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할부이자로 학생 부담 여전

최근 대학들이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카드 납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높은 할부 이자 때문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못주고 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와 높은 할부이자를 챙기는 은행과 카드사만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학생들로 구성된 ‘연세교육공동행동’은 지난 13일 교내 중앙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학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비판했다. 이들은 “10.5%~19.5%에 이르는 고율의 할부 이자를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율의 할부이자를 무이자로 하고, 분할납부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에서 3월 9일 현재까지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한 학생은 1395명이다. 이중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결제한 학생은 270명. 연세대 본교 학부생이 1만6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등록금을 카드로 분할납부 한 학생은 극소수다.

이유는 높은 할부 이자 때문이다. 최저 이자율이 10.5%이지만, 학생이 카드를 발급한 경우 19.5%의 이자율이 부과된다. 그나마 고정소득이 있는 학부모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아야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호연(행정학과 4)씨는 “고정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학생들은 대부분 19.5%의 이자율을 적용 받는다”라며 “학교측에서도 1.5%의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만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교육공동행동은 학생 3700명의 서명을 받아 등록금 카드 납부시 할부이자를 무이자로 해달라고 학교측에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학년도 1학기 현재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396개교 중 60개교(15%)다. 4년제 대학은 24개, 전문대학 18개, 원격대학 17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이 높은 할부이자 때문에 학생부담 완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00년부터 카드 분할납부를 시작한 광주대도 12.5%~19%에 해당하는 높은 할부 이자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하다. 광주대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면제되지만, 학생들이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 분할납부 학생은 50명 안팎”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카드납부제를 시작한 대구교대도 이번 학기 약 100명 정도의 학생이 이용했을 뿐이다. 원광대도 전체 1만6000여명의 재학생 중 지난해 이용자가 359명에 불과했다.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는 학교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2001년부터 카드 납부제를 시행한 목원대 관계자는 “2%의 수수료를 학교가 부담해야 한다”라며 “연간 등록금을 700만원만 잡아도 한 학기에 100~200명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98년 이후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시행했다가 중단한 대학이 100개교에 달한다. 대부분이 가맹점 수수료 부담 때문에 중도에 제도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실제로 명지대가 지난해 2학기 등록금 카드납부를 시범운영했다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시행을 중단했다. 박보환 의원은 “학자금 대출 금리가 7~8%대인 상황에서 교과부가 등록금 카드납부제 도입 문제를 학교와 카드사에게만 맡기고 수수방관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등록금 카드 납부 시 이자율을 낮추거나 무이자를 늘리는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신하영·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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