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진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강의 일상화 등 ‘대학교육’의 현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혁명적 단절을 의미하는 패러다임 쉬프트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은 아날로그 세대 교수와 대학 운영 시스템이 교육의 주체로 머물고 있다. 이미 대학은 유아기부터 마인크래프트를 경험해 본 MZ세대들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DX대전환 시대 교육의 가장 큰 방해물은 교수자와 기존의 교육운영 체제임에는 틀림없다.

① 학습 설계는 학생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SW교육기관 ‘에꼴 42’는 학위가 없는 교육기관이다. 비록 학위는 없지만 전 세계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공·경력·국적을 묻지 않고 입학할 수 있고 과정을 마쳐도 학위를 주지 않는다. 교육 내용도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IT 기업이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모든 것이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 경험과 기회를 확대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교육을 위해 구상된 시스템이다. 캠퍼스·교수·교재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 모델을 파괴하는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인재를 길러낼 교육 시스템과 이를 지원할 재정지원 시스팀이 필요해진 것이다.

② DX인재 양성 위해 온 국가가 나서야 한다
싱가포르의 교육혁신은 세계 최고의 혁신 대학인 난양공과대학뿐만 아니라 국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자해 2015년부터 국가 어젠다로 채택한 ‘스킬스 퓨처(Skills Future)’ 프로그램에서 엿볼 수 있다. 스킬스 퓨처는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오랜 경력을 보유한 기술자까지 정부가 평생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싱가포르 교육부 산하 법정기구인 ‘스킬스 퓨처 싱가포르(SSG)’가 주도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294억 원)가 스킬스 퓨처에 투입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재정 규모를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의 투자다.

③ 세상의 경험을 대학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신기술에 기반한 교육과정이 대학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대학의 폐쇄적인 LMS시스템에서 외부의 모든 학습자원이 들어올 수 있는 오픈형 LXP(Learning Experience Platform)로 변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AI에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신기술 기반의 생태계가 함께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공유·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은 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지역정부·민간기업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 58개 전문대학이 모여 만든 ‘메타버스 콘소시엄’은 주목할 만하다. 개별대학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MZ세대를 위한 메타버스 교육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힘을 합쳤다.

④ DX대전환을 위한 대학재정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OECD 국가의 고등교육재정과의 국제 비교 관점에서 봤을 때 고등교육재정 확충이 필요하다. OECD 대비 일반대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68% 정도다. 전문대학생의 경우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약 46.6% 수준에 불과하다. 초·중등과 비교했을 때 재정투자 규모는 한심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교육 관련 재정시스템으로는 DX시대를 대비할 인재를 양성할 국가적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재정 설계를 재구조화 하지 않으면 해답이 보이질 않는다. 고등교육재정뿐만 아니라 교육재정 전체를 재구조화 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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