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주제로 토론회 열려
박정원 전 교수노조 위원장 “몰락 위기 지방대 응급처치 위한 긴급 재정 투입 필요”
연덕원 대교연 연구원 “정원과 학과 개편, 지자체에 위임 우려…면밀한 정원 정책 필수”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 “혁신지원사업비로는 문제 해결 어려워…대학에 직접 지원 생각할 때”
인수위 ‘지방대 정책의 지자체 이관론’에 부정적 입장…“고등교육 재정의 대폭적 확충 담보되지 않아”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여 ‘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여 ‘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차기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지방대 지원 정책과 재정지원 정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고등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구상하는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의 주관으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 “차기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초점 둬야” = 학령인구 감소로 모든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방대들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이날 논의도 차기 정부의 지방대 정책에 집중됐다.

박정원 상지대 명예교수(전 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위기의 지방대학 응급처치’를 당면 과제로 언급하며 긴급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방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체를 붕괴시키고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제는 대학을 인력공급처가 아닌 지역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상정하고 지역대학을 소생시켜야 한다. 지역대학들이 함께 성장 발전하도록 하는 계획을 시행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는 지방 몰락의 불명예를 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지방 소재 중소규모 대학의 재정난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9년 10조4122억 원에 달했던 사립대학 등록금 총액은 2040년 6조8205억 원으로 약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소폭 역시 대학(25.5%)보다는 전문대(63.6%)가 크고, 서울 소재 대학(16.2%)보다는 지방대(45.7%)가 크며 학생 수 2만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20.8%)보다는 5000명 이하의 중소규모대학(57.2~60.9%)에서 훨씬 크다”고 전했다.

이어 “긴급 재정투입은 지방대 살리기를 위해서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대학 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덕 의원은 “여전히 수도권 대학에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 쏠려있는 것이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이라며 “차기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고등교육에 대한 감독과 관리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대를 위한 정책에서는 현재 지방대에서 요구하고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차별화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시 대부분을 해당 지역 대학 출신자로 채용하도록 법률로 규정 △지역인재 채용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지방대학에 대한 지방정부의 행‧재정적 지원 규정 조례로 제정 △학생 등록금과 주거비용 등에 대한 지방정부의 추가 지원 등의 정책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방대 정책 등 현안 뒷받침할 고등교육 재정 지원 정책 촉구 = 고등교육 정책 현안 해소의 첫 걸음은 고등교육 전체에 대한 지원 재정 확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더욱 늘려서 서울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학생 1인당 고등교육재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로서 안정적이고 충분한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한국교육의 당면한 핵심 문제인 대학 위기대책과 고등교육재정의 구체적 확충방안이나 목표와 관련된 공약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매년 GDP 0.1% 대비 이상씩 고등교육재정 확충과 같은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 육성을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뿐 아니라 모든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방 국립대가 교육과 연구에 있어 경쟁력을 갖고 지역 대학과 상생하는 고등교육 체제를 세워야 하고, 국립대 무상교육을 통해 경제적 능력에 따른 대학 진입 장벽을 최소화해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에 대한 직접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운영비 부족에 의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비로 지원하는 정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고 재정적 어려움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대학에 대한 직접적 재정 교부를 생각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서동용 의원은 “대표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비롯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뿌리를 튼튼하게 세우는 법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 “지방대 문제 지자체 이관, 책임 떠넘기기일 뿐” =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지방대 정책의 지자체 이관론’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연덕원 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방대의 위기는 육성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한다 해서 해결할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도 지방대 육성 방안으로 지자체와 지방대를 연계한 산학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 연구원은 “지방대 육성정책은 국가균형발전과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계획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국내 100대 기업 중 91%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으며 이를 1000대 기업으로 확대해도 수도권 소재 기업이 74%로, 지방대가 지역 기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성과를 얻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과 학과 개편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지방대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큰데, 이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정원감축 대부분을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해 지방대 위기를 더욱 부채질한 바 있으며 대학 서열화, 취업, 사회·문화적 인프라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택이 더욱 집중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이고 면밀한 정원정책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지방대 지자체 이관론이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함께 다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RIS 사업과 같이 기존 정부 정책에 편승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결국 고등교육 재정의 대폭적 확충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골치 아픈 고등교육 문제를 지방 정부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