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장관 후보자 자녀의 ‘아빠찬스’ 의혹, 국립대 의대로 확산
전남대 총장 딸도 아빠찬스 의혹…국립대 병원 전수조사 요구 이어져
교육부, 국립대 의대에 전수조사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국회 차원의 조사 진행…교육부 특별감사 요청도 고려 중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받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 (사진 = KTV코리아 영상 갈무리)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받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 (사진 = KTV코리아 영상 갈무리)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의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여론의 화살이 의대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 의대 편입학 사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자녀에 대한 입시 비리 의혹이 정계는 물론 교육계를 휩쓸고 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 부원장, 원장을 지낼 당시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 교육부, 의대 전수조사 나설까 = 이번 정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은 단순히 경북대 의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국립대 의대로 불똥이 튈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정 후보자에 관한 의혹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남대 의대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이 전남대 의대 부학장을 지내던 당시 딸이 편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 총장의 딸은 2017년 전남대 의대에 편입했다. 전남대는 2015년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면서 의예과 외에도 다른 전공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의대 편입학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남대 측은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사안”이라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또한 A 국립대 의대의 경우 정 후보자와 관련한 의대 편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긴급히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의대 교수 전체에 대해 자녀 편입학 현황을 조사하고 나선 것이다.

구체적 사실 관계와는 별개로 이번 사안의 여파가 다른 국립대 의대로도 번지면서, 의대 교수 자녀의 편입학 사례를 전수조사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문제 사례가 제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과 기간, 범위를 사립대까지 확장시키고 학사 편입 외 기존 일반 편입까지 확대하는 등 정부와 협력해서 현황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의대 전수조사를 통해 편입 과정에서 이른바 ‘부모 찬스’가 있었던 사례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22일까지 상황을 취재한 결과, 교육부는 아직 국립대 의대에 전수조사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 병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경북대병원 현장조사를 통해 이뤄진 자료 요구에 경북대 병원와 경북대 의대가 비협조적일 경우 정 후보자와 같은 사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전국의 국립대학병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후보자의 의혹에 관한 국회의 자료 요청 과정에서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파악돼, 국립대 병원 전수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부정 의혹에 관해 알아볼 자료를 요청하고 있지만 제출을 안 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자료 제출이 원활히 되지 않으니 거꾸로 의혹을 먼저 제기하고 이에 대한 후보자의 해명을 듣고 있다”고 토로했다.

■ “모든 대학교수 자녀의 입시 전수조사하자”…불신 깊어지나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대 편입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있어 의대 교수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사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적 불신은 고등교육계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 A교수는 “의대 학부 입학에 비해 편입은 ‘복마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입시 부조리가 끼어들 여지가 크다”며 “국립대 의대뿐 아니라 사립대 의대는 더욱 상황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어떤 면접관이 병원장 자녀를 정말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라며 “모든 대학교수 자녀의 입시 전반을 전수조사하는 것이 현 상황에 가장 적절한 긴급조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인사청문회가 당장의 고비이지만, 여파는 인사청문회 이후 더욱 강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회 차원의 인사 검증 이후 교육부에 특별감사 요청을 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 관계자는 “먼저 후보자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조사를 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단계적으로 의혹에 대해 검증해보려 한다”며 “사회적으로 요구가 있기에 교육부 특별감사 요청도 고려하고 있다”이라고 답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혹 검증을 위한 자료요구서를 들고 경북대 병원을 전격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사진 = 고영인 의원실)출처 : 한국대학신문 - 409개 대학을 연결하는 '힘'(http://news.unn.net)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혹 검증을 위한 자료요구서를 들고 경북대 병원을 전격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사진 = 고영인 의원실)

■ 편입 ‘아빠찬스’ 없었다 부인했지만…커져만가는 의혹 = 정 후보자의 자녀 편입학 특혜 의혹을 두고 계속해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추가적으로 포착되며 이슈가 커지는 것도 의대 편입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정 후보자는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반박하는 정황들이 포착되며 의혹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두 자녀 모두 정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던 당시 봉사활동을 한 이력이 있고, 이는 경북대 의대 편입 지원 당시 서류 평가에도 반영됐다.

특히 정 후보자의 아들은 경북대 의대 편입 전 학부생 시절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급 논문에 경북대 교수, 석‧박사와 함께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이 사실 역시 편입 과정에서 주요 경력으로 활용됐다.

의혹이 강하게 일자 이재태 경북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정 후보자의 딸은 합격자 33명의 이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38등이고, 후보 합격자 5순위였다”며 “그해 등록 과정에서 합격자 10명 정도가 등록을 포기하며 학생이 제법 빠져서 편입생 33명 중 27등으로 합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교수들이 평가에서 후보자의 딸과 아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 후보자와 논문 7편을 함께한 교수는 2017년 편입 구술 전형에서 정 후보자의 딸에게 만점을, 2018년 편입 서류 평가에서는 정 후보자 아들에게 30점 만점에 29점을 부여했다. 이외에도 정 후보자와 논문 공저자로 함께 이름을 올린 다른 교수들도 역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자 자녀 특혜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도 개시됐다. 개혁과전환을위한촛불행동연대, 민생경제연구소, 개혁국민운동본부, 시민연대함께, 윤석열일가온갖불법비리특혜진상규명시민모임 등 5개 단체가 정 후보자와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 수사와 더불어 교육부 감사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현재 경북대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교육부에 직접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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