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
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

‘10년 빨리 찾아온 미래를 직시하라.’

세계적인 석학인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학교 교수가 최근 펴낸 《거대한 가속(Post corona)》의 서문을 장식하는 말이다.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이전 감염병처럼 잠깐 유행하고 그칠 것으로 생각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현재로 만 2년째를 넘기고 있다. 그간 경험을 비춰봤을 때 현대에 이처럼 감염병이 우리 삶을 변화시킨 사건이 있었을까 싶다. 아니‘변했다’라는 표현이 심심할 만큼 코로나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세상은 늘 변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깨달은 셈이다.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을 비즈니스, 교육, 공공시스템 3가지로 나눴다. 그중 교육은 2020년 한해를 돌이켜보자면 연초에는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수차례나 연기됐고 아직은 시기상조라 여겨졌던 비대면 교육이 공교육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 도입되는 등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교육을 비롯한 사회 여러 기술 분야에서는 다양한 기술 간 접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이러한 변화는 가속도가 붙어 사회 전반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코로나 이전 시대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다’라는 말처럼 코로나로 한참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늘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변한 건 환경만이 아니다. MZ세대, 오늘날 청년을 지칭하는 또 다른 표현이다. MZ세대는 1980년대에서부터 2010년대까지의 출생자들로 이들은 이전 세대와 뚜렷이 구분되는 몇몇 특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MZ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났기에 디지털 기반 소통에 앞선 세대들보다 익숙하고 친숙하다.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모바일 메신저, 소셜미디어 등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고 긴 텍스트보다는 간단한 이미지와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스낵컬처가 확산돼 있다. 가치관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난다. 집단적 가치보다는 개개인의 취향과 가치를 존중하며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특성은 사회진출에서도 이전 세대와 다른 결과를 빚어낸다. 정형화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최근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형태 고용이 증가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 차원에서 고정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는 여러 분야에 양껏 도전해보고 싶은 MZ세대의 생각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화가 상수인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학습자들에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큰 숙제가 대학들 앞에 놓여있다. 특히 고등직업교육을 책임지는 전문대학으로서 ‘그러한 환경 변화에 우리 대학이 잘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 늘 끊임없이 자문자답을 되뇌곤 한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교육 일선에 있는 모든 이들이 짊어져야 할 문제다.

최근 작고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이어령 선생은 2000년대 초반에 앞으로의 후기정보화사회를 디지로그(Digilog)라 명명했다. 디지로그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정서의 융합을 뜻하는 것으로 디지털 기술의 편리성을 활용하되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10여 년이 흐른 2022년 현시점에서도 그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다시금 감탄이 절로 나온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발맞춰 앞으로의 교원들은 스마트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양한 학습 도구를 활용해 학습자를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달라진 시대와 세대 속에서 과거의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학습수요에 부응하지 못할 뿐더러 미래세대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역량을 길러주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교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잘 융합해 교육할 수 있는 디지로그 능력을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교육은 공간, 수단의 변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최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생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은 정보 전달의 새로운 통로이자 ‘양방향 소통’의 매개체다. 비록 우리의 교실이 넓은 강의실에서 작고 네모난 디스플레이로 변했다고 하나 미래교육은 ICT 기술을 날개로 삼아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한 MZ세대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과 함께 특화돼야 함을 시사한다. 기존 인터넷 강의처럼 녹화된 영상을 다수에게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물리·공간적 틈새를 좁히기 위해 교원은 학습자와의 관계 형성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한 맞춤식 교육과 함께 메타버스, VR 등 새로운 신기술을 교육 환경에 도입해 학습에 대한 흥미와 효율을 높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 불변의 진리 중 하나가 세상은 늘 변한다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늘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도 우리사회로부터 늘 혁신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대학혁신의 핵심은 곧 교육혁신이고 그 중심에는 ‘교원 역량개발’이 있다. 전문대학 교수는 산업체 현장과 늘 함께 호흡하며 전공 분야 직업교육에 관해 연구·개발하고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 기술 그리고 역량이 변하고 있기에 교수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의 역할을 해야 함은 물론,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인생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청년들이 전문대학을 필요로 하기에 우리의 혁신은 결코 멈출 수가 없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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