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세상에 안 오르는 것은 내 월급과 아이 성적뿐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왜 꼭 올라야만 하는 월급과 성적은 안 오르고, 굳이 안 올라도 되는 물건과 서비스 가격은 왜 오르는 걸까?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올라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로 올랐다. 두 달 연속 4%대 상승이다. 구독료 역시 오르고 있다. 구독 멤버십 서비스의 대표격인 ‘와우 멤버십’도 6월에 구독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와우멤버십의 경우 로켓배송, OTT 쿠팡플레이 무료 이용 등을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2019년 와우 멤버십 도입 후 월 2900원으로 유지한 요금을 월 4990원으로 약 60% 이상 인상하는 셈이다.

넷플릭스도 우리나라 시장 진출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구독료인상을 몇 달 전에 단행했다.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각각 약 12.5%, 17.2% 인상된 가격이다. 쿠팡, 넷플릭스 이외의 다른 구독서비스 회사들도 구독료를 인상할 확률이 높다.

친구들끼리 계정을 공유하면 불법인가?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총칭한다. 미국 리서치회사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전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가 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쓰는 서비스 또는 제품들의 상당수가 구독화되고 있다. 요즘 구독할 제품과 서비스가 많아지다 보니 가정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구독경제를 잘 이용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구독경제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실제로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구독료가 부담스러워서 친구와 같이 계정을 같이 쓰거나, 모르는 사람과 나눠 쓰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요즘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원 등 다양한 OTT(Over The Top·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구독서비스들이 작년부터 국내에 출시되고 이 시장이 커지면서 구독공유 앱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러 구독서비스를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아이디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하나의 구독 계정을 4명이 공유해 4분의 1의 요금만 낼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방식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근래에는 드라마 한편(1시간)에 몇백 원 이런 방식으로 시간별로 쪼개서 커뮤니티에서 판매를 하거나 아이디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일명 ‘쪼개기 판매’도 이뤄진다. 

이와 같이 계정 공유를 통해 저렴하게 구독을 했을 경우 현행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OTT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검토해 봐야 할 사항은 약관 및 관련 법 위반 사항일 것이다. 특히 약관의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넷플릭스 약관에는 명확하게 ‘가족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명시적으로 돼 있다. ‘이런 경우 회원 서비스 사용을 종료시키거나 제한할 수 있습니다’라고 돼 있다. 약관에 의하면 ‘앱을 통한 계정공유’, ‘쪼개기판매’, ‘친구 및 지인에게 계정 공유’ 등은 약관 위반이다. 구독서비스 회사가 언제든지 계정을 정지시키거나 구독을 제한시키는 게 가능하다. 즉, 가족 이외의 사람과의 계정 공유는 금지돼 있다.

약관 위반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형법상의 컴퓨터 이용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포섭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민법상의 손해배상 책임도 있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도 있어 보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의 이민희 변호사는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과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공중송신·배포·대여 방법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쪼개기 판매 같은 경우는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친한 친구들끼리 계정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OTT 업체들이 구독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계정 정지 등의 제재를 당장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OTT 구독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구독자 유치가 중요한 구독서비스 회사들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제재 조치를 취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매지드에 따르면 전체 넷플릭스 이용자 중 약 33%가 최소 1명과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 등에서 계정 공유 추가 요금제를 최근 도입했다. 동거하지 않는 계정 공유자를 최대 2명까지 추가할 수 있다. 이때 부과되는 요금은 칠레 2.97달러, 코스타리카 2.99달러, 페루 2.11달러다. 이렇게 되면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하는 이용료가 사실상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중남미 국가에서 적용하고 점차 대상 국가를 확대해 갈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를 봤을 때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정을 공유한다거나, 쪼개기 팔기 등에 대한 행위가 만연해진다면 향후 OTT 업체들이 법적·기술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구독경제 시대 본격화,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2019년 각각 첫 선을 보였던 애플의 통합 구독서비스인 애플원과 디즈니+가 뒤늦게 지난해 11월에 국내 구독경제 시장에 동시에 뛰어든 것은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도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의 구독경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구독경제 시장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거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기에 맞춰 법이나 제도 등이 제대로 준비됐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봐야 한다. 사안별 위법 행위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일이 인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문제 되지 않았던 이슈들이 어느 시점에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리스크들로 돌출될 수도 있다.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이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지속적 환기가 필요하다. 구독경제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여기에 따른 학계의 관심과 함께 정부의 제도 정비와 준비가 선제적으로 이뤄줘야 할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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