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대학연구활동실태 조사 보고서’ 분석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도 커…지역대학 우려 목소리도
이공계 분야 1인당 연구비 인문사회 분야 대비 6.9배
지역균형·다양성 확대되고 중앙정부 지원 패턴 벗어나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전국대학의 연구 활동을 분석한 결과 상위 대학의 연구비 독점과 연구 분야의 쏠림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활동에 있어 남녀 성비와 평균 연구비에서도 불균형을 보였다.

지난 3월 열린 2022년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커다란 변수 속 ‘지역균형 발전’과 ‘수도권 쏠림’을 우려하는 총장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포럼의 요지는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지역거점국립대를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지만 주요 거점국립대 역시 서울·수도권에 쏠린 지원체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월 ‘2021년도 전국대학 대학연구활동실태 조사 분석보고서’를 통해 한국 대학연구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학술진흥법’과 ‘한국연구재단법’ 등에 따라 추진됐다. 2021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전국 413개 대학 소속 전임교원과 산하 부설연구소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방법은 한국연구자정보와 크림스(KRIMS), 한국학술지인용색인을 활용해 각 대학에서 제출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 상위 20개 대학 연구비 쏠림 상당…서울대·연세대·고려대 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개 대학이 연구비를 휩쓸었다. 연구비 상위대학 현황을 보면 상위 20개 대학이 전체 연구비의 63.2%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이 전체 연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2.8%에서 0.4%p 증가한 것이다.

연구비 비중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울대로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그 뒤로 연세대 6.3%, 고려대 5.9%, KAIST 5.5%, 성균관대 5.5%, 한양대 4.1% 등의 순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성균관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상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과 지역 간 연구비 비중도 크다. 전체 사립대 연구비의 58.8%는 서울에 위치한 사립대가 차지하고 있다. 서울지역 국공립대 연구비 점유율이 23.8%인 것과 대비해 서울지역에 많은 연구비가 지원된 것이다. 연구비 상위 10개 대학 중 서울지역 대학이 5곳이었고 상위 20개 대학 중에서는 11개 대학이 서울·수도권지역 대학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공립대 연구비 지원 현황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울대를 제외한 국공립대 중에서 사립대인 연세대, 고려대보다 연구비가 높은 대학은 없다. KAIST 3918억 원으로 3911억 원인 성균관대 보다 높지만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전북대 등 주요 국립대가 사립대 연구비 5위 수준인 포스텍의 연구비 규모에 못 미친다.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서울지역 대학의 연구비 점유율이 4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어 대전이 8.6%, 경기가 6.6% 순이다. 반면 강원은 2.7% 충북 2.4%, 경남 2.4%, 전남 1.4% 등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수도권 상위 5개 대학의 연구비 합계는 1조9476억 원 정도인 반면, 비수도권 상위 5개 대학의 연구비 합계는 1조988억 원 정도로 큰 격차를 보였다.

■ 이공계 분야 연구비 점유율 90% 육박…인문사회 분야와 대조적 = 학문분야별로 연구 쏠림 현상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공분야의 연구비 점유율은 89.8%로 인문사회 분야 점유율 10.2%와 크게 대조됐다. 과제수는 이공 분야가 7만7110건, 인문사회 분야는 2만6366건으로 이공분야가 인문사회분야보다 과제수혜율이 18.2%p 더 높았다.

학문분야별 연구비 현황을 보면 연구비 수주 상위 3개 분야는 공학 45.8%, 의약학 22%, 자연과학 17.7%에 집중됐다. 인문학, 예술체육학 등 인문사회분야 연구비 비중은 각각 1.9%와 1.2%로 큰 차이를 보였다.

1인당 평균 연구비는 이공분야가 인문사회분야 보다 6.9배 높았다. 공학 분야의 경우 1인당 연구비가 1억5720만 원, 자연과학 분야의 경우 1억 3480만 원, 의약학 분야는 6071만 원이었다. 연구비 점유율이 낮은 인문학의 경우 1인당 연구비는 1018만 원, 예술체육학 분야는 801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대학 순위에서도 포스텍, KAIST, 광주과기원, 울산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 등이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이공계중심 대학이 연구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는 “국가 R&D 예산은 늘어나고 있는데 인문사회 기초연구 예산은 1.2%에 불과하다”면서 인문사회 분야 연구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기도 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중앙정부 연구비 지원 절대적…민간·교내 투자 늘려야 = 지원기관별 연구비를 살펴보면 중앙정부의 연구비가 절대적인 수준을 보였다. 대학연구비 지원기관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 연구비는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그중 중앙정부 연구비는 최근 5년간 평균 점유율이 73.%로 압도적이었다.

지자체 연구비 지원은 민간 15.8%, 교내 5.7%보다 낮았다. 반면 국외 연구비는 지난 4년간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2020년에는 전년 대비 33.5% 감소했다.

중앙정부연구비 지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학문분야별 현황과 학교별 연구비 현황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공학 분야가 전체의 48.3%로 가장 높고 다음이 자연과학, 의약학, 사회과학 순으로 나타난다.

학교별 현황 역시 상위 20개 대학에서 전체 연구비의 63.2%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중 서울대가 8.7%로 가장 높고 뒤를 이어 연세대 6.2%, 고려대 5.6% 순이다.

이에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과 같이 대학부분의 연구비 비중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민간과 교내 연구비투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임교원 늘었지만…여성교원 점유율 20%대로 낮아 = 전임교원의 연구 현황에서는 남성과 여성교원의 점유율 차이도 크게 나타났다. 4년제 대학 전임교원은 총 7만4813명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그중 여성교원의 점유율은 25.7%로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교원의 점유율이 높았다. 여성교원 비율은 이공 분야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연구비에서도 성비 차이를 보였다. 연구비 점유율은 남성교원의 경우 89.1%로 여성교원의 점유율인 10.9%보다 월등히 높았다. 1인당 연구비 역시 남성교원은 1억1435억 원으로 여성 4057만 원에 비해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연구비 성별 현황에서도 남성 전임교원은 평균 연구비 점유율보다 높은 89.7%로 10.3% 점유율을 가진 여성에 비해 훨씬 많은 과제를 수행하고 많은 연구비를 수주했다. 민간연구비의 경우 남성의 연구비 점유율은 90.8%로 9.2% 수준인 여성교원에 비해 현저히 높다. 교내연구비, 국외연구비 현황에서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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