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 경남도립남해대 총장

조현명 경남도립남해대 총장
조현명 경남도립남해대 총장

한국대학신문의 「고담준론」란에 기고문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어떤 주제를 잡아야 할지 고민했으나 평소에 느꼈던 것들을 쉽고 평이하게 전개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단상’이라는 이름을 붙여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작성해 본다.

경남도립남해대학의 총장으로서 역할을 맡은 지 1년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을 돌아보면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이 가장 먼저 기억에 떠오르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임기 초부터 신입생 모집을 위해 쫓아다녀야 했다. 좀 지나니 교육부 기관인증평가가 닥쳐왔다. 물론 그 사이에 교직원들과 친밀도는 높아졌다. 올해도 마찬가지인데 작년과 다른 점은 교육부 공모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대학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가? 고등교육은 우리 사회에 어떤 흔적을 남겨 놓았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여러 질문들이 동시에 밀려든다. 경남 지역의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를 성장시킨 것은 ‘교육과 노동’이라는 두 축”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어디에서 읽은 것이 불현듯 떠올랐으리라.

그렇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광물 등 자원도 많이 생산되지 않는다. 결국 교육을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데 교육이 기여한 정도는 다른 분야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여기에 대한 고민과 대답은 우리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세계가 이미 사고의 창의성과 유연성이 발현되는 지식정보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우리도 교육을 통해 그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교육환경은 엄청나게 변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와도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한 많은 전문지식들을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학교 선생님이 그날 배울 것들을 칠판에 쓰고 있는 동안 조용하게 기다리든가 혹은 불러주는 것들을 공책에 정성스럽게 적고 있는 시대는 어느 사이엔가 기억하기도 어렵게 됐다. 교육환경이 그만큼 편리해졌고 그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잠재력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여기에 맞는 교육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교육환경 변화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은 한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 분야 중에서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무엇이든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교육은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고 발전을 견인할 만큼 튼튼한가?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교육제도, 그로부터 한계가 지어지는 교육과정과 교육내용 등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할 시기라고 본다. 덧붙인다면 교육에 필요한 학생 등록금 등의 비용 전액을 정부가 책임지는 시대가 올 때 우리나라와 사회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교육에 대해 민감하다. 과거에는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의 기회를 가졌고 실제로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많이 인식됐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그에 맞게 구조화돼 있다. 많이 배우고 좋은 대학을 나왔으면 사회의 지도층이 되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다. 그러면 과거처럼 지금도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서울대 신입생의 지역별 계층별 분포 현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신입생 모집을 위해 고등학교를 방문하면 정문에 걸려있는 현수막에서 서울 소재 명문대학들에 몇 명이 합격했다는 내용을 보게 된다. 전문대학 신입생 모집을 위해 왔다고 말 꺼내기가 머뭇거려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세계는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공장은 스마트 팩토리로 변하고 있고 생산과 판매의 전 과정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과연 전문대학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전문대학은 고급 설계나 엔지니어 등의 인재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운영할 중간 기술자를 양성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자동화로 대변되는 이 시기에 전문대학의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자동화되더라도 무릇 인간의 손과 발, 힘을 써야 할 부분이 있고 자동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인력도 필요한 법이다. 한꺼번에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전면적으로 자동화되지는 않는다. 많은 시간과 세월을 거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서로 배려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졸업자 모두가 필요하다. 비록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졸업자 간에 일의 성격이 다르고 소득격차도 상대적으로 크지만 이러한 것들은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좁혀질 수 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졸업자의 연봉이 그 일에 비례해 적절한지, 상대적 격차가 일의 가치나 수준 등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논쟁거리다. 대개 임금이라는 것은 특정 시대와 사회 그리고 시장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결정돼 왔기 때문에 다른 시대 또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소득격차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 개인이나 한 대학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범정부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돼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 세대가 대학을 다닐 때 캠퍼스에서는 낭만과 열정, 선후배 학생들 사이의 끈끈한 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한창 성장하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선진국으로 접어들어 성장이 쉽게 이뤄지기 어렵고 지나친 경쟁으로 매우 각박해져 있다. 따라서 대학에도 낭만을 누릴 여유가 없다. 빨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원하는 일자리는 그만큼 없다. 전문대학 졸업생들도 안정되고 높은 연봉의 직장을 원하게 된다. 당연한 요청이다. 한편, 관내 중소기업 대표들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 말을 들은 게 어언 20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또 한 가지 과제다.

올해 7월 말부터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교육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할 목적으로 2021년 7월에 제정된 법이다. 위원회에서는 10년 단위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 관련 당사자는 학생, 학부모, 교원단체 및 협의회 등 많은 이해관계인이 있고 제도 개선이나 정책에 매우 민감하다. 교육제도 개혁이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소 간의 갈등이 뒤따를지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을 해나가야 한다. 특히 고등교육에 대한 개선, 지방대학의 생존, 지방대학 중에서도 전문대학의 역할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과 정책을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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