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출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 이모저모
대학·지자체 관학 협력 분야 전문가 한광식 원장 일문일답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교육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이 올 상반기 시작된다. 전문대와 기초자치단체 간 협력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2025년까지 3년간 405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전담 부처인 교육부는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 사업으로 지원 준비를 마쳤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전문대와 기초자치단체는 연합체(컨소시엄)를 구성해 다음달 둘째 주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전문대 총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은 우선 사업 예비신청서를 제출하고, 컨소시엄당 1개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는 전국 226개 시·군·구 기초지방자치단체, 제주시·서귀포시·세종특별자치시 등 총 229곳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상당수 전문대·기초자치단체들이 이미 컨소시엄 구성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컨소시엄은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를 꾸리고, 교육부 사업에 공모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착수했다. 컨소시엄별 위원회는 지역 특화산업을 선정하고 대학 학과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기간 지역 현안 맞춤형 과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굴·설계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선정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기초자치단체가 이토록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지정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지난 30년 이상 대학·지자체 협력 사업을 설계·추진해 온 한광식 원장과의 일문일답으로, 이 사업이 지방 전문대,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과 변화를 줄 것인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

-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전문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이 사업은 전문대가 기초자치단체와 중장기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지역 내 특화 분야 강화에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지원한다.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발전역량을 강화하는 분야를 선정해 교육체계를 연계·개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 기반 고등직업교육거점을 육성하는 토양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 사업의 특징은 개별 대학이 아닌 지역 단위로 확대 ‘지역과 대학’ ‘지역 내 대학 간’ 협업을 강조한다. 이제 전문대는 교육 서비스의 제공자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은 경쟁보다는 협력과 협업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치단체와 전문대의 협업에 지역사회와 전문대 상생의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가평생교육진흥원·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와 같은 평생직업교육 관련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맺어왔다. 이들과 전문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데 집중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지자체에겐 대학이 필요하고, 전문대도 지역과 함께해야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업이 증명할 것이라 기대한다.”

- 현재 기초지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지 궁금하다.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50%를 돌파했다. 지난 2000년에 64만 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10년에 47만 명, 2020년에는 27만2000명으로 줄었다. 저출산과 인구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고, 지역소멸 문제는 단지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나아가 국가의 안녕까지 위협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지방대·전문대의 위기는 지역의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위축 등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지금의 현안 문제는 개별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양보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경쟁 관계가 계속돼서는 어렵다.”

- 그렇다면 전문대, 지역사회에게 어떤 노력이 요구되나.
“전문대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용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 연구 활동이 지역사회 발전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전문대는 기초자지단체와 협력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고 지역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선도산업은 일반대가 중심이 돼 전개한다면, 지역특화산업(향토산업)은 전문대가 중심이 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기업·중소기업 각각에 할 일이 있는 것과 비슷한 논리인 셈이다. 경쟁에서 잘하는 대학만 선정하다 보면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농어촌·인구감소·지역소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할 때 꼭 우수한 대학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이 사업이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후진학 선도형 전문대학’에서 발전·확대한 개념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후진학 선도형 전문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3유형)은 엄밀히 말하면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사업)과 거의 같은 사업이다. 이를 구분하자면 후진학 선도형 전문대학의 비학위 중심, LIFE사업은 학위 중심이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은 엄밀히 구분하면 신규사업으로 보는 게 맞다.”

- 일반대를 거점으로 하는 교육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이 있다. RIS 사업과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과의 공통·차이점은 무엇인가.
“교육부가 지난 2020년부터 운영하는 RIS는 지자체가 대학 등 지역의 주체들과 ‘지역혁신플랫폼’을 구축하고 자율적으로 지역혁신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물론 이 사업이 광역자치단체와 지역의 거점대학이 중심이 돼 지역전략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감소·지역쇠퇴가 심각한 기초자치단체, 전문대의 실질적인 자구책 마련도 요구된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이 생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은 지역 내 특화분야, 즉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에 전문대·기초자치단체가 중심적 역할을 맡아 교육체계를 연계·개편하는 사업이다. 전문대가 지역에 기반한 고등직업교육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 RIS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에 참여하려는 전문대·기초자지단체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전문대, 기초자치단체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전문성을 지닌 인력을 확보해 현실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전문대는 교수의 역할이 지역으로 확대돼 대학 발전에 기여할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지자체로선 전문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지식이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한 면이 많다. 반면 대학은 이론 전문가들의 집단이자 정보의 양·질에 있어서도 체계적·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교수들의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자체는 전문대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지역 행정을 수행할 수 있고, 전문대는 지역에서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익 재원을 확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 이 사업의 구상부터 추진·출범에 원장님의 직·간접적 노력이 큰 것으로 안다. 사업 준비부터 출범까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말씀해달라.
“사실 지난 2020년 3월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등 평생직업교육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를 맺고 이들과 전문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데 집중했다. 연구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한국고용정보원·중소벤처기업연구원·산업연구원과도 업무협약을 추진했다. 사실 1998년부터 지역과 관계되는 일들을 수행했다. 특히 어려운 기초자치단체를 보면서 인근 대학이 효율적으로 이들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 이를 위해 전문대학-기초자치단체 사업을 만들기 위해 그간 언론사 기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방문 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전문대가 지역과 공존할 수 있는 사업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한국대학신문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전문대학과 지자체의 상생­협력방안 모색’ 기획특집을 마련한 게 하나의 방증 아니겠는가.”

-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 사업과 같은 전문대-기초자치단체 협력 사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대는 학생 교육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바지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전문대의 최대 강점은 일반대보다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대는 산업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소규모에 적합한 인력 양성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지역은 실업률 증가, 사회 양극화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구조 변화는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기술 습득과 숙련도 향상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전문대는 이에 대응한 조직과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관련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지역 유관기관, 전략산업기획단, 지방자치연구원 등과 협력체계도 공고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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