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이 완료됐다. 인선 기준에 시비가 있지만 대체로 ‘전문성’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새 정부를 뒷받침하는 책임 내각의 중요성을 고려한 듯 윤 당선인은 회견장에 나와 장관 후보자를 일일이 소개했다. 

장관은 행정 각부 수장으로 ‘정치’와 ‘행정’의 매개(媒介) 역할을 담당한다. 정부조직법 제7조에는 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으로 “소관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소관 부처의 장으로 부령(部令)을 제정, 공포할 수 있으며, 정책과 인사 및 재정, 조직 운영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을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으로 바꾸기 위해 ‘책임총리제’ 운영 및 장관에게 부처 운영의 자율성·책임성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특히 청와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됐던 인사권도 각 부처 장관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 도입을 시사했다. 보고 체계도 바꿔 대통령 비서실을 참모조직으로만 운영하고 “참모를 거치기보다는 장관을 불러 직접 보고” 받는 형태로 운영할 것임을 예고했다. 

나온 얘기만 종합해보면 대통령 비서실 역할이 순수 참모기능으로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내각 권한이 강화될 것 같다. 장관 내정자들은 역대 정부 어느 장관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뜻 ‘책임장관제’와 ‘분권형 국정운영’을 내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실험적 국정운영이 떠오르나 윤 당선인의 방식은 ‘책임총리’하에 내각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나가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윤 당선인의 새로운 실험이 어떻게 구현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대통령들도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의도한 바 있으나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시간이 경과되며 대통령 비서실로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장관은 제한된 영역에서만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청와대 비서실 권한이 강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장관이 왜소해지는 현상이 고착됐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국정운영의 난맥상의 원인으로도 지목될 정도로 비정상적 관행이었음은 틀림없다.

교육학자 박남기는 이런 장관을 ‘대통령의 아바타’로 규정한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 각 부 장관은 부여된 법적 권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직접적인 조정을 받는 아바타도 아닌 제3자(청와대)의 조정을 받는 대통령의 아바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단, 나름대로 “자신의 자율 조정 시스템을 갖춘 아바타지만 청와대 조정에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폐기되는 존재”로 장관의 제한적 권한과 취약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진퇴가 결정되는 장관들인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떻게 운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Dogan이란 학자는 장관을 ‘강한 장관’과 ‘약한 장관’으로 분류했다. ‘강한 장관’은 부처가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장관이다. 반면 ‘약한 장관’은 관료들에 둘러싸여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안주하며 일상적인 업무에만 몰두하는 관리형 장관을 이른다. 한 마디로 ‘전문성’과 ‘정치력’을 겸비한 장관은 ‘강한 장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둘 중 하나가 부족한 장관은 ‘약한 장관’의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 

“내각 위주로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니 장관 내정자들도 ‘강한 장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할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책은 대통령실, 내각, 국회 세 수레바퀴가 원활하게 작동될 때 실수가 없는 법이다. 그동안 펑크 났던 내각의 역할이 제자리를 찾게 됐으니 새로운 국정운영의 모습이 기대된다.

끝으로 장관이 책임 있는 국정운영자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 장관은 임기가 매우 짧다. 미국의 경우 장관이 최소 3년 이상 같은 부처에서 업무를 수행한 데 비해 우리는 약 13개월 정도로 1년 남짓한 상태다. 이렇게 짧은 재임기간으로 정책성과를 거두기란 불가능하다. 오히려 잦은 교체로 인한 정책 변경으로 많은 행정적 폐해를 낳는 현실이다. 또한 거시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추진은 생각도 못하게 된다. 

“권한을 확실히 주되 책임도 지게 하겠다”는 윤석열표 국정운영 방식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부수적으로 바꿔야 할 여러 절차와 관행들이 있을 것이다. 차질 없이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역할을 참모기능으로 한정하겠다는 초심을 임기 말까지 견지하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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