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불싸’ 윤석열 당선인이 2차조각 발표 후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조국사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입시비리’와 ‘병역비리’ 의혹이 한꺼번에 터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해명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비리 의혹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민은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는 ‘입시비리’ ‘병역비리’ ‘채용비리’에 대해서만큼은 평가 잣대가 매우 높다. 인수위 측에서는 일명 ‘조국사태’와 다르다고 서둘러 변명하고 있지만 이미 여론은 차갑게 돌아서고 있다. 이른바 조국사태가 국민에게 준 가장 큰 고통은 ‘내로남불’식 집권세력의 대응방식이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막가파식 대응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조국사태에서 드러났듯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도 불공정하며 결과도 부정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외친 정의, 공정, 평등이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됐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이러한 점을 파고 들었다. ‘내로남불’식 국정운영으로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정 내정자 비리 의혹에 대응하는 윤 당선인 측 방식을 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장관을 옹호하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조국사태의 데자뷰를 보는 느낌이다.일단 이런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사과는 커녕 오히려 명백한 위법 사례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공문서 위조라는 엄연한 법칙 행위를 저지른 조국사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정 내정자의 입시, 병역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부터 국민들을 피곤케 하는 일인데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 없이 옹호하기에 급급하다. 문재인 정부와 다름없는 대응 방식에 여론이 싸늘해지고 있다.

정 내정자를 둘러싼 윤 당선인 측 대응은 두 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다른 내정자로 시비가 번지는 것을 막고, 어느 국면에 가서 적당히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 밀리면 나머지도 어렵게 되니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국민 시각에서 보면 두 가지 입장 모두 맞지 않는다. 이 문제는 정략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가 명백하게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에 한참 미달됐기에 일어난 일이다. 심각성을 느꼈는지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에서 사퇴 논의가 있는 모양이다. 

근래 들어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잣대가 높아졌다. 명시적으로 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도덕적으로도 흠결 있는 후보자는 버티기 어렵다. 이런 상황인데 아빠찬스를 이용해 입시와 병역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했던가? 배밭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않았던 옛 선비들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되는 시대다. 이제라도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에 나서려는 자들은 자신부터 철저히 관리하기 바란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아빠찬스로 논란이 된 조국이나 정호영 둘 다 교수라는 점이다. 교수 위신이 땅으로 추락된 느낌이다. 아빠찬스 얘기가 나올 때 마다 교수는 단골손님이 될 판이다. 도덕불감증에 빠진 이들 때문에 평생 교육에 헌신해 온 교수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다른 한편 조국 전 장관과 정호영 내정자 의혹 건을 보면서 대학 사회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지 않나하는 의심도 일어난다. 과연 두 교수의 ‘아빠찬스’ 의심 행위가 그들만의 일탈 행위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대학가에 학연과 지연, 혈연을 이용한 봐주기 문화가 만연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 지 오래다. 순혈주의로 채색된 대학문화가 염치없는 제 자식 챙기기를 가능케 했을 것이다. 한바탕 자정운동이라도 벌려야 할 판이다.

조국과 정호영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번 사례가 대학가에 주는 교훈은 도덕적으로 결함 있는 자가 공직에 나서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그 자신은 물론 자식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는 점이다. 적어도 대학 사회에서 입시비리, 병역비리, 채용비리는 발본색원(拔本塞源)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특히 정부 고위공직에 나서려는 교수라면 자신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지키고 대학의 존엄을 살리며, 대학 교수에 대한 사회적 존경을 회복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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