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국정과제 5월 2일 최종안 발표 예정, 고등교육 분야 규제 대폭 완화 방점
지역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대폭 이양, 대학 평가제도 개선 등 국정과제에 담아
지역에 책임만 떠넘기고 지원이 담보되지 않을까 우려도…재정확충, 규제개선이 가장 시급

(사진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진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고등교육 분야 국정과제로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 권한 이양, 규제 개선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계에서는 무엇보다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인수위는 5월 2일 국정과제를 최종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위는 국정과제 2차안을 만들고 최종 조율 작업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새 정부 국정과제, 고등교육 정책에 무엇이 담기나 = 인수위는 아직 고등교육과 관련된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공식적 언급을 아끼는 모양새지만 고등교육계 인사들은 규제 개선과 지역 대학 정책이 반영될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는 이번 국정과제 논의 가운데서 고등교육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에 대한 큰 방향성은 제시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여기에는 그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대학 평가제도 개선이 담길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4차 산업혁명으로 대학의 전통적 교육 방식이 사라지고 교육 방향과 내용도 변화가 일면서 ‘대학 설립 4대 요건’인 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 등의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위는 또한 지역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반영하기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사업)과 같이 지역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산학협력 사업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이관한다는 내용이다.

■ 다시금 고개 드는 고등교육 홀대론? = 다른 분야에 비해 고등교육 정책의 경우 알려진 인수위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인 데다 지역대학 사업에 관한 지방정부 책임 이관 방안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고등교육 정책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내에서도 과학기술정책은 이미 남기태 인수위원의 발표로 국정과제 2차안이 공개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후보를 공개하고 이와 관련된 글로벌 선도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교육정책의 경우 자사고 유지, 인공지능‧디지털 인재양성 등을 제외하면 특별한 내용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고등교육계 인사 A씨는 “인수위 국정과제 발표에서 고등교육 정책은 사실상 찾아볼 수가 없다. 고등교육 정책이 국정과제에서 패싱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 부재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인수위와의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가 있었으나 소통을 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교육 분야 국정과제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6월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감 사항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고등교육계 내부에서는 지역대학에 대한 ‘권한’이나 ‘책임’을 지자체에 이양한다는 데 대해서도 벌써부터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 B교수는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하는 능력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에 책임만 떠넘기고 지원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지역대학 정책은 홀대받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등교육 정책 연구자 C씨도 “지자체마다 역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모든 지역대학에 대한 육성 책임을 지자체에 넘길 경우, 지역대학끼리도 결국 편차가 발생하고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씨는 또한 “이미 교육부 조직 개편론으로 한 차례 몸살을 앓았었다. 그런데 이미 초‧중등 교육은 지방 교육청에 이양하기로 돼 있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 정책을 결정하기로 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지역대학에 대한 권한도 상실하게 되면 교육부가 힘을 잃어 사실상 교육부 부재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전망했다.

(사진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진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 과제는…생존의 기로 선 대학, 재정지원 방안 마련돼야 = 고등교육계에서 국정과제로 반영되기를 원하는 사항으로는 무엇보다 대학 재정난 해소 대책이 꼽힌다.

정일환 한국교육학회 회장은 “한국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재정이고, 대학 재정난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14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관련해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며 “현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은 개별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각 대학이 생존하고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고등교육 정책에 있어 핵심은 재정 확보 부분이라고 본다”며 “고등교육 수요자의 80% 정도가 사립대에 가고 있어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상당부분을 사학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학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것은 교육 내용과 시스템을 사학에 의존하더라도 교육비의 상당 부분은 국가가 보전해줘야 사학 교육의 질도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교육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976년부터 사학 경상비 지원정책을 실시해 대학에 경상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급한 대학 당 평균 교부금액은 3억 6774만 4000엔(약 35억  5000만 원)이었다. 이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비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지원금이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고등교육 정책으로 반드시 국정과제에 포함돼야 하는 정책을 꼽는다면 일관되게 재정 확충과 규제개선을 들 수 있다”며 “대교협 차원에서 대학 재정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이야기를 전했을 정도로 국립대, 사립대, 지방대, 수도권대 모두 공통적으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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