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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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그 학생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전문대학으로 진학해 제과 제빵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 학생은 자신이 대입 수능시험을 잘 치르면 모 대학에 진학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주변 전문대학에 진학해 공부한 후에 그가 원하는 일반대학으로 편입할 것이란 말을 했다. 

필자가 물었다. “언제부터 제과 제빵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 학생은 오래전부터 제과 제빵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 고등학교 2년간 학업과 학교 생활기록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필자는 그 학생이 제과 제빵을 공부하기 위해 일반대학에 진학하거나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일반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가 질문하고 그 학생이 대답했다. 

“제과 제빵을 공부한 후에 무엇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제가 공부를 마치면 저의 가게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빵과 과자를 저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유명해지고도 싶고요.” / 
“참 좋은 생각이고 꿈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학생이 좋아하는 빵과 과자를 먹을 때가 있지요? 그 빵이나 과자를 살 때 무엇이 선택의 기준인가요?” “저의 취향과 맛, 그리고 다른 사람의 평가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학생이 원하는 빵과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할까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과 과자를 만드는 기술이에요.”/
“그렇다면 그런 기술을 집중해 배우면 되지 않을까요? 일반대학으로 편입해 사회 진출을 늦춰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래도 이 사회에서는 일반대학 출신을 더 선호하고 대우하고 있잖아요./
“학생이 맛 좋은 빵집을 찾을 때 그 사장님이 어느 대학 출신인가를 생각하고 가나요?” “아니요.”

필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무엇을 생각하고 가나요?”

학생은 맛을 보고 간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식당을 가든지 빵을 사든지 하는 기준은 맛이지 사장님의 학벌이 아니다. 맛을 내는 능력은 학교를 오래 다닌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현장 경험이 더 필요하다. 제과 제빵은 전문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은 전문대학에서 시작된 전공인데 일반대학에서 카피한 학과들이 많이 생겼다. 그 학과들은 2년 안에 마칠 수 있는 교육과정을 4년으로 늘렸을 뿐이고 자격증도 같은 경우가 많다. 

필자는 그 학생에게 전문대학으로 진학해 공부하되 일반대학으로 편입하기 전에 전문대학의 ‘글로벌 현장 학습’ 해외파견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이 프로그램은 2021년에는 총 35개 대학에서 325명이 선발됐으며 총 3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총 8092명이 혜택을 받았다. 선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 학생은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그 기회는 아주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외 경험을 하게 되면 국내에서만 공부할 때와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이고 제과 제빵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통찰은 제과 제빵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외국으로의 유학도 가능하기에 글로벌 현장 학습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의 발판이 될 것이다. 

사람은 일자리가 필요하고 사회는 그 일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런 인재는 일반대학에서만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 경험을 통해서 키워지는 경우가 더 많다. 진학지도 현장에서는 학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세상은 다르다. 대학을 오래 다니다가는 사업의 기회를 남들에게 빼앗길까 두려워 대학을 그만뒀다는 빌 게이츠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 

일반대학이나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고 사회 진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춰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회에서는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생존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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