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는 ‘지방대학 시대’를 표방했다. 110대 국정과제 중 85번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두고 주요 내용으로 지자체 권한 강화를 제시했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자율성 및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하고 지자체, 지역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대학 시대’를 강조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지방대학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지자체로 하여금 지역대학 발전에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도록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행·재정의 지자체 위임으로 정부의 ‘지방대학 시대’ 표방에 걸맞게 지방대학 시대가 제대로 펼쳐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 지자체 간 재정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행·재정 권한의 지자체 위임으로는 지역간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앙정부의 역할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라든가 행·재정적 권한이 지자체에 위임되면 국립대가 도립대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대학사무를 위임받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자체 위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지방대학 시대’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이하게 된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후에 해결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빠뜨리지 않게 된다.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 학령인구 감소를 들기도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들로서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대학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기는 하지만 지방대학의 위기 대책 마련을 위한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보다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수도권 대학과 달리 지방대학을 위기에 처하게 한 원인을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질과 생명력을 강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를 그러한 기회로 만들어야 지방대학 시대를 펼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수도권에서부터 이뤄진 획일적인 대학서열과 각 대학의 지나친 등록금 의존도를 들 수 있다. 고착화되고 획일적인 대학서열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수도권 대학은 정원외 입학생을 늘리고 전체 입학생을 확대해 지방대학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은 생존의 위기는 없다 하더라도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대학의 생존의의가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획일적인 대학서열은 대학의 생명력을 떨어뜨리는 정부의 획일적인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 그리고 대학의 정체성 상실 등으로 인해 더 강화됐다.

그런가하면 대학 전반적으로 등록금 의존도가 높아 학령인구 감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면 수도권 대학부터 입학 정원을 줄여 학령인구 감소 상황을 오히려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대학의 생존의의를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 상생을 통해 고등교육생태계를 건실화시킬 수 있다.

획일적인 대학서열을 해소하고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는 데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정부는 대학서열을 강화시키며 대학의 생명력을 떨어뜨린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각 지자체는 이러한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 지역 대학의 지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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