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오세원 숭실대 기획조정실 팀장

벚꽃이 한창이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제대로 된 벚꽃을 맞이해서인지 아름답다 못해 설레기까지 하다. 대학 교정은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창밖으로 유난히 하얗게 핀 벚꽃이 대학 관계자들에겐 ‘봄의 향연’, ‘낭만’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누군가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온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은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높지 못한 대학은 교육부의 당근 정책인 특별 재정 지원에 따라 자발적 정원 감축을 포함한 ‘적정규모화 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하는 대학들에게는 입학정원과 입학가능 학생수가 2024년까지 10만 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에 더 이상 다른 선택을 준비할 여력도 여유도 없어 보인다. 이들 대학은 적정규모화를 ‘생존을 위한 폐과’라고는 하지만 당사자들은 “왜 나여야 하는가”라며 항변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리고 고등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는 대학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며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이제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보고서 제출 마감일까지 불과 40여 일 남았다. 대학발전계획을 기반으로 3년간 추진할 대학의 혁신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학생의 성공과 대학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시간이지만 많은 대학이 ‘적정규모화 계획’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한 주간 여러 대학의 학과 통폐합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B 국립대는 불어·독어교육학과를 불문·독문과로 통합하고 강원도의 S 대학은 약 15%에 해당하는 300여 명의 정원감축을 예고하고 있다. 거점국립대학인 K 대학의 63명 감축은 오히려 애교로 보이기까지 한다. W 대학은 2년 연속 학생 모집이 저조하면 폐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보고서를 제출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대학이 입학 정원 감축과 그로 인한 학과 통폐합을 단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반발하는 해당 구성원들의 항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구성원 간의 갈등과 고통은 인구통계를 보면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올해 2022학번으로 입학한 학생이 태어난 2003년의 출생아 수는 49.5만 명이고,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 명으로 단순 계산해도 47% 감소가 이미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각 대학의 대응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단순 유사 전공의 통폐합은 지금 당장은 덜 고통스러울 수 있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인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저 ‘진통제’를 놓아주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 시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의 위기를 고민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할 구심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 정부 인수위에서는 교육부의 해체 관련 내용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평가와 재정지원을 미끼로 많은 문제를 대학에 전가해온 그간의 여러 정책과 사업들을 봐온 입장에서 ‘그래, 너희도 당해보니 어떠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교육부가 과학기술교육부로 바뀐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권의지계(權宜之計)가 아닌,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대학을 가장 잘 아는 대학 구성의 3주체인 학생, 교수, 직원의 목소리도 경청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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