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한 삼육보건대 총장

박두한 삼육보건대 총장
박두한 삼육보건대 총장

요즘 국내 대학들은 혁신을 위한 의지로 몸부림치고 있다. ‘혁신(革新)’은 몸에서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견디며 묵은 조직이나 제도, 관례, 방식 등을 바꿔 새롭게 하는 일을 의미한다. 어쩌면 누구나 혁신을 외치지만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혁신은 고통을 수반한 어려운 과정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혁신을 이뤄야만 한다. 대학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비유로 신입생 감소로 벌어질 대학의 위기를 예견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전문대학의 경우 수도권은 물론 일부 서울 소재 대학들도 미충원 사태를 피하지 못한 바 있다. 어쩌면 벚꽃 피는 순서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수도권 대학들이 위기의 순간에 안일하게 대처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위기를 과감히 이겨내기 위해 대학들은 과연 어떤 혁신을 도입해야 할까. 필자는 혁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융복합 교육 DNA’를 꼽는다. ‘융복합 교육 DNA’를 대학에 심는 것으로 21세기 대학의 존재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으며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융복합이란 ‘융합’과 ‘복합’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두 단어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융복합 교육이란 학과나 전공의 경계를 초월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섞음으로써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며 이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융복합 교육 DNA’를 대학에 심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130여 개의 전문대학이 모두 저마다의 색깔(특색)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정부 재정지원사업, 곧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부터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 대학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본질적 차이는 존재한다. 바로 ‘주체성’이다. 융복합 교육 중심의 학사구조 개편은 주체성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언제나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구성원이 학문 간 융복합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 정원조정, 예산분배 등의 제도 개선을 자발적이며 주체적으로 실행할 때 그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 

만약 각종 평가를 위해 융복합 교육 제도를 도입한다면 현재 연차별로 시행되는 평가에 맞춘 순간의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은 실적으로 귀결되는 안전한 도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바텀업(Bottom-up), 즉 모든 구성원이 아래서부터 주도하는 융복합 교육이 이뤄져야 개별 대학의 유니크한 색깔이 드러나게 된다. 

둘째는 글로벌 융복합이다. 전문대학의 열악한 여건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직업교육을 세계 속에 각인시키기란 쉽지 않다. 국내의 여건만 생각해서는 전문대학의 미래는 너무도 암울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대학들이 K-edu 프로그램을 수출할 수 있도록 정부도 빗장을 풀어야 한다. 지금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분야와 K-뷰티 분야가 이렇게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교육의 우수성에 있다. 물론 대학이 글로벌 융복합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유학생 유치와 해외 분교 설립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캠퍼스 내에서 언어·음식·의복·취향·교육·종교 등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대학 구성원의 다문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세계에 K-edu의 직업교육을 널리 알리고 지속적인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와의 융합역량 강화에 집중하면서 K-대학을 수출해야 한다. 

셋째는 교육과정과 수업에 융복합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현재 적지 않은 대학에서 융복합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학과 명칭만 변경한 채 기존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정한 융복합으로 가기 위한 선제 조건은 수업이 바뀌는 것이다. 융복합이라는 개념을 대학의 구조조정이나 학사제도와 같은 거시적 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교육의 핵심인 수업이 변할 수 있도록 교수진부터 노력해야 한다. 가령 수업에서의 융복합은 비대면과 대면을 혼합한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의 수업으로, 여러 명의 교수가 팀을 이뤄 수업하는 팀티칭 방식, 공학이나 컴퓨터 분야가 아닌 각 전공에서 첨단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칸막이식 교육이 아닌 다양한 산업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가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삼육보건대는 초연결·초지능 시대에 걸맞은 융복합 교육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Hyper-Star 교육체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Hyper-Star란 첨단 기술을 뜻하는 Hyper와 교수학습의 혁신을 뜻하는 STAR로 구성돼 있다. Hyper는 Hi-Tech와 맞춤형 AI 교육과정, 라이프로깅 기술을 토대로 한 e-Healthcare, 그리고 산업체 수요를 기반으로 한 로봇 프로젝트 실습을 의미한다. STAR는 전문대학 학습자에게 꼭 필요한 자존감 코칭, 교수자의 팀 티칭과 학습자의 팀 기반 러닝, AI기반 학습지원, XR 실감 콘텐츠 활용 전공 실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Hyper-Star 교육체제를 도입한 까닭은 전문대학의 한계를 넘어 교육 혁신을 선도하는 전 세계 유일의 보건대학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다.

그동안 전문대학은 전공 위주의 교육에 매달리고 얼마나 이에 충실한가를 중심으로 평가돼 왔다. 이제 대학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 대학은 매해 간호학과와 치위생과의 국가면허시험 합격률이 100%에 가깝다. 그렇지만 현재는 높은 국가면허시험 합격률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에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초융합 교육과정개발, 메타버스 활용 수업, XR 콘텐츠를 통한 실습, AI 융합 연구소 개소로 교육의 첨단화, MTP(메타버스기반 팀 협력학습), 혁신 교수법 연구회 운영, ACE+교원 인증제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보건대학 최초의 융합인재 양성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 AI와 메타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IT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방안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3단계의 교원역량 인증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대학의 혁신은 지속돼야 한다. 융복합 교육으로 산업계가 호응할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간의 성과를 초월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하는 혁신이 곧 대학의 숙명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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