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NHN에듀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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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18년 동안 국가정책의 근본은 농업의 활성화였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자연 재해는 농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27명의 모든 임금에게는 늘 어려운 난제였다. 조선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불리는 4대 임금이었던 세종의 치세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 훈민정음의 창제와 반포가 혁명적 업적으로 손꼽힌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농업과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세종 16년(1434), 하늘의 천문을 관측하는 석축간의대가 완공됐고 이후 다양한 해시계와 물시계가 완성되고 표준시계가 등장하게 된다. 또한 강우량을 측정할 수 있는 측우기까지 발명됐는데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농업생산량의 증대를 염원한 세종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애민군주 세종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조선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이른바 기예론(技藝論)의 신봉자였다.

세종의 기예론(技藝論)에 대한 깊은 애정은 훗날 조선의 22대 군왕, 정조에 이르러 ‘수원화성신도시 건설사업’에서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된다. 조선시대 최대의 국가 프로젝트인 이 사업은 당시의 물가와 인구를 추정한 결과 25조 규모로 대한민국 경부고속철도 KTX 건설비용인 18조 원보다도 훨씬 더 큰 규모인 초대형 국책사업이었다. 이 국책사업은 최초 총 10년의 건축공기였으나 2년 8개월로 혁신적인 단축을 가능케 한 것은 서양물리학의 기초개념, 도르레의 원리를 이용한 거중기와 녹로, 신개념의 수레인 유형거였다.

2020년 2월, 전 세계는 ‘COVID 19’라는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만났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자가격리(self-isolation)라는 개념조차 어렵고 모호했던 신조어들이 일상의 생활용어로 됐고, 하늘길과 뱃길이 닫혀 글로벌 경제의 가치사슬이 무너졌다. 그러나 위기(危機)는 또 다른 기회의 얼굴이라 했던가. 세계경제는 IT분야에서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이하고 세상은 온통 메타버스(Metaverse),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Blockchain)이 연일 뉴스의 지면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대면소통이라는 본능적 욕구의 억압이 오히려 IT기술을 더욱 급격하게 발전시키는 동인(動人, Enabler)이 된 셈이다. 가상융합 공간을 견인하는 메타버스,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 탈중앙화와 분산장부(Distributed Ledger)로 각종 정보와 데이터의 독점과 비대칭성을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 서로 연결, 가속화돼 인류는 가상세계를 더욱 확장시켜가고 있다.

인류의 익숙한 삶에 던져진 새로운 위기는 그 위기가 주는 불편과 결핍을 해결하고자 하는 ‘창조적 반동(反動)’을 반드시 잉태한다. 이스라엘 민족종교 유대교는 신(神)에게 유대민족만이 유일하게 선택을 받았다는 선민사상이 뿌리 깊다. 이 독점적인 선민사상에 대한 반동(反動)이 로마 가톨릭을 탄생시켰고, 중세 로마 가톨릭의 부패에 대한 또 다른 반동(反動)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져 개신교가 등장했다.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및 문화에서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 선언은 늘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가져오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년 이상 우리 대학의 문을 걸어 잠그기에 충분했으나 이제 대학도 차츰 ‘엔데믹’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계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을 초·중·고 K-12공교육과 대학교육에 도입해 교육적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500년 전 백성의 안민(安民)을 걱정하며 밤 새워 불을 밝힌 세종과 젊은 관료들의 일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조선왕조의 기틀을 다졌듯이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과학기술과 교육정책들이 하나하나 열매 맺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와 고유한 문자를 발명한 위대한 민족이 아니던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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