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대학 초빙교수

황홍규 교수
황홍규 교수

지금 한국 대학은 사면초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그 어디에도 우군과 지지자는 없고 비난과 비판만 있어 보인다.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 한다. 실제로 수도권 대학, 대형 대학, 국립대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4년간의 등록금 동결,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 등으로 발생한 심각한 재정위기로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사회와 정부의 불신은 날로 커지면서 각종 규제가 재생산되어 대학을 옥죄고 있다.

AI, 메타버스, 디지털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의 일상화는 기존 대학의 존립과 운영 형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상황으로 제대로 된 수업과 학습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채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또 그런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는 국면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 같은 혼돈과 변혁의 시기에 대학의 기본적 역할과 책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바로 학생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학은 그 무엇에 우선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학생의 81.5%가 재학하는 사립대의 교원은 급여의 전액을 수업료로 받고 있다. 학생이 고용주인 것이다. 따라서 고용주인 학생들의 교육에 100% 전념할 의무가 있다.

국립대도 약 5조5400억 원의 운영비 중 30.7% 정도인 1조7000억여 원이 수업료이고 나머지도 세금이기에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학생 교육에 전념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너무 바쁘다. 국가 R&D로, 국책 사업과 자자체 사업으로, 각종 규제적 행정 업무와 평가 대비 보고서 작성 등으로 학생 교육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수들을 쓰는 국가 등은 대체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고 있고 고용주인 학생들에게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제 대학은 기본적 책무인 학생 교육에 전념하겠다고, 책임지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 이제 대학에 자유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수님들, 특히 지방 중소대학의 교수님들을 적지 않게 만나 보았다. 그 분들은 고등학교 교사보다 많은 수업시수, 많지 않은 급여, 학생 모집에 애를 끓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다.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의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게 했고, 자존감이 낮은 학생에게 특기를 찾아 주고 그에 맞는 취업체를 발굴해 취업도 시켰다.

방황하던 학교 밖 젊은이를 야간과정에 입학시켜 보람된 사회복지사의 길을 열어 줬고, 이를 지켜본 친구도 입학해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려 한다고 한다. 또 어떤 지역의 대학은 지역 출신 학생의 입학률과 지역 잔류율이 80%에 이를 정도로 지역의 인재 양성과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교수님들, 이런 대학의 학생들, 이런 대학의 존재를 폄하하고 있다. 오히려 전통이 있다는 명문대학, 입학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서 학생 교육이 소홀하다는 것을 듣게 된다. 학생들을 위해 학사 조직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개편해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보다 기존의 폐쇄적 학과주의를 고집한다는 말을 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대학에서 자율성을 말하면서도 대학 스스로 바뀔 수 없다면서 외부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하고, 통제적 대학평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교육과 연구는 자유를 먹고 산다. 이것이 대학의 생명이다. 위기의 시대, 대학은 학생 교육을 위해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기득권과 관행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한다. 건강하고 다양한 고등교육생태계도 학생 교육에 필수적이다. 사람은 각각이 같지 않고 다르기 때문이다.

감사히 다행스럽게도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와 획일적 평가를 폐지하고 대학의 자율적 역량에 신뢰를 보낼 것이라고 한다. 지역 중소대학의 가치를 인정해 대학이 지역 발전의 기둥이 되게 하겠다고 한다. 지금이 학생 교육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실천해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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