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 속 행정학 방향 제시한 《행정학원론》 출간
행정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활용 부분까지 다뤄
“기존의 행정원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 모색할 때”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행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행정은 삶과 가장 밀접한 학문입니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상황은 행정을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행정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현재 경상남도 제13대 경남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대통령 정부혁신분권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국정과제평가단 위원 △한국정책개발학회 회장 △부울경 특별자치단체연합 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30년 가까이 행정학 분야에 몸 담아온 행정학의 ‘베테랑’이다. 이런 그가 지난 2월, 26명의 교수들과 함께 낸 저서 《행정학원론》을 통해 행정학이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 인터뷰 내내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행정학은 계속 변화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순수 이론적인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학은 대부분 우리 실생활에서 응용되고 적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하지만 행정학을 막연히 생각하면 대부분 어려운 이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왜 행정학이 어렵게 느껴지는가’를 고민하다가 행정학은 이론에만 멈춰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바꾸고 싶었다. 물론 행정 이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질적 적용 사례를 알지 못한 채 이론만 공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행정 이론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기존의 행정학원론이 20~30년 전에 머물러있는 것도 한몫했다. 우리나라에 행정학의 씨앗이 싹틀 때 배웠던 것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는 꾸준히 변화해왔는데 행정학은 그러지 못했다. 행정학이 발전한 지금은 미래를 준비하고 세계 속 우리나라의 행정학을 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할 새로운 ‘원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마음이 맞는 동료 교수들 26명과 함께 2년 넘게 《행정학원론》 집필에 나섰다. 행정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두 갖고 있었기에 원활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책을 출간하게 됐다.”

- 보통 원론이라 한다면 전공자 혹은 전문가가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전공 서적으로 봐야할까.
“전공 서적임을 부정하진 않겠다(웃음). 기존의 행정학에서 현실성을 반영한 새로운 원론서로 만드는 것이 집필 의도였던 만큼 행정학 전공자나 전문가들이 보면 이해하기 더욱 쉬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대중들이 못 읽을 정도로 복잡하거나 어렵진 않다. 앞서 말했듯이 행정학은 이론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학문이다. 이론에 해당하는 알맞은 적용 사례를 제시해 이해를 돕고자 노력했다. 행정학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이라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본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기존에 나왔던 행정학원론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뒀다. 정책이론 부분의 경우 기존의 정책학적 논의와 더불어 경제학 측면에서도 해석하고자 했다. 실질적인 정책은 정책 그 자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계도 빼놓고 말할 수 없기에 이를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지방자치 부분은 현 지방자치 상황을 분석함과 동시에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해 달라진 내용을 추가했으며 민·관 협력이 강조되는 최근 행정 추세를 감안해 거버넌스와 행정이라는 부분을 새롭게 편성했다. 특히 정보화 행정과 미래 행정의 논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의 원론에서 다루지 않았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정보정책과 미래 행정의 변화를 키워드로 삼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최신 행정학 연구와 이론 경향을 소개하고 미래 행정에도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 기존과는 다른 차이라 생각한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행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행정학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행정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를 별탈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이전 제도를 그대로 써오는 것을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의 폭이 매우 넓어지면서 기존의 행정 제도로는 충당할 수 없는 새로운 사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미래의 행정학은 ‘현실성’을 넘어 ‘창의성’에 무게를 둬야할 때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 속 행정학은 창의적인 행정 제도를 탐구하고 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해 사람들에게 이로운 서비스로 되돌려줄지 고민해 봐야한다. 또한 이전까지 외국의 행정제도를 수입해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춘 ‘한국적인 행정’을 세워야 한다. 행정학은 사람의 삶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학문이다. 도전적인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것이 행정학이 가야할 길이라 생각한다.”

-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경영학이 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처럼 행정학은 행정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정부를 공부하는 것이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안다면 삶과 연관돼 있는 행정 업무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정부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우리나라 상황들을 접하면서 행정이 마냥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사례에 따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주변의 행정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미래 행정의 혁신성과 창의성에도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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