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입학’, ‘만학도’ 등 전문대 선택하는 학생 증가 추세
평생직업교육과 산업체 맞춤형 실무교육 수행기관 구심점
전문대교협, 직업교육 위한 전공 선택 도우미 ‘전공모아’ 앱 개발
전문대 진로진학지원단 발족…학생·학부모 대상 입시정보 제공
전문대교협 유튜브 채널 ‘잡 프론티어’…진로 길잡이 역할 톡톡

#첨단신소재 연구의 꿈이 있어 일반대 첨단소재공학과에 입학해 2학년까지 마쳤지만 대기업 취업에 어려움을 느껴 전문대 화공에너지공학과로 유턴 입학했다. 올해 선배들의 대기업 취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대기업 취업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부산 소재 전문대 재학생)

#간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턴입학했다. 2017년 일반대 아동보육학과에 입학해 3학년 때 전공을 호텔로 바꿨다. 졸업 6개월 전에 부산의 힐튼호텔에 취업해 안정적인 생활을 했지만 간호사의 꿈을 이루고 싶어 졸업과 동시에 전문대 간호학부로 들어갔다.(경상남도 소재 전문대 재학생)

#일반대 법학과 2학년 재학 중에 법학 행정을 공부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또한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법학보다는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해 전문대 보건의료 관련 과로 유턴 입학했다.(전라남도 소재 전문대 재학생)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취업난을 대변하듯 일반대에서 전문대로 발길을 돌린 ‘유턴 입학’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대를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전문기술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 한파를 격파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유턴 입학 지원자는 2022년 1만4071명으로 2018년(9202명)보다 4869명 급증했다. 실제 입학생 수도 5년 새 1537명에서 1768명으로 늘었다. 유턴 입학 상위 5개 학과를 보면 올해 유턴 입학자 중 절반(876명)은 간호학과에 둥지를 틀었다. 이어 △물리치료과(77명) △사회복지과(57명) △협동조합경영과(47명) △연기전공(31명) 순으로 인기가 많았다. 

유턴 입학 현상이 가속화되는 대표적인 원인은 단연 ‘취업률’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평균 65.1%로 지난 2011년 고등교육기간 취업률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20년 기준 일반대는 61.0%, 전문대는 68.7%로 2019년(일반대 63.3%, 전문대 70.9%)보다 둘 다 하락했지만 일반대 취업률이 더 크게 떨어졌다. 심각한 취업난에 높은 취업률을 앞세운 전문대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전문대는 평생교육차원에서 제2의 인생을 도전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찾아 다시 유턴 입학하는 등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요즘 고등교육 진학자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원하는 직업이나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관련되는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대에서 전문대로 발길을 돌린 유턴 입학 사례가 늘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일반대에서 전문대로 발길을 돌린 유턴 입학 사례가 늘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유턴 입학뿐만 아니다. 만학도도 전문대를 찾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전문대를 선택하는 성인학습자가 늘고 있다. 평생직업교육에 있어서는 전문대가 일반대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인식에서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전문대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만학도는 매년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5997명 △2018년 6935명 △2019년 7265명 △2020년 7760명 △2021년 8150명으로 2017년 대비 2153명이나 급증했다.

남성희 회장은 “평생교육차원에서 새로운 제2의 인생을 도전하는 만학도의 입학 사례가 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많은 만학도들이 전문대에 입학하고 있다”며 “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과 산업체 맞춤형 실무교육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피력했다.

전문대교협은 전문대 입학정보 통합 안내 앱 ‘전공모아’를 새롭게 개발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전문대교협은 전문대 입학정보 통합 안내 앱 ‘전공모아’를 새롭게 개발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 전문대 진학 정보 접근 어려움…이젠 걱정 뚝 = 전문대 인기가 높아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그동안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전공과 진학정보를 얻기 위해 ‘손품’을 팔아야만 했다. 대입 정보가 일반대 위주로 제공됨에 따라 전문대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터다. 실제 경기 소재 전문대를 입학했었던 A 씨(35·여)는 “고교 시절 담임교사도 일반대 위주의 진학 정보를 제공했고 전문대는 그 흔한 책자 한 번 본 적이 없다. 알아서 정보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대교협이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전국 133개 전문대의 수시·정시 입학, 전공·계열을 아우르는 통합 정보안내 앱을 최근 공개한 것이다. 전문대교협은 전문대 입학정보 통합 안내 앱 ‘전공모아’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 앱을 활용하면 모든 전문대의 입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학과(전공)소개 △관련 자격 및 직업 △졸업 후 진출 분야 △개설 대학 △수시·정시모집 등이 담겼다. 신성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은 “향후 전공모아 앱의 활용 정도와 사용자의 반응 등에 따라 해당 앱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전공모아 앱은 안드로이드 기반 ‘구글 플레이’와 애플 기반 ‘앱 스토어’에서 설치할 수 있다. 

최근 전문대 진로진학지원단이 발족된 것도 희소식이다. 전문대교협은 지난달 16일 전국 고교 진학지도교사를 중심으로 ‘2022년 전문대 진로진학지원단’을 구성해 발대식을 열었다. 진로진학지원단의 임무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문대 진학정보를 수험생과 학부모 등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전문대교협 진학지원센터 관계자는 “학생과 전국 고3 담임교사들에게 제 시기에 정확한 입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대 진로진학지원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은 △전문대 전공별 입학 상담 안내 자료집 △수시 및 정시 입학 정보 자료집 △찾아가는 고교 설명회 △학부모 및 청소년 진로진학 설명회 특강 지원 △오프라인 및 온라인 진학 상담 △진로진학상담 프로그램 고도화 개선 업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대교협은 지난 16일 전국 고교 진학지도교사를 중심으로 ‘2022년 전문대 진로진학지원단’을 구성해 발대식을 열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전문대교협은 지난 16일 전국 고교 진학지도교사를 중심으로 ‘2022년 전문대 진로진학지원단’을 구성해 발대식을 열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 생생한 진로진학 정보 원한다면 ‘잡프론티어’로 = 전문대 출신으로 사회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를 만나고 싶다면 전문대교협 공식 유튜브도 눈여겨 봐야 한다. 특히 ‘잡 프론티어’ 코너에서는 졸업생이 들려주는 직업 전망과 출신 학과의 장점 등을 담고 있어 수험생과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진로 길잡이가 돼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27일 기준으로 31편의 영상이 업로드 돼 있으며 △콘텐츠 제작자 △기관사 △미용사 △세무사 △피부관리사 △애니메이터 △완구 디자이너 △안경사 등 전문대 출신 선배들의 생생한 인터뷰 영상이 수록 돼 있다. 이외에 유튜브 채널에서는 전문대 입시정보뿐만 아니라 지역별 전문대 진학정보 등도 영상으로 업로드 돼 있어 정보 접근에도 용이하다. 

전문대교협 홍보팀 관계자는 “잡프론티어의 출발은 실제 전문대 출신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가이드 라인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며 “일반대 위주의 진학정보로 학생들이 전문대 정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잡프론티어를 제작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까지 31편의 영상이 올라갔으며 올해는 10편 정도 더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잡 프론티어 코너에서는 졸업생이 들려주는 직업 전망과 출신 학과의 장점 등을 담고 있다.(전문대교협 유튜브 영상 캡쳐)
잡 프론티어 코너에서는 졸업생이 들려주는 직업 전망과 출신 학과의 장점 등을 담고 있다.(전문대교협 유튜브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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