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파워’ 소속 너나들이팀, 공익 광고 ‘가장 위대한 3분’
버스 기다리는 3분 동안 어르신께 안부 전화…일상 행동 촉구
코로나19 속 가족모임 감소, 노인 우울증 위험 2배 가량 증가
“노인들 사회적 고립 가속화 문제…정신건강 취약 우려”

(사진=너나들이)
남성역 3번출구 앞 버스쉘터에 게재된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한 ‘가장 위대한 3분’ 공익 광고.(사진=너나들이)

[한국대학신문 김한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족 간 교류가 줄어들고 사회적 활동이 감소한 탓이다. 특히 경로당, 복지회관 등의 시설 운영이 축소되면서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노인우울증 예방에 발벗고 나선 대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대학생 연합 광고동아리 ‘애드파워(ADPOWER)’ 소속 너나들이팀이다.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남성역 3번출구 앞 버스쉘터에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한 ‘가장 위대한 3분’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이 광고는 너나들이팀 5명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공익 캠페인의 일환으로,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어르신들께 안부 전화를 드려 노인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게제된 광고에는 쓸쓸해보이는 노인 위로 버스전광판에 적힌 ‘안부 묻기-3분’ 문구가 눈에 띈다. 광고에 언급된 3분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르신께 전화를 드리기 충분하다는 의미로, 노인우울증 예방을 위한 일상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광고를 제작한 너나들이팀 박지연 씨(24·중앙대 영어영문·광고홍보학과)는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깊은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스스로도 바쁘다는 핑계로 지방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연락을 못드리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며 “사실 ‘3분’이면 어떻게 해서든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광고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기다림’하면 가장 일상적인 공간으로 광고 속에 나오는 버스 정류장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 전광판을 보면 3, 4분이면 ‘곧 도착하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나. 여기서 착안해 안부 전화가 연상이 되면서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로 표현을 했다. 그래서 광고 게재도 버스정류장에 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생 연합 광고동아리 ‘애드파워’ 소속 너나들이팀이 시니어 모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너나들이)
대학생 연합 광고동아리 ‘애드파워’ 소속 너나들이팀이 시니어 모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너나들이)

너나들이팀은 노인 우울증 관련 공익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기획부터 촬영, 편집, 장소 선정까지 약 3개월 이상을 준비해 왔다. 또 어르신 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인스타그램를 통해 시니어 모델을 섭외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했다. 광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비용 문제가 제일 큰 부분을 차지했다.

박 씨는 “자체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보니 현재까지 어떠한 지원도 없이 운영해 왔다”며 “모델 섭외부터 광고 게재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학생 입장에서 부담이 컸다. 하지만 팀원들이 다 흔쾌히 협조를 해줘서 해결이 잘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델을 구한다는 생각보다 인터넷 무료, 유료 이미지를 찾아서 진행해보려 했지만 원하는 이미지가 없었다”며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에게 요청을 드렸는데 긍정적으로 답변을 해주셔서 또 적은 비용으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 씨가 이번 광고를 제작하며 현장에서 체감한 노인들의 어려움은 심각했다. 박 씨는 “노인 우울증에 걸린 어르신들은 하루에도 몇 마디 안 한다고 하더라. 우리 입장에선 상상도 못할 고독함인데 그게 일상이 되고, 코로나로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사진=너나들이)
(사진=너나들이)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한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대종 교수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년기 우울증 발병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국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60대 이상 노인 2308명을 대상으로 2016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은 구조화된 임상면담을 통해 대상자의 우울장애 여부를 진단하고, 자가설문도구를 통해 우울증상의 중증도를 평가했다. 또 연령, 성별, 거주형태, 경제적 수준, 생활습관, 사회활동 빈도, 만성질환 등 위험인자가 노년기 우울증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후 가족모임 등이 감소하면서 노년기 우울증 발병 위험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우울증 병력이 전혀 없던 노인의 경우에도 우울증 발병 위험이 무려 2.4배 늘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지역사회 노인들의 사교활동과 종교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가족모임이 주 1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노인들의 경우 주 1시간 이상 가족모임을 유지하는 노인들에 비해 팬데믹 이후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지역사회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되면서 정신건강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강화와 함께 심리지원을 보다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울증을 겪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60대 이상은 전국에서 96만9167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91만6612명)보다 5.7% 증가했다. 2019년(89만9956명)에서 2020년도 증가폭인 1.8%에 비해 급상승한 수치다.

전문가는 코로나19로 대면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족·지인 등과의 주기적인 전화 통화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노인들의 경우 코로나 확산 이후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사회적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주기적인 전화 통화 등 비대면 소통이라도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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