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대 대학 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
일반대 교무처장·국제교류원장 거쳐 전문대 총장 취임
21세기형 미래 교육 시스템 개척…학생 친화적 캠퍼스
전문대 특화 고등직업교육 집중하도록 당국 지원 필요

김영철 서일대 총장은 “학생뿐 아니라 교수 직원 모두 성장하고 행복한 대학을 만들고 싶다”며 “21세기형 미래 교육 시스템 개척, 학생 친화적 캠퍼스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영철 서일대 총장은 “학생뿐 아니라 교수 직원 모두 성장하고 행복한 대학을 만들고 싶다”며 “21세기형 미래 교육 시스템 개척, 학생 친화적 캠퍼스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노자의 《도덕경》에서 대학 경영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인위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듯 순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냐를 생각하면서 구성원 모두 자율적으로 일 하도록 기다려 주다 보니 대학이 안정을 되찾더란 말이죠.”

김영철 서일대학교 총장은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노자의 《도덕경》을 완독한 일화를 소개했다. 김 총장은 “《도덕경》과 《중용》 등을 원문으로 전문을 정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해 10달간 금요일 점심시간에 《도덕경》 마니아인 한 교수님과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 계기였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도덕경》으로부터 대학을 운영할 때 도움이 될 해답을 굉장히 많이 얻었다”며 “지금은 사서오경 중 하나인 《중용》을 정독하고 있다. 《중용》 23장의 오직 세상에서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구절에서 큰 울림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일대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정부의 대학 평가인 기본역량진단에서 선도대학을 뜻하는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3년간 150억원 내외의 국비를 받게 됐다. 대형 국책사업인 전문대학혁신지원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며 정부로부터 최우수 A등급을 획득했다. 또  올해 간호사 국가고시 전원 합격이라는 쾌거도 이뤘다. 

서일대의 이 같은 상승세가 시작된 것은 공교롭게도 김영철 총장이 서일대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와 시기가 겹친다. 그는 대학 총장 취임 후 서일대 성과가 잇따르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대학 총장의 역할을 장기(將棋)에서 궁(宮)의 역할에 비유했다. 궁은 각 진영의 왕(王)·군(君)을 의미하는 장기 말로, 수직·수평·대각선으로 이뤄진 궁성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김 총장은 “장기에서 궁(宮)은 비전과 전략만 제시하고 전체 판을 주시하고만 있어야 한다”며 “궁이 차(車)·마(馬)·포(包)의 역할을 하겠다면서 나서면 그 전쟁은 지게 된다. 궁이 바깥으로 자꾸만 나가고 싶겠지만, 전쟁에서 이기려면 장기 말이 스스로 움직여서 자기 역할을 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 경영의 최종 책임자이지만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진리를 꾸준한 독서로 배우게 된다”며 “총장으로서 구성원을 격려해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스스로 굴러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총장은 서일대 총장직에 도전하면서 ‘성장과 행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 직원 모두 성장하고 행복한 대학을 만들고 싶다고”말하며 “변화무쌍한 교육 시장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끊임없는 동력을 얻으려면 전 구성원이 성장해야 하고 기쁘고 편한 마음으로 각자 역할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2020년 서일대 제19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의 대학 발전 성과라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선 대외적으로 지난해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며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다. 향후 3년간 150억 원 내외의 재정을 지원받게 됐다. 또 지난해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에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요소를 모두 충족하며 5년 인증 유지라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이밖에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간호인증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오는 2024년까지 5년 인증을 완료받았다. 이와 함께 올해 제62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응시한 간호학과 학생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도 이뤘다. 유아교육학과도 교육부에서 진행한 5주기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은 수도권 전문대학 최우수 A등급에 선정됐다. 또 한국표준협회에서 선정하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에서 서울지역 전문대 중 3년 연속 1위에 선정되는 등 대외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 동국대에서 중문과 교수, 인문대학장, 교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전문대 총장으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서일대 법인인 세방학원 이사직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서일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일반대에서 실행하고 있는 선진적인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성장과 행복이라는 교육철학을 책임자로서 구현해 보고자 총장직에 도전하게 됐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애교심이 강하다. 이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 크게 힘든 것은 없다. 다만 학생들의 재학 기간이 일반대보다 짧아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과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 취임사로 ‘21세기형 미래 교육 시스템’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래 교육을 선도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창의·융합 첨단 강의실 등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취임 후 유비클래스(Ubi-Class) 구축 사업을 진행해 수업 자동 녹화 첨단 강의실을 구축했다. 학습관리 시스템인 에듀시스템(Edu-System) 기능 활성화 사업도 추진해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LMS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또 기존에 낙후된 일반 강의실을 첨단 강의실로 개선해 대학 내 미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융복합 교육과정(융합코스) △마이크로 전공 트랙 △디지털 신기술 트랙 등 교육과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 학생 친화적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해 여러 일들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지난 2017년에 학과 실습실과 강의실을 갖춘 11층 규모의 호천관을 신축했다. 해당 건물을 통해 재학생들에게 신식 강의실과 교육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흥학관과 운동장 부대시설을 정비해 연 면적 1만2405㎡,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을 완공했다. 지하 2층에는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다목적 강당, 학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학관 홀, 체육활동이 가능한 실내체육관이 들어서 있다. 지상 1층은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가득하다. 실내 쉼터이자 학교의 랜드마크가 될 서일스퀘어, 스터디룸, 최신시설이 완비된 IT라운지, 동아리실이 마련돼 있다. 지상 2층은 대학 캠퍼스 기분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야외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29개 학과 중 16개 학과의 강의실·실습실을 산업현장과 가장 가까운 형태로 구성했다. 학생들에게 현장감이 있는 교육 현장을 제공하는 현장 미러(mirror)형 실험실습실로 개선했다. 앞으로 3년 안에 모든 강의실과 실습실을 리모델링 할 계획이다. 또 최신식 실내체육관, 학생 식당을 신축했고, 올해 헬스장을 오픈하고 내년까지 도서관 신축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등 다양한 교육여건과 학생 시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서울지역 전문대로서 서일대는 ‘학령인구 감소’ ‘신입생 모집 난항’과 같은 단어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신입생 모집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학령인구·입학자원 감소로 인해 모든 대학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올해에는 신입생을 모두 채우며 충원율 100%로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매년 입학자원 확보에 대한 어려움이 피부에 와닿는다. 이런 상황에서 서일대는 우선 야간학과 폐지와 세분화·특화된 전공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등 적성과 전공에 맞는 학과 개편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 서일대는 교수진 연구역량이 전문대 최상위권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수진의 연구 수주 역량은 어느 정도나 되나.
“대학 정보공시 기준 최근 3개년도 연구 수주 실적으로 건축과 등 26개 학과는 지난 2018년 96건(연구비 12억3906만 원), 2019년 84건(연구비 11억9232만 원), 2020년 67건(연구비 9억7193만 원)을 기록했다. 공학계열 72.3%, 인문사회계열 8.2%, 예체능계 18.4%, 자연과학계열 1.1% 등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교내·교외 연구과제 수주 실적으로 평균 80건 이상, 10억 이상의 실적을 나타낸다. 이처럼 서일대는 연구과제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연구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구체적 결실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 대학-지역사회 간 연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서일대는 지자체 협력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서일대는 중장기 발전 3단계 계획의 전략 방향으로 ‘지역협력 가치 창출’을 선정했다. 대학의 공공성과 책무성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 발전계획 전략을 추진해 지역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대학의 사회 환원 역량을 강화하고 인성을 갖춘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관학 협력 사업으로 지역사회 취약(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어르신 장수 사진 찍어드리기’ ‘홀몸 어르신 돌봄(가족 맺기) 봉사’를 통해 가족관계 단절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위한 행복한 지역공동체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 나눔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을 대학에서 지원하고 있다. 중랑구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지역주민들의 교통안전과 무단횡단 계도를 위한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 대학 인근 깨끗한 환경 만들기의 일환으로 거리 정화 캠페인을 학기마다 실시한다. 대학의 구성원이 지역사회 현장의 문제해결에 참여함으로써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하고 있다. 서일대는 구성원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공헌 인증 취득(2021년) △교육부 교육기부 우수기관 인증(2020년) △경로의 달 노인복지유공자표창(2019년) △서울특별시 시민봉사 우수상(2018년) 등 지역사회 공헌 우수대학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있다.”

