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

지난 3월 23일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일명 HiVE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405억 원의 국비와 45억 원의 지방비를 투입하고, 전담부처인 교육부가 중심이 돼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HiVE는 Higher Vocational Education hub district의 약자로 중심지를 의미한다. 개별 대학이 아닌 지역 단위로 확대해 ‘지역과 대학’ 그리고 ‘지역 내 대학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다. 전문대학에서는 기초자치단체와 중장기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지역 내 특화분야를 선정하고 교육체계를 연계·개편해 지역 연계 고등직업교육을 확대한다. 한마디로 HiVE는 지역 내 혁신 주체들 간의 신뢰와 호혜성(reciprocity)을 토대로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협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인구감소, 지역소멸, 초고령사회를 들 수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진입했다. 2000년 64만 명이었던 출생아 수가 2010년에는 47만 명, 2020년에는 27만2000명으로 줄었으며,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2%(108개)가 지역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약 52%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진행된다면 경제·사회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은 경쟁보다는 협력과 협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의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개별 단위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전문대학에서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보다 사회적이고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전문대학은 학생 교육뿐 아니라 교육의 성과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연구 활동을 지역사회 발전으로 가시화하는 노력이 더욱 강조돼야 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의 최대 강점은 일반대학보다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문대학은 산업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소규모에 적합한 인력양성이 가능하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에 필요한 기술 습득과 숙련도 향상을 위한 직업교육 요구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전문대학은 이에 대응한 조직과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의 관련 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대학은 지역의 유관기관, 전략산업기획단, 지방자치연구원 등과의 협력체계도 공고히 해야 한다. 국가선도산업은 일반대학이 중심이 돼 전개한다면, 지역특화산업(향토산업)은 전문대학이 중심이 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중소기업 각각에 할 일이 있는 것과 비슷한 논리인 셈이다. 이번 HiVE사업을 통해 기초자치단체는 전문대학의 다양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해 지방행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전문대학은 지역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이 지역발전의 마중물이 돼 지역사회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입학에서부터 교육-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방소멸과 공동화를 방지하고,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모범적인 모델로 자리잡아 전문대학이 명실상부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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