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권준원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을 보이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필자의 가까운 지인도 평소에 여행을 즐겨하던지라 가족과 함께 평소 가보고 싶던 터키로 여행을 떠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여행계획을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사뭇 상기돼 있었다. 필자 역시 코로나19 이전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해외여행을 할 기회가 적잖게 있었다.

일본, 홍콩, 중국 등 가까운 아시아 지역 여행에서 시작된 해외여행은 아메리카 대륙의 전 지역을 훑어 다녔으며 특히 중남미 지역은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등 여러 나라를 반복해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또한 동유럽의 헝가리, 불가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와 중부유럽의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여행했고 프랑스에는 비교적 장기간 머물 기회가 있었다. 이와 같은 해외여행에서 최대 관심사는 언제나 다양한 나라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단독으로 간 영국 여행은 오롯이 공연 관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공연 관람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관객들의 연령대 구성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대와 30대 여성 관객이 공연예술 시장의 주요 소비층을 구성하고 있는데,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위치한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장에는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다수의 중장년 관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들은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공연 관람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공연장 내에서도 커튼콜 시간에 열광하며 함성을 지르는 관객들 가운데 그들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여행업과 외식업을 비롯한 몇몇 산업 분야는 직격탄을 피할 수가 없었다. 공연예술산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코로나19와 공연예술계 현황’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7~8월과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7~8월을 비교하면 공연 건수는 2390건에서 1389건으로 41.9% 감소했다. 새로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개막 편수는 1887편에서 1067건으로 43.5% 줄어들었으며 상연 횟수는 1만9282회에서 9497회로 50.8% 축소됐다.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예술시장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던 공연예술시장이 최근에 팬데믹이 퇴조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차차 팬데믹 이전의 상황을 회복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연예술시장이 산업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장애물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돌발적인 요인뿐만이 아니다. 공연 관객이 특정 연령대에 한정돼 있다는 것은 한국의 공연예술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중장년 관객이 공연장을 찾지 않는 것이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1960~70년대 전후에 태어난 그들 중 대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예술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예술상품의 소비를 촉발하기 위한 취향이 형성되지 못했다. 클래식 음악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오케스트라공연 입장권은 그렇게 감동적인 선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예술교육의 적절한 시기는 없다. 딱 맞는 사례는 아니겠지만 필자도 뒤늦게 배운 삭힌 홍어 맛에 빠져 한동안 열심히 홍어전문 음식점을 찾아다닌 경험이 있다. 분명한 것은 먹어보지 않고서는 삭힌 홍어의 절묘한 풍미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문을 열고 산책을 나가는 것과 같다. 무엇을 준비할 필요 없이 그냥 즐기려는 마음만 가지고 가면 된다. 우리의 일상이 새롭게 시작되는 이때 중장년들이 이제부터라도 공연장 산책을 통해 더 행복하고 멋지게 사는 방법을 터득할 수는 없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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