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간 벽 허물어 융·복합 학문 실천 가능
대학 전체 도입으로 진정한 자유교육 실현

덕성여대 인문사회관
덕성여대 인문사회관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덕성여자대학교(총장 김건희)가 수도권 최초로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융·복합 학문을 실천하고 있다.

덕성여대는 2020년 신입생부터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서울 일부 대학들이 자유전공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한 곳은 덕성여대가 유일하다.

■ 전공 선택 조합 최다 1369개… ‘나 다운 나’ 찾아가는 길 = 덕성여대의 ‘전면 자유전공제’는 신입생들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인문사회계열·이공계열·예술계열 3개의 계열 중 하나로 입학해 1년간 전공탐색과목과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입생들은 광범위한 분야의 학문을 자유롭게 탐색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자신에게 꼭 맞는 학문 분야를 선택해 생애 각본에 부합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은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제1전공으로 계열별 각각 22개, 10개, 5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제2전공은 계열의 벽을 넘어 대학 내 모든 37개 전공에서 선택한다. 제1전공과 제2전공을 조합하면 계열별로 각각 814개, 370개, 185개로 최다 1369개의 전공 선택 조합이 생성된다. 학생들이 자유전공제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폭넓게 탐색하면서 ‘나 다운 나’의 모습을 찾고, 그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는 길을 가꿔가며 진정한 의미의 자유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을 실현할 수 있다.

제1, 2전공 제도는 덕성여대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전공 중 최소 2개 이상의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단 등록금 책정, 졸업 시 학위 부여 등의 현재의 행정적 제도에 발맞춰 제1전공과 제2전공으로 구분했다.

덕성여대 자유전공제는 세계 명문대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스탠포드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전면 자유전공제를 실시해왔다. 미국의 고등교육체계는 1000명 이상의 종합대학(University)과 1000명 이하의 자유교육대학(Liberal Arts College)으로 구분되는데 자유교육대학은 자유전공제를 근간으로 한 엘리트 교육대학으로서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을 배출한 미국 최고의 명문 여대인 웰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도 그 한 예다.

덕성여대는 특정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는 전공박람회 행사, 전공 선택 시뮬레이션 등을 실시한다. 
덕성여대는 특정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는 전공박람회 행사, 전공 선택 시뮬레이션 등을 실시한다. 

■ 전공박람회, 전공선택 시뮬레이션으로 특정 전공 쏠림 현상 방지 = 덕성여대는 자유전공제 운영에 앞서 ‘전공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덕성여대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대규모 전공박람회 행사를 두 차례 진행하고 사전 전공 선택 시뮬레이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가감 없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결과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한 전공은 각각 전체의 17%, 15% 수준으로 나타나 자유전공제와 다양한 학문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수도권에서는 전례 없는 모델이 된 것이다.

덕성여대는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 분야에 노출돼 다채로운 학문 공동체를 꽃피우는 데 중점을 뒀다. 자유교육을 실시하는 세계의 명문대학들은 이러한 학문 다양성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선택 학생이 적은 전공의 존속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폐강 기준을 대폭 완화해 소수 강의도 개설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소수 학생이 신청한 전공에서 오히려 소수 정예의 학생 맞춤식 교육이 이뤄지고 소수 정예 교육이 오히려 해당 전공의 강점이 되고 있다.

사회복지학전공 김유진 씨는 “신입생으로서 코로나19로 학교에 자주 갈 수 없어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막막했는데 학교에서 진행한 ‘전공선택 디딤돌(박람회)’ 등을 통해 세밀하게 안내를 받아 전공 선택이 어렵지 않았다”면서 “편안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어서 지금 아주 만족하고 있고 학생의 입장을 배려해준 학교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덕성여대 캠퍼스
덕성여대 캠퍼스

■ 입학 전부터 전공 탐색의 기회 제공…1학년 중도 탈락율 대폭 줄어 = 덕성여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 전공을 탐색해볼 수 있는 ‘예비대학’을 운영한다. 또 커리어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전공 결정 준비 수준을 측정하고 전공결정 준비가 부족한 학생들은 맞춤형 지원으로 전공 선택을 돕는다. 다른 모든 신입생도 지도교수에게 할당돼 정기 진로상담을 받는다. 신입생들은 필수교양과목인 ‘나의진로 나의꿈’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체계적으로 탐색하며 ‘전공선택 디딤돌’ 대규모 전공박람회를 통해 여러 전공의 교수, 재학생, 졸업생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전공 결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학생들은 1학년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대학의 체계적인 진로설계 비교과 지원을 받아 자신들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재설계해 나간다. 2020학번 신입생의 경우 진로 탐색 기간 1년 동안 46%가 본래의 선호 전공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유전공제를 처음 실시한 2020학번 1학년의 중도탈락률이 예년의 114명에서 72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학교 전체의 중도탈락률도 3.8%에서 2.9%로 낮아졌다. 2020년 수도권 중도이탈률 평균은 4.5%다. 또 2학년 1학기 기준으로 주전공 외에 복수전공(제2전공)을 신청한 학생들이 20%에서 63%로 급상승했다. 이는 자유전공제가 실제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시경쟁률도 큰 변화를 보였다. 정시경쟁률의 경우 2020년 4.9 대 1에서 2021년도 5.4 대 1로 상승했고 수시경쟁률의 경우에도 2020년 15.6 대 1에서 2021년 17.7 대 1로 상승했다.

■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 접하며 주체성 발달해가는 과정 = 덕성여대는 학생의 입장에서,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진정한 의미의 자유교육을 시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자유전공제가 세계 대학 역사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현 시대 변화와 동떨어진 보수적인 제도인 것은 아니다”면서 “자유전공제는 철저하게 학생들의 수요를 맞춘 제도로 학생들은 전공 속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부모, 학교, 또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영향을 통해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현 사회의 수요는 학생들의 수요에 자연스럽게 반영돼 사회 수요가 높은 전공이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전공제로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을 접하고 주체성을 발달시키는 학생들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를 변혁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당장 사회의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자신과 사회의 성장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학문이라면 선택하게 될 수 있다”면서 “이 때 대학은 사회수요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변혁적 주체가 된다. 사회에 대한 민감한 반응성과 사회를 바꾸는 주체성, 이 모두를 겸비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자유전공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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