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명지전문대학 특임교수

정지선 명지전문대학 특임교수
정지선 명지전문대학 특임교수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존 교육부의 기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부 고등교육실의 존폐와 전문대학의 운신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의 기능과 범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산업구조의 변화와 직업의 생성·소멸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어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른 전직과 이직이 빈번해지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학교육이 보편화되어 대학 진학률이 70~80%를 넘어선 지 오랜 우리 사회에서 평생교육은 고등교육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평생교육 중에서도 직업교육 분야의 수요가 가장 많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은 공히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수행해 오고 있다. 즉 두 가지 상이한 제도로 직업교육의 인력양성과 배출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 정책과 지원 기능은 각각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나눠 담당해오고 있어 제도적·정책적으로 상이한 규제와 지원을 받고 있다. 한 가지 기능을 두 개 이상 부처에서 수행하다 보면 기능 중복에 따른 낭비, 비효율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부처 칸막이와 부처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부처들마다 중복 투자와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사업으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

따라서 두 개의 상이한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을 제도적·정책적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한 경우 물리적 통합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교육부는 인력의 양성과 공급을, 고용부는 인력 고용과 노동시장 문제를 담당하는 것이 각각의 고유업무다. 인력 수급의 일치와 균형을 위해 두 부처는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부의 schooling(학습과 인재 양성) 기능이 고용노동부의 Work(고용, 노동) 기능으로 연결되고, 노동시장 진출 후에도 역량 향상, 이직, 전직 등을 위해 다시 Schooling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즉 ‘School-to-Work, Work-to-School’이 원활하게 이행되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평생직업교육기관 체계화는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을 일원화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전문대학은 사립 일변도이며 폴리텍대학은 국립적 성격이라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일원화 과정에서 전문대학은 사립이 대부분이고 폴리텍대학은 국립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교육부 관할 하에 전문대학이 항상 재정지원의 부족 상태에 있는 것과는 달리 폴리텍대학은 고용부의 든든한 고용보험기금의 직업교육 예산의 혜택을 받아 재정이 건실한 편이다. 전문대학은 축소, 폴리텍대학은 증가 일로의 상반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이한 재정지원 정책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용부가 보유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의 직업교육 예산을 교육부(혹은 이에 상당하는 조직)가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이 통합된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평생직업교육을 통한 인력양성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이 일원화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두 제도를 일원화할 때 어느 부처가 정책적 지원을 담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상적으로는 인력을 양성해 노동시장에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교육부와 노동시장 인력 수요 측면의 정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연계와 협력을 통해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부처 간 칸막이가 높고, 부처 간의 조정(coordination) 기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평생직업교육기관에 대한 정책 기능을 하나의 부처가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노동시장에서 인재양성 기능을 담당하는 교육부가 일관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기능 통합이 필요하다. 호주,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교육부와 노동부 기능을 통합했거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노동과 교육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평생학습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 역량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역량 기반 노동시장 진출입이 자유롭도록 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속한 변화와 발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의 기능 정립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고등교육기관들이 신입생 충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등교육기관의 퇴출을 희망하는 대학들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슬림해지고 일원화된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이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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