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윤곽이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교육부는 그대로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교육부 존치론’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다양한 그룹에서 교육부 존치를 주장했다. 교육부 관리는 물론 교육 전문가, 각종 교육협의체나 단체 등에서 ‘교육부 존치’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 존치론에는 예의 ‘교육 홀대론’이 따라 왔다. 이번에도 ‘교육부 불패론’을 주장한 측이 보기 좋게 이겼다.

교육부 존치 대열 가운데 규제일변도 교육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대교협이나 전문대교협 등 협의체들이 눈에 띤다. 교육부 정책에 가장 불만이 컸던 대학협의체가 교육부 존치에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유가 있겠지만 자기보신적,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본다. 단일 중앙교육행정 전담부서가 없어짐으로써 초래되는 여러 불편함과 문제들이 고려됐을 것이다.

대학 총장들도 교육부 존치론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정부의 현장경시, 일방통행식 정책 관행에 시달려 비판의 날을 갈아온 대학 총장들이 갑자기 교육부 우군이 된 느낌이다.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뒤에서는 앞다퉈 ‘교육부 무용론’을 주장했던 자들이 ‘교육부 존치론’자로 돌변했다. 무슨 큰 도움이라도 약속 받았을까? 아니면 서슬퍼런 교육부의 압력이 암암리에 작용했을까? 나중에 후일담을 들어봐야겠다.

교육부 변화를 열망한 혁신론자들은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의 교육부 해체론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의 케이폴리시(k-policy) 정책 보고서도 교육부 기능재편 붐업(boom up)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대학 혁신의 모멘텀을 정부조직 개편에서 찾으려 했다.

이들의 주장은 인수위 출범 초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서는 정부조직 개편 1순위로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를 거론했다. 인수위 구성부터 과학기술 인사들이 대거 들어갔고 교육계를 대변할 인사들이 소외됐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교육부 해체나 기능재편은 검토만 됐지 새정부 그랜드 플랜에서 빠졌다.

그렇다면 존치를 강력히 주장한 교육부 승리인가? 그렇지 않다. 교육부는 이미 존폐 논의에서 부처의 한계와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고 상처투성이가 됐다. 이 시점에서 교육부는 해체론이 왜 비등했는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해체론의 주지(主旨)는 대학을 혁신의 허브(Hub)로 만들기 위해 정부의 대학관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교육부 해체론이 수그러들고 교육부가 그대로 존치된다 할지라도 이들이 주장한 대학정책의 획기적 변화 필요성은 그대로 존재한다. 이제 교육부는 과거와는 단절된 새로운 대학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됐다. 단언컨대 ‘통제’ 위주 정책을 ‘진흥’ 위주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평가방식 전환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의 획일적인 평가지원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학을 365일 평가체제로 몰아넣는 현행 평가제도는 대학의 특성화와 자율적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구실로 대학을 통제해왔다. 대교협이나 사총협 등 대학협의체에서는 정부의 평가결과에 따른 선별적 재정지원 방식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부는 대학에 공유·협력을 강조하지만 평가 선정은 권역별로 실시해 공유·협력 대상교가 순식간에 경쟁 대상이 되는 모순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인근 대학이 문닫을 때까지만 버티라는 우스갯소리가 만연된 상태다. 상대가 죽어야 사는 ‘정글 법칙’이 대학사회를 지배한지 오래 됐는데도 억지로 못 본 채 하고 엉뚱한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벌써부터 교육부 존치가 규제위주 정책과 경직된 대학평가제도 운용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해체로 논란이 뜨거운 시점에서도 정부 대학평가 시계는 멈춤 없이 돌아가고 있다. 교육부는 여전히 현행 평가제도를 고수하려는 듯 3년 후 4주기 기본역량진단 준비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성급하다고 본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특별한 대학 관련 공약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학 자율화’에 대한 강한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교육부도 ‘대학 자율화’에 정책 레이더를 맞춰 놓고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신규 정책 발굴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윤석열 신정부에서 교육부 혁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접근하기 바란다. 교육부 혁신의 대의는 사라지지 않았고 더욱 명료하게 됐다. 교육부가 과거 관성에 떠밀려 지금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교육부 기능재편뿐만 아니라 해체 여론은 다시 비등할 것이다.

교육부 명칭은 그대로 뒀지만 교육부 기능을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직 현재진행형(ing)이란 소리다. 이제라도 미래세대 교육과 대학의 자율 혁신역량 제고를 위해 어떻게 정책 방향을 바꿔나갈 것인지 깊게 고민하는 교육부를 보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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