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교부금법·고등교육세 신설 시급한 상황”
“벚꽃 엔딩의 마지막은 서울…한국형 말뫼 만들어야”
“맞춤형 대학 평가·불필요한 규제 개선해 대학 역량 강화”
임기 내 풀어야 할 과제로 ‘등록금 자율화’ 정책 꼽아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인터뷰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등록금 자율화'를 꼽았다. (사진= 한명섭 기자)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인터뷰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등록금 자율화'를 꼽았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4월 취임 후 정신없이 휘몰아친 두 달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교육부 폐지설이 기정사실화 됐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총장들의 중지를 모아 대통령실 인수위원회로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교육부가 사라지면 젊은이를 제대로 교육해 지역사회에 배출할 수 있는 책무성은 누가 갖게 되나. 교육부를 폐지하면 격차는 심화될 것이고 한계대학은 넘쳐날 것이다.” 홍원화 회장의 뼈 있는 한 마디가 설득의 기제가 된 것일까. 그렇게 교육계의 거센 반발로 새 정부의 ‘교육부 폐지론’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임기는 짧지만 갈 길은 멀다. 현안은 산처럼 쌓여있고 대학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새 정부에 발맞춘 정책도 필요하지만 당장 막힌 부분부터 풀어야 한다. 홍원화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 새로운 정부와 임기를 함께 시작하게 됐다.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학은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팬데믹 이후 환경 변화에 잘 적응했고 대학 캠퍼스도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보다 더 큰 문제가 산적해 있다.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저출산·고령화, 학령인구의 급감 등 우리 삶의 모습을 변화시킬 커다란 파고의 한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이 직면한 현실은 그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어려운 시기에 대교협 회장직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대교협은 대학이 이 같은 현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족한 대학재정, 불확실한 교육정책,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 대통령 인수위 시절 대교협에서는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나.
“우선 고등교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정 지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 최소한 OECD 대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위한 과감한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과 ‘고등교육세 전환 신설’을 통해 고등교육의 안정적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학의 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혁신, 변화, 창의융합의 실험장이 돼야 한다. 대학은 혁신의 주체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학운영과 교육·연구에 필요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 지역균형발전의 구심점이 되는 대학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스웨덴의 쇠퇴하던 말뫼는 대학혁신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로 재탄생했다. 한국에서도 말뫼의 기적이 지역사회 이곳저곳에서 실현돼야 한다. 대학캠퍼스에 기업, 연구소, 시민단체, 시민들이 공존하고 연결되는 복합공간으로서의 지역대학이 필요하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
홍원화 대교협 회장

-고등교육교부금, 고등교육세 신설 등 정책은 이전부터 추진해왔지만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유·초·중등교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해 안정적인 재정 마련이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비합리적인 재원 배분과 단 년도 단위사업별 예산 편성으로 대학 혁신 지원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교육단계별로 균형 있는 지원을 통해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윈-윈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초·중등은 한 반에 16명으로 조정하고 남는 교사를 1반 2인 교사제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지방교육교부금은 올해 25조가 더 생겼지만 쓸데가 없다고 받지 않겠다고 하는 지방교육청도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을 독려해 지방교부금법을 바꿔서라도 고등교육에 투입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지금은 칸막이 예산으로 지방교부금이 고등교육으로 이동할 수 없다. 방식만 달리하면 현재 고등교육에서도 쓸 수 있지만 법이 바뀌어야 하니 쉽지 않은 문제다. 국회 교육위나 지역구 의원들은 법안을 바꿀 생각을 하고 있고 교부금법을 손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다들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대학에 따라 재정 상황이 달라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립대 총장과 사립대 총장들의 입장 차이가 있다. 서울과 지방이 다르고 지방도 거점국립대와 중소대학 간 입장이 또 다르다. 그러나 재정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힘이 없다. 일반재정지원사업 발표를 앞두고 대학이 교육부에 요청한 것은 ‘대학을 앞에서부터 줄 세워 자르지 말고 뒤에 정말 회생 어려운 대학을 끊자’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13개 일반재정지원 추가 선정 대학 선별 작업을 했는데 새로 평가를 하고, 돈을 더 만들어 13개 대학을 작업하는 이런 방식은 패망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선정되지 않은 나머지 대학은 뭐가 되나. 예산을 두고 N분의 1을 하자고 하면 기획재정부에서는 용납이 안 된다고 한다. 과기특성화 대학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극명하다. 거점국립대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00만 원이 좀 넘는다. 과기특성화 대학 학생은 1인당 교육비가 1억 원 정도 지원된다. 성과를 보면 5배 차이가 나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교육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과기정통부에서 예산을 만들어 몰아준다. 교육부는 ‘을 중의 을’인 상황이다.”

