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총장 만난 교육부 차관 법안 제정 계획 밝혀
지역 국공립대 위기, 대안된 ‘국립대학법’은 국회 계류
전체 대학 80% 이상 사립대와의 형평성, 재원 마련 등 과제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9일 제2차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국립대학법 추진 계획을 밝혔다. (사진= 교육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9일 제2차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참석해 국립대학법 추진 계획을 밝혔다. (사진=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지역 국립대의 위기 해법으로 등장한 ‘국립대학법’이 이번 정부에서 실현될지 대학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국립대학법’ 제정을 직접 추진 계획을 밝히는 등 지역 국립대를 위한 군불 떼기에 나서면서다.

지난 9일 열린 제2차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국총협)에 참석한 장상윤 차관은 “‘국립대학법(가칭)’ 제정을 통해 국립대의 역할 강화와 자율성 확보 방안을 제도화하는 작업을 해나가겠다”며 “국립대에 대한 충분한 재정지원을 통해 국립대 소속 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을 대폭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국립대학법, 국립대 자율성 보장·국립대의 확실한 재정지원이 골자 = 국립대학법은 국립대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정부의 충분한 재정지원과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 국립대 총장들과 교수들은 현재 교육부의 부속기관 성격이 강조되는 국립대의 위치를 국립대학법 제정으로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국립대 총장과 교수 등은 국립대학법 제정 공청회를 열고 국립대학법안 제정안을 발표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충원율 급감 등 지역 대학의 위기감이 가속화되면서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국립대에 안정적이고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립대학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배경으로 “지역혁신의 주체가 돼야 할 지역 국립대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2021년 기준 전국 39개 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1670만 원으로 서울대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국립대에 재학하는 모든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 분배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안은 △국립대 설립·조직 및 운영 △국립대 재정 지원 △국립대 재정·회계 등으로 구성됐다. 해당 법안은 국립대의 연구 질 향상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기존 국립대 예산과 고등교육예산 규모 등을 고려하되 인건비, 경상비, 시설확충비, 교육·연구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지원금 등 국립대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총액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국립대 소속 학생 1인당 평균 국고지원금이 국립대 법인 소속 학생 1인당 평균 국고지원금과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명시했다. 이는 서울대를 비롯해 과기정통부 소속의 KAIST, DIGST 등 과기특성화 대학과의 교육비 차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지방 시대’ 천명한 새 정부 과제 된 ‘국립대학법’ = 그 공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이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하면서다.

지난해 2월 국공립대 총장들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운을 띄우며 새 정부에 거점대 9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포함한 ‘고등교육 대선 공약’ 4가지를 제안했다. 공약은 △국립대학법 제정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국공립대 무상등록금제 △지역 R&D 강화와 지역거점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이다.

총장협의회는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소 국립대 법인 평균 수준으로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 제정을 청원한다”면서 “거점대 특성화 분야에 대해서는 과기특성화 대학 수준으로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김병준 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이 참석한 고등교육 정책포럼에서도 이 같은 성토가 쏟아졌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국립대의 공적 책무성 확대와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 재원이 필수”라며 “국립대학법을 제정해 국가가 국립대에 경상경비를 지원할 때 국립대 학생 1인당 평균 국고지원금과 국립대학법인 학생 1인당 평균 국고지원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학법은 대통령 국정과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대학의 자율성, 지방대학 시대, 지역 주도 혁신성장 등을 강조하면서 새 정부에서 법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장상윤 차관이 직접 ‘교육부의 국립대학법 제정’을 공식화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국립대학법은 국총협에서 연구해서 법안을 마련할 당시 교육부에서도 협조를 했던 사안이다”며 “지금 국립대 현안에서 가장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해 발의된 법을 함께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립대학법’만 통과 가능할까…난색 표하는 사립대 = 교육부 수장이 법안 추진 계획을 밝힌 만큼 어느 정도 국립대 지원은 확대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립대와의 형평성, 재원 마련 등의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에서도 ‘사립대학법’ 제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교육부가 국립대학법만을 추진하겠다고 할 경우 사립대와 국립대 간 대립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국립대학법은 국립대만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로 보인다”면서 “전체 대학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 만큼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를 아우르는 대학법 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본지 혁신 웨비나에서 전체 고등교육의 재정 확대 방안에 대해 발제했던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역시 사립대와 국립대로 나뉜 다른 법이 아닌 전체 대학이 함께하는 입법을 제안했다. 송 교수는 “고등교육교부금법 발의가 어려우니 지난해 국립대에만 교부금을 지원하는 국립대학법이 발의됐다”며 “국립대만 살려서는 지방이 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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