3%, 2명 26.6%)인 것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유급 파트타임 직원이 없는 곳도 4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담센터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을 위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정 여력이 열악한 상황이다. 대학 상담센터들의 한 해 운영비 총액 평균은 평균 6676만 원이었다. 구체적으로 △거점국립대 1억2234만 원 △4년제 사립대 7030만 원 △전문대 6328만 원 △기타 4년제 국립대 5268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상협은 “이 중 운영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제외한다면, 1인당 필요한 최소 비용을 고려해볼 때 학생들에 대한 직접 지원 비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판단된다. 심리검사비, 간식비, 체험비 등과 같은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학생들의 상담센터 수요가 높았으나 당시 인적자원 상황으로 적시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현재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악화돼 수요가 더 늘어났다”며 “대학 재정여건이 어려운 시기이다보니 대학들도 상담센터에 많은 예산을 할당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 자율로 수요가 넘쳐나는 상담센터를 현재처럼 운영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위해 대학 상담센터를 지원하는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며 “각 대학 상담센터를 지원하는 방식이 어렵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전국단위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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