- 역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대교협 회장으로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정부는 대학재정과 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대학평가를 수행하고 있는데 대학이 추구하는 특성화 발전 방향,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대학평가로 대학 혁신이 저해되고 있다.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대학평가를 맞춤형 평가로 전환하고, 평가보다 컨설팅 체제를 확립해 혁신과 특성화 지원을 통한 대학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대학설립 운영 4대 요건 등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를 개혁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혁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이해 고등교육법령을 전면 개정해 허용 범위를 최소화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안 되는 것은 선택적으로 규제하고, 그외에는 모든 것이 가능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미래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초저출산으로 많지 않은 인력을 우수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혁신과 대학의 경쟁력 향상이 절실하다. 미래 사회에 대비해 고등교육을 혁신하고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역대학 상황은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방 시대’를 표방하며 지역에 많은 권한을 주고 지역대학을 살리겠다고 공표했다. 지역 거점대학 총장으로서 지역대학을 실리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해 기준으로 신입생 충원율은 수도권 95.7%인 반면 대구·경북·강원권 91.2%, 부산·울산·경남권 91.1%, 호남·제주권 82.2%, 충청권 81.8%로 차이를 보인다. 학생모집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지역대학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중요한데 정부재정지원사업비의 상당수는 수도권 대학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지역 간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 있는 다수의 중소규모 대학들은 지방대학 육성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중소도시형 지역대학 상생혁신파크를 조성해 지역의 대학캠퍼스를 대학-기업-R&D기관-시민센터로 연결되는 대학도시형 복합 공간으로 재창조해 지역대학을 지역 회생의 거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 잠시 분위기를 환기해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치 아래 ‘과학 분야’가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인문학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 공학을 전공했지만 수차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기술 발전은 인간과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됐고, 여기엔 인문학적 가치가 깔려있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적 지향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궈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우리에게 이전과 다른 삶을 제공한다. 이런 기술혁명의 최종 지향점은 ‘인간’이다. 고도의 하이테크 기술을 통제하고 인간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인문학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 사고하지 못하면 어느 SF 영화처럼 인간성이 상실되고 오히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 모른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고 동등하게 융합될 때 우리가 진정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 대교협 회장으로서 임기 내 ‘이것 하나만은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한 부분이 있나.
“등록금 자율화다. 한국은 전체 대학의 85%가 사립대이다. 고등교육의 많은 부분을 사립대가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립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학교법인의 수입금과 기부금, 대학등록금이 있는데 한국 상황에서 수익금이나 기부금의 비중은 크지 않다. 따라서 사립대 재정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됐다. 지역대학 현실을 말할 때 ‘벚꽃엔딩’을 언급한다. 아래서부터 핀 벚꽃은 서울에서 진다. 지방이 없어지면 서울에 있는 대학만 살아남을까. 결국 고등교육 전체의 문제인 셈이다. 신입생 충원율은 줄어들고, 코로나19로 유학생 유치까지 힘든 상황이다. 인건비 동결과 최소한의 고정비 지출로 버티고 있는 사립대에 교육의 질과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서는 등록금 현실화가 절실하다.
또 다른 하나는 대학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한 지역 대학 총장이 새로 취임해 한 말이 ‘대학이 문닫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더라. 지금은 대학이 문을 닫으면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데 이 때문에 학생 한 명이 남아있더라도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재단의 생각도, 교육부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30~40년 재정지원 받은 내역을 따져보고 대학의 감가상각을 계산해 비율을 정해서 국가와 재단이 나누는 방법이 필요하다. 대학도 지역사회 인력 배출 등 공이 있지 않나. 모든 것은 법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교육부와 어떻게 발 맞춰나갈 것인지 계획이 궁금하다.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대학평가를 맞춤형 평가로 전환하고 평가보다 컨설팅 체제를 확립해 다양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유도하겠다. 더불어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대학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의 향상과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대학 역시 노력해야겠지만 정부와 사회에서도 대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고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머리 깎을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그동안 대학 청년들이 너무 점잖았다. 학부모도 대학만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제대로 교육해야 하는 것이 대학이다. 어떻게 대국민 설득을 할 것이냐, 그런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홍원화 회장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원화 회장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홍원화 회장은…
경북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대외협력처장, 산학연구처장, 공과대학장 겸 산업대학원장 등의 학내 보직을 거쳤으며 2020년부터 경북대 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현재 대구광역시 도시계획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 추진위원, 국방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 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 = 이지희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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