- 특성화고·전문대 등 직업교육기관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전문대 지원과 관련해 교육부에 당부할 메시지가 있다면.
“일반대와 전문대 간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상황에서 전문대만의 특화된 전문직업교육기관이라는 역할이 약해지는 것 같다. 학령인구·입학자원 감소,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상황에서 전문대가 일반대와는 차별화된 직업교육기관이라는 역할에 맞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특색있는 지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난 10년 넘게 계속된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한 대학 위기를 극복하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안정적 재정 확보, 대학의 자율성 보장, 대학 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구직난을 겪고 있는 산업계 현장의 인력 공급을 담당하는 전문대의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수요가 높은 학과의 특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 개인적으로 특별히 세운 계획이 있다면.
“예전에 은퇴한 일본인 교수를 만났을 때 일본 교수에게 퇴직하면 무엇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책 좀 보고(看看书), 산보 좀 하고(散散步), 맥주 좀 마신다(喝喝啤酒)’고 답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유유자적하는 것 아닌지라고 느꼈다. 그래도 무언가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의 말에는 정신, 건강, 우정이라는 노년기에 매우 중요한 3요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이런 밸런스를 갖춘 삶을 살고 싶다. 여기에 학교 소임을 하느라 하지 못한 집필 작업(写写书)을 하고 싶다.”

- 대학 구성원에게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서일대의 미래를 연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서일대는 현재 개교 48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곧 50주년이 된다. 기존의 50년을 마감하고 앞으로 서일대를 최고의 대학으로 거듭나게 할 새로운 50년의 기틀을 마련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영철 서일대 총장이 본지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과 농구공을 든 채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영철 서일대 총장이 본지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과 농구공을 든 채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김영철 총장은…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전공 문학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인문대학장, 교무처장, 국제교류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영남중국어문학회 회장, 서울 공자아카데미 한국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서일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김의진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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