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농구 선수였던 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농구에 푹 빠져
대학 졸업 앞두고 주장 맡은 ‘빅맨’ 여준형,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그 우승 정조준
“나보다 더 관심받는 동생? 각자 위치에서 최선 다하는 농구 형제로 이름 알리고파”

여준형 고려대 농구부 주장
여준형 고려대 농구부 주장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대학 스포츠 리그에서 최고의 인기종목으로 뽑히는 대학 농구는 90년대 중반부터 고려대와 연세대 농구부를 필두로 한 대학 농구부 선수들이 맹활약하면서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대학 학생 선수들에게 프로 입단 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무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던 대학 농구는 최근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에 한 대학 농구부 감독은 “최근 몇 년간 대학 선수들은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이 없는 채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스포츠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팬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 정책 완화로 올해부터 경기장에 다시 한번 대학 농구 팬들의 응원이 울려 퍼질 전망이다. 대학 농구 리그에 훈풍이 불어오는 와중에 여준형 고려대 농구부 선수는 지난해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고려대 농구부의 선봉장을 맡았다. 대학 생활 마지막 해를 맞아 농구부 주장을 맡은 그는 감독이 올 시즌 가장 기대하는 선수로 뽑을 정도로 큰 신뢰를 받고 있다. 미래의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여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25일 고려대 아이스링크장에서 그를 만나봤다.

■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운명처럼 빠져든 농구 = 그가 농구공을 처음 잡아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의 일이었다. 농구선수였던 아버지를 닮아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키가 커 농구 선수의 길을 가려했지만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접했지만 선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3살의 일이었다”며 “고민이 길어져 결국 남들보다 2~3년 정도 늦게 농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록 남들보다 늦게 농구를 시작했지만 그는 농구를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용산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길 것이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강팀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뒤의 그 쾌감은 지금까지 농구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며 웃어 보였다. “용산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강한 팀이 아니었다. 대회 8강에서 우승 후보로 뽑혔던 전주고등학교와 만나 주위에서 모두가 진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평가를 보란 듯이 뒤집어버렸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강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다”

여 씨는 당시의 좋은 기억이 지금도 매 순간 경기를 뛸 때마다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연세대 농구부와의 경기에서 이겼을 때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며 “올해 연세대와 경기가 있는 날에는 승리를 위해 더 열심히 코트를 누비겠다”고 강조했다.

■ 주장 여준형, “팀 동료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 = 이러한 끈기와 열정으로 그는 지난해 소속팀 고려대 농구부의 왕중왕전 우승을 처음으로 맛봤다. 하지만 7년 만의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잠시, 올 시즌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실력이 출중한 선배들이 떠난 것이 오히려 자극이 됐다”며 “이전보다 수월하게 시즌 준비가 이뤄져 만족스럽다. 몸 상태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좋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옆에서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지켜봤던 주희정 고려대 농구부 감독은 그를 “항상 솔선수범한 태도로 경기에서 한 발자국 먼저 움직이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로 뽑기도 했다. 주 감독이 모범적인 훈련 태도와 성실함을 갖춘 그에게 이번 시즌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 역할을 맡긴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주장이 된 여 씨가 선수단에 가장 강조한 내용은 ‘서로를 향한 신뢰’였다. 이를 위해 그는 “내가 먼저 팀 동료를 믿어야 신뢰받는 선수가 될 수 있다”며 “후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중학생 시절부터 한국 농구를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친동생 여준석 씨가 고려대 농구부에 입단한 것에 개의치 않는 듯 “서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라고 답변했다. 그는 “용산고 시절에 준석이와 같이 뛴 경험이 있다. 서로 의지하면서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 이번 시즌은 4년 만에 함께하는 만큼 멋진 모습을 동생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경주마 같이 달리겠다’는 여준형 선수의 서명
‘나는 경주마 같이 달리겠다’는 여준형 선수의 서명

■ KBL 드래프트를 앞둔 고려대 농구부 주장의 각오는? = 4학년이 돼 KBL(한국프로농구) 드래프트 참가를 앞둔 그에게 이번 시즌은 마지막 도전의 장이다. 그는 “더욱 인정 받는 선수가 되기 위해 올해 모든 것을 쏟아낼 작정이다”며 “현재 전주 KCC 이지스에서 활약하는 송교창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올 시즌 내내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제는 관중 입장이 허용되는 만큼 이번 리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 중 관중들의 함성이 없어 상대적으로 힘이 덜 날 때가 많았다”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많은 관중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로 자신을 소개한 그의 말에서 설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농구가 좋아서 시작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지금은 프로 진출이지만 이후에도 다음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전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인터뷰를 마친 후 다음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훈련을 위해 농구장에 간다는 말을 남겼다. 인사를 마친 후 익숙한 듯 농구 코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에서 농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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