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실 5수석 체제로 결정됐다. 후속 비서관 인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직의 슬림화’를 강조해 온 윤 당선인은 기존 ‘3실 8수석’ 체제에서 정책실과 민정·일자리·인사수석을 폐지했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행정부가 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실은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차원에서 슬림화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조직이 슬림화됨에 따라 교육, 과학계가 부활을 기대했던 과학교육수석비서관은 없던 일이 됐다. 장 실장은 “굳이 과학교육수석을 만들 시점”은 아니라며 “앞으로 과학기술쪽 수석이 필요하다는 국민 요구가 많아지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현 체제에서도 ‘교육비서관’과 ‘과학비서관’이 있으니 굳이 과학교육수석비서관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였다.

불과 보름 전 “대통령실 과학교육수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윤 당선인에게 전했다던 안철수 위원장만 머쓱하게 됐다. 당장 안철수 위원장 패싱(passing) 논란이 불거졌다. 그동안 안 위원장은 “새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래 먹거리를 찾고 4차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키우는 일로 과학교육수석이 상징성을 지닌다”며 대통령실에 교육과학수석비서관을 둘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 위원장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 과학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느끼게 됐다. 이른바 ‘신뢰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계에서는 대통령실에 교육과학수석비서관직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아무리 내각 위주로 국정운영을 하더라도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은 시간을 갖고 검토해보겠단 입장인 것 같다. 수석비서관제 신설보다 새로운 심의 기구인 ‘민관 합동 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과학기술 전략 로드맵을 수립케 하고, 진척 상황을 대통령이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심의 기구인 민관합동위원회가 과학기술 정책 전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패러다임급 정책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심의기구 갖고는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수석비서관이 아니면 특보체제로 운영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보란 자리도 상근직이 아닌 비상근으로서 정책 결정 라인의 사이드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정부 조직이나 대통령실 조직체제는 그 자체로 대통령 국정운영의 무게 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과학기술은 직접 챙기겠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할 정부조직이나 대통령실 조직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일부에서는 교육과학 분야가 윤 당선인측과 안 위원장 사이에 샌드위치가 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윤 당선인의 정책 스탠스는 교육, 과학 중시(重視)보다는 경시(輕視)에 가깝다. 교육과 과학은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 신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육 과학 기술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정부와 대통령 비서실 구성이 갖춰져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 상황을 보면 패러다임 전환은 고사하고 오히려 교육, 과학 정책이 국정 아젠다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교육과학수석은 필요하지만 자체 개혁이 우선이라며 부처 내 개혁이 앞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혁신을 위한 부처 자체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출범 전에 주문할 내용은 아니다. 정부 출범 이후 1~2년이 혁신의 골든타임인데 이 시간을 망연히 흘려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윤석열 신정부 운영의 기본 골격이 완성되고 각료와 수석비서관 인선이 완료된 시점에서 본 교육과 과학 정책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시계제로인 것이다. 신정부 출범으로 막힌 것이 훤히 뚫릴 것이란 소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희망이 없다. 불확실성의 5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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